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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발달장애인 언어 표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발달장애 당사자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내 마음에 이름표' 붙이기 훈련

    등록 2026.03.27 14:17수정 2026.03.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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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이 말은 미취학 아동들이 성폭력 안전 교육 시간에 배우는 말이다.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을 하는 그림이 제시되었을 때, 40세~76세의 발달장애 중장년들도 똑같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린 시절 배운 그 상황 언어를 35년에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어휘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표현은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일까?


    지난 25일, C 복지관에서 발달장애 중장년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감정표현 그룹 수업을 진행했다. 필자는 17년 차 언어재활사이다. 발달장애인은 평균적으로 지적 발달 및 언어능력이 미취학~초등 학령기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50세가 넘어도 감정표현은 여전히 '좋아요, 싫어요'로 단순하다.

    이는 고기능 발달장애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요구하기 중심의 의사소통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표현은 긍정적인 표현보다 훨씬 더 어렵다. 부정적인 감정은 외면하고 감추려 하는 성향 강하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더 제한된 것이다.

    복지관의 76세의 최고령 발달장애 당사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뜨개질과 종이접기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고기능 발달장애인이다. 물론 대·소근육의 발달이 언어능력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습 능력이 있은 발달장애인은 언어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그런데 감정표현은 왜 5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발달장애 중장년 그룹 수업
    ▲ 발달장애 중장년 그룹 수업 박이연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은 미취학에서 초등 학령기까지 언어 재활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또래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염려와 한글인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학교에 적응하고, 한글에 익숙해지고, 기본적인 의사 표현이 가능해지는 6학년쯤이 되면 대부분 언어치료를 종결한다. 발달장애인들은 그때까지 배운 어휘와 언어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5세 수준의 어휘와 언어능력을 습득하면 웬만한 일상생활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인 발달장애인도 종종 언어 재활한다. 무발화(말이 아닌 방식으로 소통하는 상태)의 보완대체 의사소통(AAC)훈련 이다. 필자는 무발화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이 좋은 고기능 발달장애인들도 어휘 및 언어능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속적인 언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도움이 되지만, 경고 차원에서의 언어 표현으로는 과하다. 경고의 의미로는 '불편해요' 4음절 표현이 적절하다. 그러나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 '불편해요'라는 단어가 불편하다. 노래하듯 말하는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가 너무 강력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상황과 연령에 따른 적절한 언어 표현은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비장애인과 어울려 사는데 꼭 필요한 기술 중 하나다. 중장년 발달장애인의 연령과 언어능력을 고려한 적합한 어휘로 품위 있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독립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명절에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명절에 뭐해요?'라고 물으면 '혼자 밥 먹어요'라고 말한다. '혼자 밥 먹으면 어때요?'라고 질문을 하면 습관적으로 '좋아요'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부정적 감정표현이 원활한 당사자는 '싫어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싫어요' 표현에는 많은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이때는 '쓸쓸하다. 외롭다. 허전하다. 긴장되다'로 표현하는 것이 발달장애 당사자의 마음을 더 잘 대변해 줄 수 있다. 내 마음에 정확한 이름표를 붙여주는 것, 감정 조절 능력을 위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꾸준히 훈련해야 하고, 혼자서 습득하기도 어렵다.

    비장애인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발달장애인들은 자조 능력 향상과 기본적인 언어능력, 독립을 위한 기초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감정표현 훈련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발달장애 당사자가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좀 더 성숙한 어휘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발달장애인의 당면 과제는 표현 언어의 업그레이드이다.

    필자는 그날, 10여 개의 부정적 단어를 연습한 후, 오늘의 감정에 이름표 달기 과제를 제시했다. 몇몇 발달장애 당사자는 '불안하다, 쓸쓸하다, 긴장되다, 허전하다'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피드백이 바로 산출되어 놀랐다. 어쩌면 이 단어들은 독거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숨겨진 부정적인 감정들을 대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떨 때 불안하세요?"
    "집에 혼자 있을 때 불안해요."

    "왜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중장년 발달장애인 감정표현
    ▲ 중장년 발달장애인 감정표현 박이연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그럴 때 감정에 이름표를 달아주면,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고,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라는 감정에는 억울함, 자존심이 상함, 미움, 창피함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다. 기저의 핵심 감정에도 이름표 붙여야 감정이 해소될 수 있다.

    "억울해서 화가나."

    그러나 발달장애 당사자 혼자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감정표현 훈련을 위해서는 부모를 비롯한 치료사 및 사회복지사의 세심한 관찰과 도움이 필요하다. 발달장애 당사자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그에 따라 슬프고 힘들 수 있다.

    때로는 우울하고 무기력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혹은 감정 상태어를 알지 못해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발달장애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터부시되지 않았으면 한다.

    비장애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언어 및 태도가 성숙해진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유아 수준의 언어를 사용해도 된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학습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은 연령과 언어 수준에 맞는 적절한 어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폐스펙트럼 특성 중 하나인 단조로운 말투나 억양을 고치거나 복잡한 언어구사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필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연령과 언어 수준에 맞는 발전된 언어 표현으로 그들의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h20514)
    #성인발달장애인 #감정표현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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