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남구 펭귄마을 공방 '고요상점' 서란 대표의 작품(마트료시카)이 사용된 다큐멘터리.
고요상점
서 대표는 "붓과 물감만 있으면 돌이든 나무조각이든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는 게 매력이었다"며 "굶지는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제 길이 됐다"고 웃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성향도 지금의 작업 방식과 잘 맞았다. 그렇게 시작한 공예가 어느덧 17년째다.
서 대표는 장식미술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그림길공방'을 통해 작품을 알리며 인지도를 쌓았다. 지금도 고객 상당수는 블로그를 통해 유입된다. 판매 비중은 블로그를 통한 주문이 80%쯤 되고, 나머지는 공예 전문 플랫폼 '아이디어스'를 통한 매출이다.
펭귄마을 공방은 판매 매장이라기보다 작업실 성격이 강하다. 다만, 직접 방문한 손님이 작가와 소통하며 작품을 보고 구매하는 경험은 온라인과 다른 매력으로 꼽힌다.
고요상점의 대표 공예품은 마트료시카다. 러시아 전통 나무 인형에 서 대표만의 그림과 색을 입힌 작품으로, 10년 넘게 독학으로 연구하며 작업해 왔다. 그는 "혼자 사고, 뜯어보고, 다시 그려보고, 잘못된 건 버리면서 익혔다"며 "스승 없이 혼자 저만의 방식으로 연구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만든 소품은 수년 전부터 드라마·예능은 물론 각종 광고에도 등장하고 있다.
마트료시카 작업은 까다롭다. 나무 종류와 상태, 계절, 햇빛, 수분량 등 작업 조건에 따라 균열이 수시로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 작업 과정에서 쪼개지거나 금 가는 경우가 있어 재료 선별이 중요하다. 서 대표는 나무를 들여온 뒤 1차로 상태를 확인하고, 햇빛에 말리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작업 가능한 재료를 선별한다. 이런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으면서 작품 완성도를 높였고, 이제는 소비자가 구매한 뒤 균열을 이유로 불만을 접수한 사례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트료시카 나무 재료는 러시아 현지 공방이나 경기도 공방에 의뢰해 조달한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사나흘. 색을 여러 번 칠하고 말리는 반복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고가 작품으로는 찻잔을 든 소녀를 그린 마트료시카가 있다. 10번 넘게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완성한 이 작품은 80만 원에 이른다.
펭귄 닮은 인형 '펭트료시카', 꽃을 든 '고백인형'
손으로 빚은 마트료시카, 드라마·광고에 등장도

▲ 광주 남구 펭귄마을 공예거리 고요상점의 대표 공예품 중 하나인 펭귄나무인형. '펭트료시카'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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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소품도 많다. 손에 꽃을 든 모습을 한 '고백인형'의 경우 온라인에서 4만 원 수준에 판매되고, 키링 등 소형 소품은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대로 만날 수 있다. 작품 가격대는 대체로 1만 5000원 부터 25만 원 선이다. 주문 제작 마트료시카는 작업 난이도와 기간,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주문 제작은 팬들이 연예인을 모티브로 의뢰하는 것이 다수다.
펭귄마을이라는 장소와 연관된 작품도 있다. 이름하여 '펭트료시카'. 펭귄을 형상화한 마트료시카인데, 공방을 찾는 고객들은 "여기가 펭귄마을 아니냐. 그럼 마트료시카가 아니라 '펭트료시카' 인가보다"라며 반긴다고 한다.
서 대표에 따르면, 광주에서 마트료시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예작가는 사실상 없고, 전국적으로도 10명 안팎으로 추정될 만큼 작업자가 드문 분야다. 고요상점과 서 대표의 특장점도 여기에 있다. 장식미술을 바탕으로 한 페인팅 감각, 10년 이상 축적한 마트료시카 작업 경험, 나무와 자연 소재를 선호하는 재료 철학이 겹쳐 고요상점 공방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는 공방 이름의 부제인 '느리고 고요하게'와도 맞닿아 있다. 서 대표는 빠르게 많이 만드는 방식보다, 제 속도로 천천히 완성도를 높이는 아날로그 작업을 선호한다. 그는 "세상에 해를 끼치는 것을 최소화하고 싶어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많이 쓴다"며 "작업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손으로 만드는 감각과 시간이 곧 이 세상에 하나 뿐인 핸드메이드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공예거리 입주에 따른 장점으로는 작가 간 교류를 꼽았다. 가까운 곳에서 다른 공방 작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작업을 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크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외부 출강도 활발히 한다. 지적장애인 시설, 마을도서관, 다문화학교, 중학교 등에서 찾아가는 공예교실을 운영해 왔고, 10명 이상 단체 기준 1시간 30분 프로그램은 25만 원부터 진행한다. 재료는 공방에서 제공하며, 나무인형 페인팅 체험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공방 방문 관광객 대상 체험도 운영한다.
서 대표는 "직접 방문하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질감과 색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작가와 바로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며 "공방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입주공방 '고요상점' 대표 서란 작가가 공예품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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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손끝으로 빚는다… '마트료시카' 전문 '고요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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