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 내 벵갈호랑이 관련 설명.
한규무
전국의 호랑이 우리를 채운 <호남><호순> 커플의 후손
<일순>의 결혼식 날, 사직동물원측은 어미 <호순>의 임신 소식을 발표했다. 이어 1974년 8월 3마리, 1975년 11월 4마리, 1976년 10월 4마리, 1978년 4월 4마리의 새끼를 줄기차게 낳았다. 중간집계 3+3+4+4+4=18. 이들 중 산후 죽은 새끼는 단 1마리(1978. 4). 이미 한참 전에 국내 신기록을 넘어섰다. 이들 새끼는 전국 동물원에 분양되었으며, 전국의 호랑이 우리는 점차 이 커플의 후손들로 채워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새끼사자 전기사형사건'
1978년 4월 태어난 새끼 3마리 중 2마리가 12월 '전기사형'으로 죽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연인즉, 호랑이 우리가 비좁고 새끼들이 워낙 많이 먹기에 수컷 2마리를 분양하려 공개입찰했는데, 충남 예산의 김○○가 분양을 신청했다가 운반과 사육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동물원측에 요청해서 이들을 '전기쇼크'로 죽여 박제용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비난이 빗발쳤고, 광주시가 감사에 나섰다.
변함없는 '마이웨이'... 동양신기록마저 갈아치운 커플
1979년 4월, <호순>은 다시 새끼 3마리를 낳았다. 누적집계 21마리다. 동물원측 분위기는 침울했다. 전국의 동물원이 이들의 새끼들로 포화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분양줄 동물원도 없었다.
그럼에도 눈치없는 이 커플은 평소처럼 제 갈길을 갔다. 다음 내용은 민망해서 기사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광주사직동물원에는 요즘 「호남」 「호순」 호랑이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로 연일 초만원. ○○기를 맞은 이들 호랑이 부부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올들어 첫 사랑을 나눈 뒤 하루 평균 70~80차례씩 4~5초 동안 「뜨거운 포옹」을 계속하며 절륜의 ○○을 과시 … 사육사들은 이들 부부가 오늘 10일까지는 사랑을 계속할 것이라고 …(동아일보 1979.09.01.)"
진돗개 젖을 물린 호랑이 새끼, 그리고 해외분양 성공
1980년 2월, <호순>은 또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를 낳았다. 누적집계 24마리. 동양신기록이란다. 하지만 동물원측의 수심은 더욱 깊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수컷 새끼 1마리가 어미의 젖을 물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동물원측에서는 10여일 전 새끼를 낳은 암컷 진돗개의 젖을 짜서 우유와 섞어 먹였고, 시간이 지나자 새끼 호랑이는 직접 진돗개의 젖을 물었다. 개젖을 먹고 자란 호랑이, 그리고 이 진돗개는 다리가 셋뿐인 '삼족구(三足狗)'여서 더욱 이채를 띠었다.
이들 3마리는 계속 기르기도 힘들고 받아줄 동물원도 없어 골칫거리가 되었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법이다. 동물원측은 대만의 대남시(臺南市) 동물원과 교섭하여 이들 3남매를 분양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기록 제조기'·'다산의 여왕' <호순>, 세상을 뜨다
출산 생존율 95.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호순>은 백혈병에 걸려 1981년 2월 1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호남>도 부산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으로 '방출'됐다. 벵갈산 호랑이의 평균수명이 15~20년이라 하니 '다산의 여왕' <호순>도 '장수'하지는 못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로써 "다산의 전통이 끊어"졌지만 "그러나 동물원측은 현재 남아 있는 <호순>이의 3남매가 앞으로 부모의 뒤를 이어 또 다산의 기록을 세울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현재 우치동물원의 호랑이들도 벵갈산이다. '천생연분' <호남>-<호순> 커플의 혈육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