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연탄' 일행이 연변 일정을 쪼개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장애인협회'와 인연을 맺은 후 자연스레 장애인들이 사는 모습을 살피기 위해 협회의 안내를 받아 연길 시내는 물론 연길 밖의 시골 마을까지 두루 살폈다. '사랑의연탄'도 지원을 위해 연변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짧은 시간을 쪼개 으레 장애인동포의 집을 방문하곤 했다. 그렇게 살펴본 장애인 집이 수십 가구가 넘을 것이다.
필자가 '장애인협회'의 안내를 받아 처음 찿아 간 집은 연길시내에 있지만 아궁이식 난방구조를 가지고 있는 허름한 아파트였다. 그곳엔 중증 장애를 가진 고모가 남동생의 딸인 조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동생이 세상을 뜨자 장애를 가진 몸으로 조카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돌보기에도 버거운 여인은 숙명처럼 홀로 남겨진 어린 조카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교(중국에서 사는 북한 국적자)였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온전히 조카의 보호자로서 살아야 했다. 그녀가 견뎌야 했을 고단한 삶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조카는 단지 수동적 돌봄의 대상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조카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녀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느 해 늦가을 어느 날 용정 초입에 있는 한 마을을 방문했다. 장애인 부부가 그 마을에 있는 다른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다고 해 사정을 살피기 위해서 였다. 장애인 부부는 신체 건강한 아들의 도움을 받아 주변의 더 어려운 장애인들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그들의 아들이 큰 사고를 당한 상태였다. 그 부부는 슬픔을 억누르며 여전히 주변 장애인들에게 마음을 쏟고 있었다.
연변 장애인동포들을 만나면 세상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기죽어 있거나 체념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세상과 맞서려는 듯 활력이 넘친다. 대화를 하면서 쉽게 듣는 말도 "일없어요"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등과 같은 긍정적 언어들이다. 그들에게 그런 힘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연변조선족지체장애인협회'는 이제 중국에서도 유명한 단체가 됐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길림성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행한 이런 저런 활동에 참가해 당당하게 웃자리를 차지하며 세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장애인용 휠체어를 타고 하는 무대 공연과 좌식배구 경기를 들 수 있다.
장애인협회는 2017년 처음으로 공연팀을 꾸려 제9차 전국장애인예술경연에 참가했다. 연변군중예술관의 도움을 받아 한여름 땀을 흘리며 연습한 결과 첫 참가에서 당당히 특등상을 받았다. 우리 민족의 고전 심청전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상모돌리기 등 민족 전통 놀이문화를 접목한 이 공연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장애인이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인생길을 묘사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 공연을 계기로 '장애인협회'는 단숨에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 페럴림픽에서도 공연을 할 계획이었으나 아쉽게 무산돼 우리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다. 탄력을 받은 협회는 2025년 제11차 경연에서 '변강에 북소리 울리네'라는 무대 공연으로 1등 상을 받았다.

▲ 10주년 행사 말미에 '사랑의연탄' 대표와 장애인대표간 좌식배구 시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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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공연으로 자신감을 얻은 협회는 좌식배구로 다시 세상에 나섰다. 바닥에 엉덩이를 데고 앉아 하는 좌식배구는 상체만을 이용해 하는 운동이라 발달장애인에게는 해 볼만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대 들어 건강을 위해 좌식배구를 시작한 장애인동포들은 2017년 이후 활동센터에 배구코트를 마련하면서 이를 회원들의 주된 운동거리로 활용했다. 그리고 각종 대회에도 잇따라 참가했다. 2017년 항주에서 열린 좌식배구 대회에 참가했으나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명성이 자자해 지자 한국에서 장애인 좌식배구 시합이 있을 때면 단골로 초청받았다. 참가한 대회만도 제주 대구 보령 등 여러 곳이다.
'장애인협회'가 중국에서 유명 단체가 되었음은 이춘자 회장이 두 차례나 시진핑 주석을 만난 데서도 증명된다. 이회장은 2018년 전국 모범장애인으로 선정돼 시주석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7차 전국장애인대표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는 시주석과 악수를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 14억 명이 넘는 중국인 중 시주석을 직접 만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회장은 그런 시주석을 두 번이나 만났으니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가 협회를 대표해 만났으니 그 영광은 또한 '장애인협회'도 함께 누려야 마땅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일들이 있은 후 협회는 당연히 연변 당국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좌식배구를 할 수 있는 활동센터가 마련된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아전인수격으로 말하자면, '장애인협회'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사랑의연탄'이 지원한 석탄도 한 몫했을 것이다. 협회 간부들이 똘똘 뭉쳐 회원들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석탄은 사랑이 되어 장애인동포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협회가 우수단체로 우뚝 서게 되는 기폭제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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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문제로서 북한 문제에 천착하다 관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조선족과 고려인에 대해 공부했다. 그런 관심 탓에 조선족동포들이 모여 사는 연변에서 8여 년 간 생활하며 그들의 삶은 물론 그곳의 역사를 살폈다. 궁극적 관심은 그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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