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10주기 군 복무 중 아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리고도 부실한 의료체계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10주기인 ?24일 오전 유가족들과 지인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정민
박씨는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아들의 10주기 추모제를 지낸 뒤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가를 믿고 국가 수호를 위해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에게 돌아온 건 '네 자식의 죽음은 다르다'는 답변이었다"라며 "(아들을 잃었을 때) 10년쯤 지나면 좀 괜찮으려나 생각했는데 여전히 국가는 '네 자식의 죽음은 중요한 죽음이 아니다'라고 저를 밀어내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걸 받더라도 제 일상은 온전히 되찾을 수 없다. 지난 10년 뼈저리게 느낀 것"이라며 "진심을 다해 우리를 위로한다고 해도 그 아픔을 보듬으면서 살기가 쉽지 않은데 왜 아직도 국가는 우리를 길 위에 세워두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님께서 조금만 살펴본다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며 "병사 한 명을 구하는 건 한 가족을 구하는 것이며, 숨진 병사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 또한 유족을 구하는 것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10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또한 "국방부가 (홍 상병의 죽음을) 국가수호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해 순직(2형)으로 인정했는데도 국가보훈부가 그렇지 않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곳간의 쌀이 한정돼 있으니 국가유공자를 남발해선 안 된다는 발상으로 유가족들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더해 "여기(현충원) 장군 묘역이 따로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국가보훈부는 병사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보상보다는 장군 보훈 같은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봤을 때 '돈 없고 백 없으면 우리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구나'라는 관념을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법까지 바꿔낸 엄마의 10년 발자취

▲ 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어머니 박미숙씨와 군 사망사건 유가족, 현역 장병 부모 모임,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8월 2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국가배상 항소심 재판부 탄핵 청원 개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중 박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선정
박씨는 지난 10년간 의미 있는 발자취들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2024년 12월 이뤄진 국가배상법 개정은 박씨가 거리, 법원, 국회에서 끊임없이 호소한 데에 따른 결과물이다.
1964년 박정희 정권은 베트남 파병 후 용사·유가족에게 줘야 할 배상금이 늘어나자 군경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국가배상법을 바꿨다. 이러한 이중배상금 조항은 1972년 유신헌법에 아예 못 박혀버렸고 1987년 개헌 때도 수정되지 못한 채 최근까지 살아 있었다.
홍 상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도 이 점이 문제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1심 재판부는 2023년 2월 홍 상병 유족과 국가에 화해를 권고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의 법 테두리 안에선 배상할 방법이 없으니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2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합의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유족은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박씨는 국가배상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고 2024년 12월 국회는 군경 당사자의 배상청구권과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을 분리해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유족에게 배상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이 개정 후 많은 군 사망사건 유족들이 더 이상 홍 상병 유족과 같은 일을 겪지 않게 됐다.
그런데 정작 박씨는 본인의 2심 재판부로부터 이해하기 힘든 판결문을 받아야 했다. 2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800만 원(다른 가족 포함 총 19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소송 비용의 80%도 유족이 부담하도록 했다. 박씨는 "내 자식이 개값만도 못하냐"라고 항의하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함께한 다른 유족들... 아버지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10주기 군 복무 중 아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리고도 부실한 의료체계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10주기인 24일 오전 유가족들과 지인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정민
한편 이날 10주기 추모제엔 다른 군사망사건 유족들도 참석했다. 고 황인하 하사 아버지 황오익씨,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고 박세원 수경 어머니 박서현씨와 고 백주민 일병·고 심준용 상병·고 김도현 상병 유족이 홍 상병에게 애도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를 건넸다.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모임인 '아말다말(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회원들과 군인권센터 활동가들도 추모제에 자리했으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냈다.
홍 상병의 아버지는 이들을 향해 "아들이 떠난 지 벌써 10년이다. 변함없이 매번 자리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저희는 위로를 얻는다. 여러분 덕에 힘내서 살아가고 있다"라며 "매년 개나리가 필 때 즈음이면 우울하다. 그 마음을 떨치기 위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녀 보기도 하지만 자식놈을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그게 유족의 운명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 상병의 아버지가 "10주기를 맞아 아들이 좋아할 10년 된 와인을 준비했다"라고 하자 홍 상병의 형이 와인을 동생 영정 앞에 올렸다. 아버지는 "그래도 아들놈 하나 더 있어서, 이렇게 술이라도 한 잔 더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울먹였다.
아래는 어머니 박씨가 아들 영정 앞에서 낭독한 편지의 전문이다.
사랑하는 정기야. 너를 안아보고 만져보지 못한 세월이 10년이구나. 개나리는 이때만 되면 시리게 노랗게 10번 피는데, 너는 한 번 떠난 뒤로는 안 오는구나. 일년에 한 번 다녀가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네가 간 그곳은 너무 멀어 못 오는가 보다. 10년 여전히 너는 똑같은 모습으로 내 가슴속에 있구나. 아침에 눈 뜨면 네 생각이 나고 어딜 가든 너를 느낄 수 있었고 밤에 잠을 잘 땐 꿈속에서 네가 와주길 늘 고대하지만 꿈에 널 보는 것도 어렵구나. 자주 꿈 속에서라도 찾아와 주면 좋겠어.
정기야. 엄마가 너를 잃고 알게 된 세상, 너도 그곳에서 보고 있지? 청년 정책 소리치고 출산율 갖고 정치인들 소리치는 거 보면 비웃어 주고 싶다. 귀하게 애지중지 키워 국가 수호 위해 의무 복무 보냈더니 전쟁도 아닌데 죽음으로 보내놓고 국가 수호와 괸계 없다 하니 말 같지도 않는 소리에 기가 찬다. 답답하겠지만 조금 더 기다려 줘.
너에게 군복무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태어난 운을 돌려주는 기회"였지? 그 대한민국이 상식적이고 정의롭다면 너의 영전에 사과하고 합당히 명예를 회복시키리라 믿어. 오늘 여기 너를 기억하며 네 명예회복을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도 같이 자리해 주고 계신다. 하늘에서 이분들에게도 좋은 기운, 복 보내주고 곳곳에 상식적이지 못하고 약속하고 이용만 하는 사람들,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게라도 벌을 주렴.
정기야 미안하고 사랑해.
너를 잃은 10년 되는 날 엄마가.

▲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10주기 군 복무 중 아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리고도 부실한 의료체계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홍정기 일병(추서 계급 상병) 10주기인 ?24일 오전 유가족들과 지인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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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상병 엄마, 아들 10주기 현충원에서 "대통령님" 부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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