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2026년 총회 개최… "권리를 위해 싸워 나간다"

"13명의 죽음…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이주노조는 다시 싸움을 선언했다"

등록 2026.03.29 17:15수정 2026.03.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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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올해 들어서만 13명(3월 23일 기준)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산업재해, 열악한 주거환경,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이들의 죽음은 예외가 아니라 반복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직, 이주노동조합(이주노조)이 29일 오후 2시, 서울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동에서 2026년 총회를 열고 5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총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올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참석자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동지들의 삶과 죽음을 마음에 새겼다.

2026년 이주노조총회 묵념의 시간 2026년 3월 29일 오후 2시, 이주노조 총회의 시작은,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2026년 이주노조총회 묵념의 시간 2026년 3월 29일 오후 2시, 이주노조 총회의 시작은,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최정규

이어 다양한 노동·인권 단체들의 연대 메시지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조합원장을 비롯해 성서공단 노동조합, 금속노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경기이주평등연대,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 등 각 단체들은 이주노동자의 권리 투쟁이 한국 사회 전체의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흔들림 없는 연대를 약속했다. 특히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혜정 수석 부본부장은 발언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라며,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이주노동자와의 연대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영된 투쟁활동 영상은 이주노조의 지난 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단속과 추방의 위협 속에서도 거리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이어져 온 투쟁의 장면들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영상이 끝난 뒤, 총회장은 조용한 결의로 채워졌다. 과거의 투쟁을 기억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환경 개선, 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고, 그 구조적 위험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뚜안 씨의 컨베이어벨트 사망 사고는 그 단적인 사례다. 작업 중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결국 문제는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그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주노조의 존재는 단순한 이해집단을 넘어, 현장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통로다. 이주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이주노조는 창립 단계부터 법적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출발해야 했고, 설립 신고는 반복적으로 거부되었으며, 조합 활동은 단속과 추방의 위협 속에서 이어졌다. 법적 인정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견뎌냈다. 8년 동안 심리를 이어간 대법원은 2015년, 노동자 여부는 체류자격이 아니라 실제로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아,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 이후 이주노조는 공식적으로 설립 신고가 받아들여지며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고, 이는 노동권이 국적이나 체류자격에 따라 제한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한국 사회 인권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주노조는 이 날, 총회를 마무리 하며 특별결의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사업장이동의 완전한 자유, 인간다운 기숙사 보장, 산재사고 근절, 임금체불 근절, 인종차별 철폐, 농어업노동자 차별 철폐, 여성노동권 보장, 미등록 체류권 보장 등 모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워 나간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권리는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싸워 나간다"는 특별별의문 내용은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법은 쟁취된 것이며, 세상에서 효력을 갖는 모든 법규는 반항하는 자들을 억누르고 쟁취했어야 했고...

그들의 결의처럼,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이 땅에서 쟁취되어 실제의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권리는 기다린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싸움을 통해서만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의 일원으로, 법률지원을 통해 이주노조와 연대하고 있다.
#이주노조 #우리는죽으러오지않았다 #이주노조2026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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