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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처우로 백의종군...' 이런 계약서, 아직도 있습니다

[청년센터 괜찮은가요 ①] 수탁업체 변경된 이후, 서울청년센터 마포에서 벌어진 일

등록 2026.03.31 09:25수정 2026.03.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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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공공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민간위탁 기관이 존재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사업을 민간 업체를 선정하여 맡기는 것(수탁)이다. 공공이 직접 하기 어려운 사업을 대신 수행하고, 보다 유연하게 사업을 집행하여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등의 역할을 한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청년정책에서도 이러한 민간위탁 방식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위탁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노동권을 보장할 책임을 지자체와 업체가 서로 떠넘기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업체가 변경되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모두 승계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청년센터 마포의 수탁업체가 M장학회로 변경되었다. 가이드라인과 서울시 지침을 따랐다면,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 '... 하급자가 업무상의 지시에 반대할 경우 보안상 가능한 경우에는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이나 한 번에 그칠 것이며, 반대의 언행이 과하거나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적극적으로 인사 조치를 행하겠습니다.'

- '... 본인이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거나 대내외적 상황의 변화에 기인하여 본인에게 부여한 직급 직책을 회수할 경우 이를 존중하며, 집행위원(국원) 또는 팀원에게 해당하는 처우(최저임금에 준하는 기본급)를 기본으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일할 것입니다.'

- '본인은 구성원으로서 가족 전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업무에 임합니다. 추후 가족 동반 행사 등이 있을 경우 가족과 함께 적극 참여하겠습니다.'

노동자 입장에선 이런 계약서에 서명을 해도 괜찮은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른 직원들은 서명했지만, 직원 A는 계약서 내용에 대해서 더 검토해 보고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A의 일터는 지옥이 되었다.

M장학회 측이 제시한 근로계약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근로계약서.
▲M장학회 측이 제시한 근로계약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근로계약서. 청년유니온

그 이후 마포 청년센터는 지옥이 되었다

A가 청년센터에서 일한 지 5년째다. 그 사이에 수탁 업체가 바뀐 적도 있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서명하지 않으면 당장 출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고, 그 다음 날이었던 주말에는 공문으로 "고용승계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입사[합격] 취소"라고 보내왔다.

이후 진행된 면담에서 업체 측 인사 등이 계약서 조항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가 계약서에 대한 노무사 의견서를 제출하자 보복성의 대응이 시작됐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업체 측 인사는 휴대전화를 끌 것을 요구하며, 2시간에 걸쳐 면담을 했는데 A씨는 이 과정에서도 인격 모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업체 측 인사는 A의 근무 장소를 인포데스크로 지정했는데, 이는 원래 매니저 업무를 수행하던 A씨에게 공개적 모욕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인격 침해적인 근로계약서 강요와 이를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이 사실이라면, 이는 고용승계 의무를 어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마포구는 인권 침해 계약서의 일부 조항을 단순 삭선하고 서명하도록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거의 한 달이 되어서 구의회의 문제제기를 받고서야 고용노동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기존 직원들은 업체와 임금이나 전자 결재 시스템 접속 문제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 결국 고용이 승계되었던 매니저 4명 전원이 퇴사를 결정했다.

서울청년센터 마포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 청년유니온이 수탁기관과 마포구,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청년센터 마포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 청년유니온이 수탁기관과 마포구,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정말로 서울시와 마포구는 책임을 다했나?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청년센터가 청년을 괴롭히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26일, A는 난생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나섰고, 여러 문제들을 증언했다.

서울시 측은 기자회견 다음날인 27일, '팩트브리핑'을 통해 "서울시는 청년센터 종사자 제보에 즉시 대응하였으며, 종사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적극 추진 중"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서울시는 "마포 서울청년센터는 마포구에서 설치 및 운영하는 시설로 서울시는 자치구에 청년센터 운영 예산 일부를 보조하는 기관"이라면서도 "다만, 서울시는 청년의 권익향상 등을 위해 해당 제보 접수 즉시 마포구에 근로계약 위법 해소,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근로자 보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여러 차례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에 따라 근로계약 위법성 관련 사항은 시정 요구 이후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최근 추가 제기된 임금 체불 제보에 대해서도 마포구에 즉시 시정 요구하여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마포구는 "지침상 고용승계 권고 기준은 25% 이상이지만, 마포구는 이보다 훨씬 높은 80% 이상 고용승계를 이행했다"면서, 기존 직원들의 "퇴직은 이직이나 진로 선택 등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업체 측은 MBN과의 인터뷰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 업무 배치를 했고, 그 당시에 A씨가 직무 배치에 응하지 않았던 거다.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계셨으니까"라며 오히려 A가 '새로 부임한 센터장을 따돌려 격리조치를 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관련 보도] "황당 계약서 거부하자 업무배제…청년 울린 청년센터").

그러나 당사자들은 괴롭힘이 퇴사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당사자들은 아니라는데, 개인의 자발적인 퇴사라고 여겨지는 상황이다. 청년유니온은 직원들이 괴롭힘으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면, 명백하게 고용승계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판단한다.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를 어긴 것으로 계약해지까지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에 나섰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만의 문제일까.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민간위탁 기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공공의 자원으로 호가호위하며 노동권을 침해하는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청년유니온에서 [전국 청년센터 종사자 노동권 침해 제보센터]를 운영합니다. 청년센터에서 일했거나 일하면서 부당한 경험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작성해주세요!
https://bit.ly/youthcenterhotline
#근로계약서 #직장내괴롭힘 #민간위탁 #서울청년센터 #직장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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