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사태에 관한 각계 공동시국선언 인권, 노동, 종교, 평화, 민중 등 각계 인사들과 시민단체들, 정당과 정치인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사태에 관한 각계 공동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부당한 침략전쟁 규탄, 침략과 전쟁 중단,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거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이 때문에 지금 다시 소환해야 할 개념이 '인간의 안전보장(Human Security)'이다. UNDP는 1994년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안보를 영토나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삶과 존엄의 문제로 재정의했고, 그 핵심을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로 제시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안보란 전쟁 억지에만 있지 않고, 생존·생계·건강·존엄을 지키는 능력에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 중동에서 붕괴하는 것은 단순한 치안이 아니다. 식량 가격 상승, 물류 차질, 의약품 접근성 악화, 취약국 재정 압박이 연쇄적으로 겹치면서 전쟁의 비용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파괴된 생계와 무너진 보건체계, 중단된 교육은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전쟁은 군사적 충돌인 동시에 인간의 안전 자체를 훼손하는 구조적 위기라고 보아야 한다. 한 기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우리는 안보를 군사력이나 경제력 중심으로만 보지 말고, 인간의 안전보장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프레임으로 전쟁과 위기를 다시 해석해야 한다.
줄어드는 원조, 커지는 인간의 비용
'군사비는 늘고 인도주의 재원은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미국만의 후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옥스팜은 G7 국가들의 2026년 원조 지출이 2024년 대비 28%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군사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전쟁이 낳는 인간적 비용을 감당할 재원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다른 움직임도 나타난다. 재팬플랫폼은 지난 3월 5일 '중동 위기 대응 지원 2026'을 가동했고, 일본 적십자사는 3월 16일부터 이란과 주변국의 인도주의 위기 대응을 위한 모금을 시작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의 협력 아래 민간인 지원에 나섰다. 규모와 별개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국제적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도 이 위기를 유가, 수출입, 해상교통의 문제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중동과의 경제적 연결이 깊은 한국일수록, 인도주의 위기가 불러올 난민 이동, 공급망 불안, 감염병 확산, 지역 불안정의 파급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중동의 인간안보 붕괴는 곧 한국의 경제안보와 사회안보에 연결될 수 있다.
그 점에서 한국의 대응은 경제적 이해관계 관리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인도적 기여 역량을 강화하고, 분쟁 장기화에 따른 난민 유입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대응 전략을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결국 단순하다.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취약한 사람들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다. 강대국의 패권 지도에서 인간이 지워지는 순간, 안보는 이름만 남고 내용을 잃는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도 인간의 안전을 지키는 비용에서 발을 빼는 순간, 글로벌 안보의 지도에서 미국은 보일지 몰라도 글로벌 책임의 지도에서는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지금 국제사회가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총이 아니라 사람이고, 항로가 아니라 생명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안전보장'이며, 오늘의 중동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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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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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진짜 위기, 글로벌 안보에 미국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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