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3.26 13:21수정 2026.03.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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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니 세 아이를 둔 나는 덩달아 바빠졌다. 3월 중순이 넘어가면서부터 학교에서 학교 설명회, 교육과정 설명회, 학부모의 날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학부모를 소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다. 학교를 물어오는 사람에게 '큰애는 OO고등학교 다녀요'라고 말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아이가 공부를 참 잘하나 봐요"라고 답하지만, 둘째가 다니는 학교를 말하면 "아..." 하고 말끝을 흐리곤 한다.
그나마 안면만 있는 사람의 경우가 이 정도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면 왜 하필 그 학교에 보냈냐며 의아해한다.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해서요"라고 말을 이으면 아무리 아이가 가고 싶어한다고 그냥 '아무 학교'나 막 보내면 어떻게 하냐며 엄마가 돼서 말리지 않았다는 거침없는 핀잔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첫째가 다니는 OO고등학교는 지역 내에서 공부를 잘하기로 유명한 학교이고, 둘째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지역 내에서 선호도가 낮은 학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첫째가 OO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이나 둘째가 △△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을 나는 똑같이 지지해 줄 뿐 어떤 걱정이나 우려도 없다. 중학교까지는 부모의 선택에 의해 학교를 다녔지만 고등학교 때부터는 본인이 직접 학교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은 입버릇처럼 너희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니 참 행복할 거라고 말한다. 너희 아이들에게도 선택권을 주면 되지 않냐고 되물으면 고개를 저으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펄쩍 뛰니 나로선 참으로 아이러니할 뿐이다.
학교 이름 때문에 "공부를 참 잘하나 봐요" 말을 들은 첫째는 사춘기를 게임 속에서 보냈다. 수많은 패배와 몇 번의 짜릿한 역전을 경험하며, 선택과 포기의 순간을 반복했다. 게임을 통해 제한된 자원으로 최선의 조합을 찾는 과정은 아이에게 냉정한 판단력을 길러주었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이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던 첫째는 자신을 물리적으로 가둘 기숙사와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자신의 성장과 맞다고 판단했다.
반면 둘째는 자기 주도성이 높고 욕심이 많은 아이다. 옆에서 아이의 사춘기를 지켜보자면 마치 감정과 책임이 업무를 나누고 서로 협업이라도 하는 듯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에도 자신의 할 일은 빠짐없이 착착 잘 해나갔다. 그러니 중학교에서 아이는 늘 우등생이었고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아이가 자신은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가서 학업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흔쾌히 아이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 주었다.
결국 학교라는 공간은 아이가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무대일 뿐, 무대의 화려함이 배우의 역량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첫째가 기숙사라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세워가고 있듯, 둘째는 익숙한 공간에서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지켜낼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우리 집 두 아이의 학교 이름을 듣고 저울질을 하겠지만, 나는 그저 아이들의 선택에 응원을 보낼 뿐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우수한' 학교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으로 '우뚝' 서게 될 아이들의 내일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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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비로소 주보람으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