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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익활동가들 살린 '조건 없는 300만 원'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아름다운재단,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 개최

등록 2026.03.27 09:20수정 2026.03.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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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정명희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가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정명희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가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시민사회 최전선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활동가들은 매일 "내가 계속 활동가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묻는다.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 속에서 이들은 번아웃에 빠지고 조용히 이탈을 택한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관계자들은 경력 1~3년 차, 10인 미만 소규모 단체 활동가들에게 '증빙 없는 300만 원'과 '관계망'을 지원한 지난 3년이 시민사회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열린 연구공유회를 찾았다.

사명감으로 진입해 빚과 소진으로 이탈하는 '악순환'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를 발표한 백희원 듣는연구소 연구원은 청년활동가들이 처한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진입할 때는 사명감과 가치관을 가지고 들어가는데, 단체 재정이 열악하니까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람이 부족해 추가 노동을 한다.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아프거나 빚을 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소진되어 이탈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청년활동가들은 작은 조직에서 홍보, 모금, 정책 등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올라운더'가 되지만, 정작 자신의 전문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힌다. 백 연구원은 "왜 해야 하는지 의제는 명확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은 불분명하다"며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데 조직이 작다 보니 내가 잘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순서대로 ▲박래군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 ▲김수진 아름다운재단 모금사업국장 ▲백희원 듣는연구소 연구원 ▲황수경 활동가 ▲현담 디지털정의네트워크 활동가 ▲소라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활동가 등의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순서대로 ▲박래군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 ▲김수진 아름다운재단 모금사업국장 ▲백희원 듣는연구소 연구원 ▲황수경 활동가 ▲현담 디지털정의네트워크 활동가 ▲소라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활동가 등의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이러한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활동가다움'은 오히려 독이 된다. 백 연구원은 활동가로서의 '좋은 삶의 양식'이 부재함을 꼬집었다. 그는 "선배들은 번듯한 집에 살고 차도 있는데, '우리 또래 활동가들만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청년활동가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전했다.

백 연구원은 "안전망 사업은 잠시 숨 돌리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면서도, "청년 활동가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속한 10인 미만 소규모 단체의 조직 자체를 튼튼하게 해주는 지원, 즉 인건비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외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비수도권 활동가의 삼중고…"인맥이 없으면 진입조차 불가"


광주 지역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이어온 황수경 활동가는 비수도권 지역 활동가가 겪는 현실을 폭로했다. 그는 지역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로 인맥을 꼽았다.

황 활동가는 "지역에서 상근 활동가로 진입하는 가장 큰 통로는 여전히 인맥이다. 새로운 자리를 찾을 때도 공고보다는 단체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며, 이는 정보가 없는 신규 활동가나 결혼·육아를 고민하는 여성 활동가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고 꼬집었다.


소규모 단체의 보조금 의존형 구조와 민주적 절차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황 활동가는 "대다수 단체가 보조금을 이용하는데, 정작 실무를 책임지는 상근 활동가가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민주적 의견 개진이 어려운 구조가 활동가의 의욕을 꺾는다"고 토로했다. 지역 내 의제의 '인식 시차' 문제도 컸다. 그가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 모임을 만들었을 때, 주변 선배들은 "왜 쓸데없는 사조직을 만드냐"며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처 속에서도 황 활동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펼칠 때 비로소 가장 큰 효능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현장을 바꿀 세 가지 대안으로 ▲선배들의 기술과 청년들의 새로운 감각이 만나는 '세대 간 동료적 파트너십' ▲인맥을 대체할 '구조적이고 투명한 공적 안전망' 구축 ▲조직의 담장을 넘어 실무 지식을 공유하는 '느슨하지만 상시적인 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란 걸 들킬까 봐"... 2년간 도넛을 굽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유은강 동행 활동가가 '청년활동가를 응원하는 안전망과 연결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유은강 동행 활동가가 '청년활동가를 응원하는 안전망과 연결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공익저널 차종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소라 활동가는 개인적 고백을 통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10년 차 조직 활동가인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는 "사람을 모으고 연락하고 챙기는 돌봄 노동과 실무 사이의 그 무엇이 나의 주특기인데, 이력으로 정리할 만한 성과나 포트폴리오가 없으니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소라 활동가는 인풋 없이 아웃풋만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철저히 개인기에 의지하다 보니 점차 언어가 고갈되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면 어떡하지'하는 불안을 기반으로 한 악몽을 꿨고, 대본도 안 외우고 무대에 오르는 꿈을 꿨다"며 청년활동가들이 겪는 지독한 번아웃과 불안감을 묘사했다. 결국 소진된 그는 활동을 잠시 멈추고 2년 동안 카페에서 도넛을 굽는 등 다른 일 경험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그가 다시 시민사회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선배 여성 활동가들의 지지와 돌봄 덕분이었다. 소라 활동가는 "경제적으로 궁핍하던 20대 때, 무료로 디자인 툴을 가르쳐주고 보조강사 일거리를 쥐여준 선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허리 연차'를 잃고 어리둥절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세대"라며 "스스로 살아남아 허리 연차가 되어, 586세대의 끈끈한 남성 연대를 뛰어넘고,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자본'을 새로 엮어보자"고 호소했다.

