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부터 시작된 잔혹한 오심 사건의 주인공, 이장호(67)씨
심규상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 매일 아침 한 남자가 현수막 앞에 서 있습니다. 벌써 수년째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출근하는 판사들과 법원 직원들의 무심한 시선 사이에서 그는 외로운 섬처럼 서 있습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잔혹한 오심 사건의 주인공, 이장호(67)씨입니다.
기자는 오랫동안 이씨의 사법 투쟁을 지켜보며 무력감에 짓눌려야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수차례 그에게 "이제 그만 멈추자.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지 않았나. 이제는 다 잊고 남은 삶을 돌보시라"고 권유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보다 더 견고한 사법부라는 성벽 앞에서, 한 인간의 심신이 처참하게 깎여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자의 안타까운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기자님, 내가 여기서 멈추면 '가짜 진실'이 진짜가 됩니다. 내가 범죄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것 하나 증명하지 못하고 눈을 감을 수는 없습니다."
그의 거절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습니다. 국가권력에 의해 짓밟힌 한 인간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는 '존엄의 자존심'이었고, 자신의 명예를 되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현재 이씨가 마주한 법적 현실은 가혹합니다. 2011년 대법원의 전부금 소송 최종 기각 이후, 형사사건 재심을 더 청구 했지만 모두 기각(2018년, 2019년) 됐습니다. 사실상 법률적으로 그가 더 시도할 수 있는 모든 길은 차단된 것처럼 보입니다.
명백한 오판 잡는 '재판소원', 이씨에겐 '그림의 떡'

▲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 이장호씨가 내건 현수막이 즐비하다.
심규상
최근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법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법률 전문가의 진단은 냉혹했습니다.
헌법 전문인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이씨의 사건을 두고 "사법부가 얼마나 엉터리로 재판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만약 대법원 판결이 오늘(14일) 나왔다면 재판소원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록에 대한 심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새로 도입된 재판소원제는 재판 확정 후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헌법소원(90일)이나 행정소송보다 훨씬 짧습니다. 김 변호사는 "입법자들이 과거의 수많은 잘못된 재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실상 '장래효(도입 이후 사건 적용)' 성격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과거의 '사법 참사'들을 외면한 셈입니다.
결국 27년을 싸워온 이씨에게 재판소원은 '열려 있으나 들어갈 수 없는 문'이 되었습니다. 재판소원제의 취지가 '명백한 오판 바로잡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이라는 기술적 장벽이 피해자의 손발을 묶고 있습니다.
판사들의 '체면'이 진실과 정의보다 소중한가
이씨의 사건처럼 확정된 전부명령을 무시하고 내린 '유령 판결'이 한 시민의 인생과 가정을 파괴했다면, 이는 명백한 국가의 기본권 침해입니다. 새로 도입된 재판소원제가 진정한 사법 정의의 보루가 되려면, 법적 안정성이라는 미명 아래 가로막힌 이씨와 같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실질적인 구제 방안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기획 연재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습니다. 하지만 이씨의 싸움은 오늘도 대전지방법원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묻습니다. 한 시민의 27년을 제물로 삼아 지켜낸 그들의 '체면'이 정말 진실과 정의보다 소중합니까? 오심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과 무책임함이 사법 정의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