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갯벌 지켜온 뉴질랜드... "한국도 포기하지 마라"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①]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 센터를 가다

등록 2026.03.23 09:34수정 2026.03.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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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을 찾아서, 수라갯벌과 뉴질랜드를 잇-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월 25일 뉴질랜드 황아누이에서 열리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으로 향하는 한국 방문단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기자말]
 푸코로코로갯벌에는 약 7000개체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살고 있다.
▲ 푸코로코로갯벌에는 약 7000개체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살고 있다. 한선남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새만금 이라는 세글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뉴질랜드 북섬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센터(Pūkorokoro Miranda Shorebird Centre)에 전시된 큰 패널에 새만금이 소개됐다.

이곳에 새만금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까닭은 뉴질랜드를 서식처로 삼고 번식기가 되면 알래스카를 향해 떠나는 큰뒷부리도요의 이동경로 중 딱 한번 쉬어가는 중간기착지가 새만금 갯벌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큰뒷부리도요들이 그들의 '집'을 잃고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설명과 함께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과 후의 사진이 상세히 소개 됐다.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된 송도 역시 큰글씨로 표시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진행된 갯벌 매립의 여파가 지구반대편 뉴질랜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지구반대편에도 소개된 새만금사업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센터에 전시된 동북아시아 갯벌을 소개하는 전시물의 내용중 새만금사업으로 40만 도요새들의 집이 없어졌다고 써 있다.
▲지구반대편에도 소개된 새만금사업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센터에 전시된 동북아시아 갯벌을 소개하는 전시물의 내용중 새만금사업으로 40만 도요새들의 집이 없어졌다고 써 있다. 한선남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를 서식처로 삼고 살아가면서도 일년 동안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는 세 번의 장거리 이동을 한다. 3월이 되면 번식지인 알래스카로 이동을 시작하는데, 일주일여를 날아 약 10,000km를 쉬지 않고 이동해 도착하는 곳이 한국 서해안과 수라 갯벌이다.

그리고 8주간의 휴식을 취한 후 약 6,000km를 날아 알래스카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번식을 하고 어린 새끼를 양육한 후 가을이 되면 뉴질랜드로 11,500km를 날아 뉴질랜드에 도착한다. 일년에 한번 매해 이뤄지는 장거리 이동의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활동가 트루디(Trudy Lane)와 함께 푸코로코로 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를 봤다. 트루디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고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비결 3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별의 방향을 네비게이션 삼아 참고하고, 두 번째로 중력을 느끼며 자신이 어떤 높이로 날아가는지를 파악하며 세 번째로 자기장을 눈으로 보면서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개하면서도 '이해가 되느냐'고 환하게 웃으며 묻는다.

"1년에 한번씩 알래스카에 가서 번식을 할 때 처음 짝을 맺었던 파트너를 찾아요. 아무리 찾아도 없다면 다른 파트너를 찾겠지만 가능한 한 명의 파트너와 평생을 함께 한다고 알려졌죠."

"둘은 어떻게 서로를 알아 볼까요?"라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알 수 없죠. 우리는 여전히 큰뒷부리도요에 대해 모르는게 많아요."

트루디는 "큰뒷부리도요들은 많은 먹이를 먹고 장거리 비행을 준비해요. 지금 모습은 엄청나게 살이 오른 모습"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큰뒷부리도요들이 중간기착지인 서해안에 도착했을 때 몸무게의 절반이 빠지게 되는데, 8주간 빨리 많은 양의 먹이를 먹고 다시 체력을 회복해야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번식을 마친 큰뒷부리도요들은 뉴질랜드에서 출발 몸무게의 약 80%가 소진된 상태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쪽이 아팠다. 서해안 갯벌, 새만금갯벌은 큰뒷부리도요들이 빨리 많이 먹고 살을 찌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모두 말라 버린 그곳에 죽을 힘을 다해 왔을 그 새들이 떠올랐다. 일주일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한국에 도착해 잘 먹고 잘 쉴 수 있는 곳에 왔다는 안도감은 느꼈을 그 새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린 것은 텅빈 갯벌이었으니 그 다음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큰뒷부리도요 출발준비를 거의 마친 큰뒷부리도요. 일주일간 1만킬로의 여행을 하는 큰뒷부리도요는 수라갯벌에 도착할 즈음엔 몸무게의 절반이 빠진다.
▲큰뒷부리도요 출발준비를 거의 마친 큰뒷부리도요. 일주일간 1만킬로의 여행을 하는 큰뒷부리도요는 수라갯벌에 도착할 즈음엔 몸무게의 절반이 빠진다. 한선남

3천여개체에 달하던 큰뒷부리도요는 3월 둘째주에 두 번에 걸쳐 여행을 떠난 큰 무리가 있었고 현재는 약 수백개체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뒤를 이어 갯벌에 들어오고 있다. 멀리서 'Wrybill'이라는 이름의 물떼새가 보인다. 뉴질랜드 고유종인데 한국어로는 '굽은부리물떼새'로, 돌을 들춰 먹이를 찾아내기 쉽게 한쪽으로 휘어진 것이 특징이었다.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앞줄에 큰뒷부리도요와 좀도요들이 뒷줄에 그리고 한쪽으로는 굽은부리물떼새와 장다리물떼새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먹거나 쉬고 있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키스와 투르디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센터에서 활동하는 두 활동가 키이스(왼쪽), 투르디(오른쪽)
▲키스와 투르디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센터에서 활동하는 두 활동가 키이스(왼쪽), 투르디(오른쪽) 한선남

