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다 부모님 생각이 먼저인 아이들 부모님도 쫌 늙고 그래서 에너지를 주고 싶다는 아이
조영지
아이들의 글 중에는 재치가 넘치는 글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한' 글도 많다. 그 차이는 바로 '생각의 부재'에서 온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모르겠어요", "왜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해요?"라며 사고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짧아지고 사고의 회로는 단순해진다.
여기에 AI의 유용성까지 접하게 된 아이들은 '왜 굳이 글을 써야 해요? 어차피 AI가 더 잘 써주는데요'라며 글쓰기의 이유를 더욱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기 전, 왜 스스로 써야 하는지, 왜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지부터 부지런히 설득한다. 그럴 때 아이들에게 '색깔' 비유를 자주 들려준다.
"OO아, 넌 어떤 색을 좋아해?"
"노란색이요!"
"OO은?"
"빨간색요!"
"그런데 이제부터 너희 취향과 상관없이 무조건 회색만 골라야 한다면 어떨까? 그게 제일 무난하고 깔끔하니까 그것 밖에 고를 수 없다면?"
아이들의 미간이 금세 찌푸려진다.
"선생님은 글쓰기도 이와 같다고 생각해. 난 너희 마음 안에 노란색, 빨간색이 궁금한데 모두가 똑같은 회색 글만 내놓는다면 으윽, 생각만 해도 끔찍해. 너희만의 색깔을 꺼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정말 중요해."
아이들이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는다. 그럴 때 나는 아이들의 글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특징들을 콕 집어 칭찬해 준다.
"이 여행 경험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어. 정말 너다운 문장이라 좋다!"
"이런 감정 표현은 선생님도 생각지 못한 거야. 어떻게 이런 마음을 포착했니?"
그제야 아이들은 각자의 색깔을 갖는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듯 환하게 웃는다. 반대로 이런 지적을 하기도 한다.
"너의 생각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너무 무난한 얘기만 한 것 아닐까? 선생님은 OO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읽고 싶어."
이처럼 내가 여러 차례 강조하는 말은 "잘 쓴 글보다 네가 드러나는 글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문장은 기술적으로 다듬을 수 있다. 투박하고 어설픈 글투조차 아이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된다.
인간은 완벽함보다, 조금 서툴더라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색이 묻어날 때 더 큰 흥미와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술, 건축, 문화 등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것이 어디에 있을까? AI에게 사고를 통째로 맡기는 것은 나의 고유한 색깔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최악의 날 스케치북에 물감 범벅인 기분, 공감 되지 않나요?
조영지
AI는 알 수 없는 생생한 감각
아이들의 글은 울퉁불퉁하다. 단어 선택이 엉뚱하고 논리가 비약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찰나의 시선은 복제될 수 없으며,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아이'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해 매끈한 문장을 만들 순 있지만, 아이들의 개별적인 경험과 감정을 대신할 순 없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꾸벅 꾸벅 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 엉망진창인 날의 마음의 표현. 그 생생한 감각을 AI가 어떻게 알겠는가.

▲'나'에 관한 시 꿈이, 그 꿈일까? 그 꿈일까?
조영지
생각하지 않아도 문장이 나오고, 느끼지 않아도 감정을 조립해 주는 기술에 의존하다 보면 결국 '본연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만다. 내 목소리를 잃으면 남들이 시키는 대로, 세상이 정해준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미래를 살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AI는 분명 훌륭한 도구다. 나 역시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주도권은 언제나 '나'에게 있어야 한다. 사고의 주체가 되어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멈추지 않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들의 색깔을 꺼내 보라고 다정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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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아이들의 글, 글쓰기의 미래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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