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이모 첫 만남 부터 스스로를 탄 이모로 소개하며 4일간의 일정에 동행해 주셨다. 언제나 마오리 노래로 사람들을 환대해 주셨다. 마오리의 노래는 강과 쿠아카 사랑에 대한 것들이 깃들어 있다고 하셨다.
한선남
강에게 말하고, 강의 이야기를 듣는다
황아누이 일정 내내 우리와 함께한 탄이 이모는 "산에서 시작된 황아누이강이 바다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와 '내가 강이고 강이 나다'라는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사명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 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자장가 속에서, 요리를 하며 흥얼거리는 노랫말 속에서 늘 강에게 말을 건넨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강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며, 이는 강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의 이야기를 듣고 강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와카(카약)를 타고 강을 여행하고, 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이를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했다. 황아누이강의 소중함과 강과 인간의 관계를 일상과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 나누며, '나는 강이고 강은 나다'라는 선조들의 정신이 삶의 바탕에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큰뒷부리도요를 쫓아 멀리 뉴질랜드에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마주한 것은 큰뒷부리도요와 갯벌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공동체가 그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황아누이강이 법인격을 갖기까지의 과정은 자연과 사람 사이의 깊은 유대를 복원하는 일이었고, 이는 마오리 부족이 잃어버린 전통과 삶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가능했다. 작은 새인 큰뒷부리도요를 조상으로 여기고, 위기에 처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수라갯벌은 무엇인가
빌리는 여러 차례 "너희와 수라갯벌의 관계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와 수라갯벌은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그때 한국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구 반대편에서 황아누이강이 법인격을 갖게 된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한국의 법이 과연 수라갯벌과 수많은 생명을 대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마오리 부족이 오랜 시간의 투쟁 끝에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았듯, 우리 역시 수라갯벌을 지키기 위한 마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결국 법을 만들고, 법을 변화시키며,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존재들을 향해 확장되어 왔다.
언젠가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법이 되는 시간도 올 것이다. 강이 바다로 흐르듯, 뉴질랜드를 출발한 큰뒷부리도요가 한국에 도착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자연스러움을 지켜가기 위해 우리도 노래하자. 수라갯벌은 살아 있다.
큰뒷부리도요들이 한국까지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수라갯벌에서는 4월 4일까지 매일 오전 7시 백배와 기도 서원이 진행된다. 현장에 오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보탤 수 있다. 또한 4월 4일 오전 11시부터는 큰뒷부리도요 환영식이 열릴 예정이다.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①
50년간 갯벌 지켜온 뉴질랜드... "한국도 포기하지 마라" https://omn.kr/2hgjg
②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해! https://omn.kr/2hhpf

▲큰뒷부리도요를 기다리며 큰뒷부리도가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열흘간 수라갯벌에서 함께 마음을 모으고 기도를 하기로 했다.
한선남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글을 씁니다.
공유하기
"나는 강이고 강은 나다"... 뉴질랜드 황아누이강이 법인격을 얻기까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