올해로 33년째 푸코로코로 도요새 센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키스(Keith Woodley)에게서 푸코로코로 갯벌보존과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 센터가 만들어진 역사를 이야기 해 주었다. 푸코로코로갯벌도 이곳을 지켜내기위한 지난한 투쟁이 있었다. 뉴질랜드에 정착한 사람들이 들여온 낙농업을 위해 많은 갯벌들이 매립되었다고 한다. 센터가 있는 지역 역시 많은 농장들이 운영 중에 있다.

1941년 도요물떼새 연구자들이 큰뒷부리도요를 푸코로코로지역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1975년 도요물떼새 서식지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고 '<미란다 자연주의 기금(Miranda Naturalist's Trust)>을 결성했다. 갯벌 보존을 위해 갯벌인근의 농장부지를 구입하려고 여러 주민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때 농장주변으로 날아들던 새들에 관심을 기울이던 한 농부가 자신의 농지를 기탁하며 보호지역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부지를 기탁한 농부의 이름을 따서 <로버트 핀들레이 야생동물보호지역(Robert Filndlay Wildlife Reserve)>으로 푸코로코로 갯벌은 오늘날까지 지켜질 수 있었다. 그리고 센터 활동가인 트루디가 로버트 핀들레이의 외손녀라고 소개했다.

키스는 큰뒷부리도요를 위한 연구와 현장안내, 국제연대, 저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새만금에 방문해서 조류조사에도 참여 했었고 방조제가 막힌 후에 갔을 때 조개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만나 인연이 된 주용기선생의 이름을 말하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뉴질랜드도 모든 사람들이 보호하자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대화는 가창오리는 올해도 한국을 찾았는지를 묻고 답하며 끝이 났다.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 센터에서 만난 트루디와 키스는 이미 새만금신공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재판에서 이긴 사실도, 두 번째 항소심이 시작될 거란 예상도 하고 있었다. 국가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그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수라갯벌을 지켜내는 한국사람들의 활동에 대해 여전히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었다. 무엇이든 돕겠으니 꼭 연락을 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한다.

미란다갯벌을 향하는 방문단 미란다갯벌은 약 한시간정도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지만 새들을 보면서 천천히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2시간정도가 걸린다.
▲미란다갯벌을 향하는 방문단 미란다갯벌은 약 한시간정도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지만 새들을 보면서 천천히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2시간정도가 걸린다. 한선남

푸코로코로갯벌은 개발을 중단시키고 갯벌과 염습지를 복원해내고 있는 지난한 노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어디에나 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에 대한 정보와 이곳에서 서식하는 새들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다. 무엇보다 "조용히 하라"는 격언이 붙어 있다. 새들을 관찰할 때 필수적인 사항인데, 조용히, 거리를 유지하며, 지정된 장소에서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 였을까. 새들은 바로 눈 앞까지 와 있었다. 사람이 있어도 크게 경계하거나 도망치기 보다는 적당한 거리에서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관계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이곳의 활동가들은 갯벌 보존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연구자들과, 뜻이 맞는 시민들과 또한 여러 새와 자생식물들과 더불어 오랜시간 관계를 만들어왔다는 것이 가슴깊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한해 한해 서식처를 보존하며 지켜온 큰뒷부리도요들이 2006년 새만금방조제가 막힌 뒤, 번식을 위한 여정을 떠난 후 되돌아오지 못하고 아주 소수만이 돌아 왔을 때 이들이 느꼈을 허탈함과 슬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975년 시작해 50여년의 시간을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푸코로코로처럼 우리도 수라갯벌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쉿! 조용히 하세요! 뉴질랜드 고유종 굽은부리물떼새(wrybill)가 엄중히 경고 하고 있다. 새들과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조용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쉿! 조용히 하세요! 뉴질랜드 고유종 굽은부리물떼새(wrybill)가 엄중히 경고 하고 있다. 새들과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조용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선남
검은머리물떼새와 도요물떼새들 사진 가장 앞쪽은 푸코로코로갯벌에 살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 그 뒷편으로 큰뒷부리도요와 좀도요 무리가 모여있다.
▲검은머리물떼새와 도요물떼새들 사진 가장 앞쪽은 푸코로코로갯벌에 살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 그 뒷편으로 큰뒷부리도요와 좀도요 무리가 모여있다. 한선남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일원으로서 군산평화박물관에서 일하며 새만금신공항백지화를 위한 활동에 함께 하고 있다. 매년 3월 25일 즈음 황아누이 지역에서 열리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에 참여하기 위해 3월20일부터 뉴질랜드에서의 큰뒷부리도요를 찾는 여정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4월 4일 수라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 환영식이 열린다.
#P?KOROKORO #새만금신공항백지화 #큰뒷부리도요를찾아서 #수라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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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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