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방 '마루도자기' 대표 김익주 작가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마루도자기 제공
조선대 미대 출신 공방 주인의 생활자기 제작 공방
공예트렌드페어 통해 입소문...막잔부터 달항아리까지
봄 볕이 내려 앉은 지난 3월 9일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의 한 공방. 10평 남짓한 공간 안에 컵과 막잔, 꽃병, 식기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판매·전시 공간 선반 위엔 유약을 입고 구워진 생활자기가 차분한 빛을 내고, 작업대 위에선 초벌과 유약 작업을 거친 작은 컵을 닦는 손길이 분주하다. 수제 찻잔은 미세한 먼지 하나만 남아도 유약이 제대로 붙지 않아 불량품이 생기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작가는 스펀지에 물을 묻혀 닦고 또 닦는다.
공방 '마루도자기'는 생활자기를 만드는 곳이다. 대표이자 작가인 김익주(48)씨가 20년 가까이 흙과 유약, 가마를 다루며 일군 작업실이자 삶의 터전이다. 김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했다. 처음부터 도예 작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일에 끌렸던 그는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하며 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예술 계열이 그렇듯 전공을 살린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대학에서는 조형물과 예술작품 중심으로 공부했지만, 졸업 뒤 곧바로 그런 작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공을 살릴 만한 취업 자리도 넉넉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졸업 뒤 집안 일을 잠시 도운 뒤 서른 넘어서부터 전공을 살려 창업했다. 차(茶) 도구와 식기 등 생활자기를 만들어 파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30대 시절은 "너무 힘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주변에서 "밥은 먹고 사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배고픈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처음 창업한 곳은 전남대 정문 인근이었다. 공방 이름도 지금과 같은 '마루도자기'였다. 혼자 시작한 작업은 하루하루 일당을 버는 식의 생계형 창업에 가까웠다. 그는 "5년 동안 번 돈보다 까먹은 돈이 더 많았다"며 웃었다.
이후 두암동 등 여러 곳에서 공방을 옮겨가며 버텼고, 2020년 펭귄마을에 공예거리가 조성될 당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차 도구나 식기류 공예는 "먹고 살려고 독학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예술계에서는 생활자기를 낮춰 보는 시선이 있었다. 다들 전시용 작품을 만들고 있을 때, 그는 차 도구와 식기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선후배들이 의아하게 바라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생활자기 시장의 초창기 흐름을 먼저 탄 셈이 됐다.

▲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방 '마루도자기' 작업대 위에 놓인 미완성 생활자기들. 2026. 3. 9
펭귄마을신문
수제 생활자기 제작을 이어가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약 10년 전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생활 자기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등 논란이 일면서 수제 도자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차 문화 확산과 함께 차 도구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생활자기를 찾는 소비자가 점점 늘면서 독학으로 익힌 식기와 컵, 막잔, 꽃병이 날개 달린 듯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루공방 공예품 가격대는 폭이 넓다. 막잔이나 찻잔은 1~8만 원까지 종류와 크기 별로 가격이 다양하다. 대표작 격인 달항아리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가격 차이가 큰 이유는 제작 난도와 실패율, 작업 시간 때문이다. 김 대표는 "컵은 물레에서 성형하는 데 5분이면 될 수 있지만, 달항아리는 성형만 3일 이상 걸린다"며 "달항아리는 10년 이상은 해야 비로소 만들 수 있는 감이 온다. 20년 이상을 한 저도 이제야 흙을 조금 알 것 같다. 달 항아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작가는 국내에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작은 그릇 하나가 나오기까지 들어가는 손길도 만만치 않다. 그는 "조그만 잔 하나를 만드는 데도 100번 이상의 손길이 간다"고 설명했다. 흙을 고르고 반죽하고, 물레 성형을 거쳐 말리고, 초벌하고, 유약을 입히고, 다시 굽는 과정을 반복한다. 보통 두 차례 이상 가마에 들어간다. 그 사이 작은 틈 하나, 먼지 하나에도 결과물이 달라진다. 특히 손잡이가 달린 컵은 성형과 건조 등 작업 과정에서 불량률이 높다. 김 작가는 "손잡이 있는 컵은 10개 만들면 3개가 깨질 때도 있다"며 "실력이 쌓일수록 제 이름으로 내놓는 기준도 높아져, 괜찮아 보여도 스스로 깨버리는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도자기 공예에서 어려운 문제는 가격 책정이라고 한다.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 가격과 비교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10~20년에 이르는 숙련 과정, 그리고 작품 제작 기술과 시간, 실패율, 가마 비용까지 모두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결국 팔리는 가격"이라며 "잘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잘 팔려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다 맞춰야 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 광주 남구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방 '마루도자기'에서 제작한 먹잔.
마루도자기

▲ 광주 남구 펭귄마을 공예거리 입주 공방 '마루도자기'에서 만든 달항아리.
마루도자기
김 작가는 도자기 공예의 본질을 '반복과 축적'이라고 말한다. 날림으로 1~2년 노력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공예품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은 컵 하나도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저에게 배운 수강생들도 3년 정도는 해야 작은 컵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판로는 각종 공예박람회에 참여한 횟수가 늘면서 생겨난 단골들이다. 전국의 공예 마니아와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작품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김 작가는 "처음엔 이 가격을 누가 사겠냐 싶었던 작품도, 경험치가 쌓여 완성도가 올라가고, 박람회 등에서 이름이 알려지면 찾는 사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문화관광체육부 주최 공예트렌드페어에는 6년째 참여 중인데, 이를 통해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서울 쪽 셰프들도 그의 그릇을 찾는다. 음식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플레이팅 도구로서 수공예 식기를 찾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셰프 고객들은 가격 흥정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며 "도자기의 가치와 손작업의 시간을 셰프 고객들도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마루도자기'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주문이 꾸준히 접수된다. 미술을 전공한 여동생이 공방 일을 도우며 SNS 운영을 도맡고 있다.
작업 숙련도와 함께 판로가 안정 되다보니 그의 공방에선 이제 생계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럼에도 "(생계는) 불안하지 않을 정도다. 이제 더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이곳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방들은 월요일이 공식 휴무일이지만, 동생과 번갈아 쉬며 사실상 공방 문을 닫지 않으려 한다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에게 꿈을 묻자 거창한 답 대신 소박한 말이 돌아왔다. "배고프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흙을 만질 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도자기 만들 돈과 술 한잔할 돈만 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고 한다.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욕심이 조금 생기긴 했지만, 지금도 가장 중요한 건 흙 만지는 재미다. 그는 "제 자식들이 이 일을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자기 소질에 맞는다면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그에게서 공방 일의 매력이 느껴진다.

▲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입주 공방 '마루도자기'가 참여한 아트페어.
마루도자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에 거점을 두고 마을신문을 발행합니다.
공유하기
"경력 20년, 이제 흙 맛 좀 알죠"... 펭귄마을 공방 '마루도자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