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판결이 풍비박산 낸 이장호씨의 27년 잔혹사 - 오판의 전말
이은영
이 사건의 핵심은 '민사집행법 제231조(전부명령의 효과)'에 있습니다. 전부명령이 확정되는 순간, 채무자의 빚은 갚아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즉, 1999년 11월 5일로 이 사건은 법률적으로 '완전한 종료'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 끝난 사건을 무덤에서 끌어올려 기이한 '연쇄 오심'을 이어갔습니다.
집행법원(2000년 5월) 판사는 기록철에 있는 전부명령 확정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기록만 넘겨봤어도 "재판할 대상이 없다"며 즉시 돌려보냈어야 할 사건을 두고, 버젓이 '강제집행을 불허하고 정지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게다가 A씨는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2심(2001년 1월) 법원의 판사 3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판결문에 "원고가 즉시항고를 제기해 전부명령 확정이 차단된 상태"라고 명시했습니다. 또 이와 함께 확정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판결의 근거로 삼은 것입니다.
대법원은 그동안 '전부명령이 확정되면 빚은 변제된 것이니, 이후의 소송은 무조건 퇴짜(각하) 놓으라'고 수없이 판시해왔습니다. 하지만 2001년 5월, 대법관 4명은 1·2심의 치명적인 법리 오해를 바로잡기는커녕, "이유 없다"는 단 한 문장으로 심리조차 하지 않고(심리불속행) 기각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주장 안 해서 몰랐다?" 법원의 궤변

▲ 대전법원 전경
연합뉴스
이 촘촘한 오심의 사슬에 대해 이씨가 항의하자, 법원은 처음에 "기록에 전부명령 확정 증명서가 없었다"고 발뺌했습니다.
그러나 이씨가 기록 속에 명시된 증명서를 찾아내 제시하자, "당사자인 이씨가 '확정됐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아서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의사가 환자의 차트도 안 보고 수술대에 칼을 들이댄 뒤 '환자가 이 부위는 수술하면 안 된다고 소리치지 않아서 몰랐다'고 환자 탓을 하는 격입니다.
하지만 '전부명령 확정 여부'는 당사자가 주장하든 안 하든 판사가 반드시 스스로 확인해야만 하는 '직권조사 사항'입니다. 재판의 전제 조건을 확인하는 것은 판사의 가장 기초적인 직무입니다. 또한 민사집행법 제231조는 "확정된 때에 변제한 것으로 본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국가가 만든 법에 의해 판사가 확정판결한 결정문(전부명령 결정)이 소송자료에 들어있었음에도, 8명의 판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감았습니다.
판사가 자기 책상 위의 서류조차 확인하지 않아 한 시민의 인생이 무너졌다면, 우리는 이것을 단순한 '실수'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사법부의 '직무유기'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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