▲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또다시 교내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그래왔던 거라 새삼스럽진 않지만, 올해는 몇몇 교사들이 아예 공식적인 학교 행사로 올려 놓았다. 스마트 기기에 '목숨 건' 아이들이 공론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사뭇 궁금하다.
서부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야자 시간 인터넷 강의 수강을 위한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전면 허용했었다. 학교에선 도중에 끊김이 없도록 고사양의 무선 중계기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아이들에게 조건으로 내건 건, 반드시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야자의 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진 건 순식간이었다. 인터넷 강의를 듣겠다더니 SNS로 친구들과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심지어 온라인 게임에 빠져 교사가 옆에 오는 줄도 모르는 경우도 흔했다. 음악을 감상하고 축구 하이라이트를 시청하는 등 교실은 요지경으로 변했다.
되레 인터넷 강의를 듣는 아이가 시나브로 줄어들더니, 그들조차 딴짓하는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금언에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딴짓하는 친구를 신고하라고도 하고, 교사가 관리하기 쉽도록 책상의 위치를 바꾸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아이들을 대변하던 학생자치회의 임원들조차 교내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데 동의했다. 일부에선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동차를 타지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저항했지만, 악용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그렇게 논란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 사용을 두고 벌이는 소동은 '죽지도 않고 찾아오는 각설이 마냥' 또다시 반복됐다. 입학하자마자 신입생들이 맨 먼저 질문하는 게 스마트 기기 사용 문제였다. 올해는 개정안 덕분에 나아진 면도 있지만, 스마트 기기에 '목숨 건'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다시 똑같은 답변을 준비해야 하고, 토론을 벌여야 하며, 학생자치회의 요구가 있다면 설문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선배들이 합의한 규정을 무조건 준수해야 한다는 건 온당치 않다는 신입생들의 요구를 대놓고 무지를 순 없다. 하여 올해도 '다람쥐 쳇바퀴'를 돌릴 수밖에 없다.
올해는 몇몇 교사들의 주도로 아예 공개 토론의 자리가 마련됐다. 토론에 앞서 참고할 만한 도서까지 제시하여 양측의 논거가 명확한 수준 높은 찬반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게시판에 공고되자마자 아이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어 시작도 전인데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애초 개정안 조항의 해석을 두고 시작된 갈등이지만, 정작 교육적으로 따져볼 건 따로 있다. 인터넷 강의에 연연하고 AI를 교과서 삼는 요즘 아이들의 공부법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면 좋겠다. 교실 수업은 뒷전이고 교과서로 예습, 복습하는 걸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서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선 모자란 잠을 벌충하는' 현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지만, 스마트 기기의 자유로운 사용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듣자니까, 학원마다 복습용으로 별도의 인터넷 강의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학교는 기껏해야 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곳으로 여긴다. 학교에서 한 줄로 세워진 석차와 등급은 수강생 모집을 위한 학원의 홍보 자료로 활용되면서, 둘 사이에 '갑을 관계' 같은 '공생 관계'가 형성된다. 이럴진대 학교에서 공부 습관을 형성하는 건 이미 불가능한 과제가 됐다.
과거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전면 허용했을 때 아이들의 책가방엔 교과서 대신 학원 교재와 태블릿피시 등의 스마트 기기가 들어 있었다. 학원 교재가 PDF 파일로 된 경우가 많아선지 책가방 없이 달랑 스마트 기기만 들고 오는 아이도 적지 않았다. 구태여 교과서를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지금도 대면 수업과 교과서가 교육 활동의 기본이라고 말하면, 대번 '꼰대스럽다'고 응수한다. 모든 게 AI로 통하는 시대에 고지식하고 케케묵은 발상이라는 거다.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종이책이 잠시 관심을 끌었을 뿐, 공부할 땐 태블릿피시와 PDF 파일이 '국룰'이라고 말한다.
종이책 읽는 걸 번거로워하고 스마트 기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인류'와의 소통은 그토록 어렵다. 흡사 예능 프로그램 같은 인터넷 강의에 길든 아이들에게 교실 수업은 졸음만 쏟아지는 '극기 훈련'의 시간이다. 학교보다 학원의 '경쟁력'이 높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는 한 아이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스마트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학원과 금기시하는 학교가 경쟁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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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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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꼽은, 학원이 학교보다 '경쟁력'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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