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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해안사구, 보호구역인데 철문으로 막혀있다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현장에서 본 생태계 위기와 보전의 갈림길

등록 2026.04.25 19:22수정 2026.04.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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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바다는 늘 움직인다. 바람은 모래를 옮기고, 파도는 밀려왔다 물러나며 해안의 형태를 다시 쓴다. 그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해안사구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산과 바다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경계'다. 그 통합의 시선을 품고 모인 이들이 바로 '산바다연구회'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산과 바다가 품은 자리를 찾아 탐방하며 그 연결의 의미를 몸으로 확인한다.
4월 마지막 주말 오후, 이들과 함께 동행 취재에 나섰다.

 산바다연구회 팀이 해안사구 현장에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사구 생태와 훼손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2026/4/25)
산바다연구회 팀이 해안사구 현장에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사구 생태와 훼손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2026/4/25) 진재중

아픔을 겪고있는,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이번 탐방의 목적지인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동해안에서도 드물게 남아 있는 사구 지형으로, 2008년 12월 환경부에 의해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낸 귀중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위기의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이곳은 갯메꽃과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고, 꿩과 노루가 오가던 풍부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는 일부 식생과 함께 멧토끼, 쇠재비갈매기 등이 서식하며 그 생태의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이 지역을 관찰해온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이 사구는 다양한 사구식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시동.안인해안사구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염전길
▲하시동.안인해안사구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염전길 진재중

탐방의 시작은 막힌 길이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철문이 해안사구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공사 안내나 출입 관련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식 진입로를 찾지 못한 참가자들은 도로 옆 좁은 틈을 통해 사구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허락받지 않은 공간에 몰래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호'라는 명분이 '차단'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한 참가자는 자연탐방로가 막혀 있어 마치 불법으로 해안사구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안내 인력도 없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굳게 닫힌 탐방로 안내소로 인해 출입과 안내가 제한된 모습이다(2026/4/25)
굳게 닫힌 탐방로 안내소로 인해 출입과 안내가 제한된 모습이다(2026/4/25) 진재중

모래를 붙잡는 작은 생명들


길가에 좁게 난 통로를 따라 사구 초입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람에 몸을 낮춘 채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었다. 갯방풍과 갯메꽃, 통보리사초 같은 염생식물들은 모래 위에 뿌리를 내리며 사구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지만, 이 식생대는 사구를 유지하는 핵심 구조다.

오랜 기간 이 지역을 관찰해온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이곳은 다양한 사구식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해안사구에서 자라는 갯방풍이 모래를 붙잡아 사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안사구에서 자라는 갯방풍이 모래를 붙잡아 사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재중

 모래위에서 자라는 갯메꽃
모래위에서 자라는 갯메꽃 진재중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구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옹벽과 인공 구조물들이 시야를 가로막으며, 모래의 흐름에 따라 형성돼야 할 지형이 곳곳에서 단절돼 있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할 자연의 흐름도 이 벽에 의해 물리적으로 끊긴 상태였다.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해안사구는 태풍이나 높은 파랑이 밀려올 때 내륙을 보호하는 자연 방벽"이라며, "이처럼 섬세한 균형은 작은 변화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대학교 이규송 교수 역시 "사구식물은 모래를 붙잡아 해안 침식을 막는 핵심 요소"라며, "이 식생이 사라지면 사구 자체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구 앞에 설치된 옹벽 구조물이 모래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차단하며 해안사구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다.
사구 앞에 설치된 옹벽 구조물이 모래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차단하며 해안사구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다. 진재중

<오마이뉴스>가 드러낸 변화와 위기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2023년 2월 7일 <오마이뉴스> 보도 "강릉 하시동·안인해안사구 해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https://omn.kr/22l1b)였다. 기사는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를 사례로, 사구가 사라지는 원인과 그로 인한 생태계 붕괴 문제를 짚어냈다. 보도 이후 이곳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변화와 위기를 알리는 '경고의 현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장을 찾은 참가자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황보덕씨는 "<오마이뉴스> 기사로 접하기 전까지 이런 해안사구가 있는 줄 몰랐다"며 "온전한 생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렇게 소중한 공간이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모르고 지나왔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보전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이 지역 환경을 연구하고있는 고다해씨의 기억은 더욱 절박했다. "2022년만 해도 사구식물이 해변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식생과 도로, 소나무까지 바다에 잠겨 사라졌다"는 그의 말은 짧은 시간 사이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릉시는 해안사구 앞을 따라 해안관광도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인공 구조물로 인해 사구의 흐름이 훼손된 상황에서 추가 개발은 생태계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탐방 참가자는 "이런 도로는 오히려 자연을 훼손해 관광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송 교수는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의 해안사구는 매우 중요한 자연 자산이기 때문에 보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강원의 핵심 자산인 산과 바다를 함께 지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희 교수는 서해안과 제주도가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지방조례를 제정해 관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강릉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안인화력발전소 해상공사로 이미 일부 해안사구가 훼손된 상황에서, 추가로 해안도로까지 건설하려는 계획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구식물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산바다연구회 회원들(2026/4/25)
사구식물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산바다연구회 회원들(2026/4/25) 진재중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사라지면서 동시에 다시 만들어지는 경계 위의 공간이다. 그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개발의 속도를 좇을 것인지, 자연의 흐름을 존중할 것인지. 바람은 여전히 모래를 옮기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공 구조물에 둘러싸여 고립된 해안사구 앞에, 또 다른 구조물인 해안도로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2026/4/25)
인공 구조물에 둘러싸여 고립된 해안사구 앞에, 또 다른 구조물인 해안도로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2026/4/25) 진재중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산바다연구회에도 실립니다.
#사구 #안인하시동 #강릉 #해안사구 #산바다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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