신뢰는 '조직의 고민하는 태도'와 '작동하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디지털 정의 네트워크의 7년 차 활동가 현담은 살아남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활동을 지속하게 만든 조건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한 상근비, 재생산을 위한 복지제도, 평등한 조직문화,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효능감을 꼽았다.

현담 활동가가 강조한 것은 단순히 '당장 돈을 많이 달라'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재정이 어려우니 임금을 올릴 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처우를 개선할지 조직 내에서 고민이 이루어지느냐이다. 이런 논의 자체가 조직이 나를 버리지 않고 내 미래에 관심이 있구나를 보여주며 조직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고 짚었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테이블별로 나뉘어 토론하고 있는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테이블별로 나뉘어 토론하고 있는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현담 활동가는 안식월 등 재생산 복지 제도도 지적했다. 그는 "안식월에 제대로 못 쉬거나 조기 복귀하는 사례가 많다. 제도는 조직이 활동가에게 한 약속이며, 사용할 수 없다면 신뢰는 깨진다"며 "연초부터 활동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조직적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 당사자가 무리 없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수평적 조직문화의 실천적 예시로 "2년 동안 꾸준히 저녁 7시 수영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정시 퇴근이 가능한 환경 덕분"이라며 "휴가나 반차 시 이유를 설명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평등함이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현담 활동가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각자 시기에 맞는 역할을 통해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저연차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소진"이라고 경고했다.

증빙 없는 300만 원과 청년활동가들이 원하는 '연결'

동행의 유은강 활동가는 청년활동가들에게 '증빙 없는 300만 원'의 의미와 '관계 자본'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지원 방식이 단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청년활동가의 다양한 욕구를 인정하는 방식"이자 "성과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무조건적 신뢰와 지지의 경험"이었다고 평가하며, "청년활동가의 존재가 곧 임팩트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유 활동가는 "설문조사 결과 사업 참여자의 90%가 공익 활동을 유지하고 동료와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날 진입 경로가 다변화되어 관계 자본이 부족한 청년 활동가들이 고민을 나눌 동료가 없어 조용히 이탈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활동가의 지속가능성은 단지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야 될 과제"라며 "사회적인 책임으로 전환하는 일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언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아름다운재단이 2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공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떠나지 않아도 되는 시민사회를 향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활동가다움'이라는 굴레 속에서, 청년활동가들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자책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증빙 없는 300만 원이라는 조건 없는 신뢰와, 느슨하지만 단단한 동료라는 '관계 자본'을 통해 새로운 생존 방식을 개척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자신을 태우는 이들에게 무작정 사명감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이제 소규모 조직을 지지하며 '떠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둥지'를 내어줘야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공익활동가 #청년 #아름다운재단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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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저널리스트 차종관입니다.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 등을 출입하며 사회변화를 기록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주체적인 죽음 설계,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등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당사자언론을 연구합니다. 대학 내 언론자유 및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시민공익활동에 관한 정책 제안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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