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겨울, 천막농성장
박은영
천막농성장에서 보낸 8번의 계절. 세종 천막농성장은 우리의 투쟁본부이자 동지들과 만나는 집 이었다.
계절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름은 특히 장마와 더위로 혹독한 계절이기도 했다. 푹 찌는 더위를 맨몸으로 견뎌냈고, 장마는 차마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그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쏟아내리는 비에 넘치는 강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이 차오르기 전에 천막의 이런저런 집기들을 가지고 올라오면 머리카락 사이, 주머니 등에서 곤충들이 기어나왔다. 함께 장마를 대피한 동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라운드 골프장 위까지 물이 훌쩍 차버릴 때는 두렵기도 했다. 자연의 힘을 조절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었다.
그 간 6개의 천막을 떠나보냈다. 비에 잠기는 천막을 보면서, 우리는 수문이 닫혔을 때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절대 수문을 닫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 자리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수문이 닫혀도 끝까지 저항할 거라고 몇 번씩 다짐하기도 했다. 배를 타겠다, 끈으로 몸을 묶어서 버티겠다 하면서 나눴던 대화들이 기억난다. 그렇게 진지하게 우리는 싸워야 했고, 그렇게 버텨왔다.
15년이 넘게 싸워 온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투쟁을 돌아보면 승리와 패배를 반복해왔다. 이명박 운하사업을 막았다고 판단했을 때, 4대강사업이 등장해 결국 16개 보가 건설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을 때, 모두가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그 흐름을 끊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성과는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거세고 끈질기게 우리를 던져 저항하는 순간들이고, 그 순간들이 우리에게 '완전한 승리' 일 것이다. 주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의 끈질긴 마음 그 자체가 승리일 뿐이다.
2만여 명의 발걸음, 연대의 힘

▲ 함께 강의 친구들이 되어준 동지들
보철거시민행동

▲ 4대강 16개 보 철거 촉구 1차 전국결의대회
보철거시민행동

▲ 농성하는 와중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열었던 전국 생명지킴이대회
보철거시민행동
2만명의 동지들. 매일 세보기를 포기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농성장을 찾아주었다. 첫 기자회견이 열린 5월 30일부터 지금까지 농성을 하면서 뭔가 부족했던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고마운 손길들이 이어졌고,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주었다. 강이 결국 흐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넘어 수많은 시민들의 염원이고 바람이었다.
매일 밤 야간당번을 맡아서 해주던 손길들, 금요일밤마다 천막을 떠들석하게 했던 금요동지들, 기자회견과 집회 때마다 손을 빌려주신 세종보철거를원하는시민대책위 회원들 등 사실 얼굴도 이름도 이곳에 다 쓸 수 없도록 많은 이들이 이 농성을 같이 해왔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달려와서 농성장 활동가들을 살폈고, 손을 거들어 천막의 망가진 곳을 보수하고 튼튼히 했다.
방송을 보고 위치를 몰라 금강스포츠공원을 떠돌다가 겨우 찾고는 음료 하나만 던져주고 후다닥 가버린 대구 시민, 인근 아파트에 산다며 수문 닫히면 안 된다고 힘내라고 생수를 전해주고 간 주민분들도 기억한다. 혹여나 금방 이 농성장이 철거되지 않을까 맘을 졸였던 때라 얼굴도 모르는 그 분들이 두고 간 마음 또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 해단식 위 풍경
박은영
천막이 모두 거두어진 자리를 바라보니 처음 이 곳으로 들어왔던 2024년 4월 29일로 돌아간 듯 하다. 하지만 이 자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무것도 없지만 꽉 채워져 충만하게 보이는 풍경이다.
금강은 여전히 농성장이다. 녹색천막은 없지만, 그 농성은 생명들이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라니가 순한 눈으로 아이들과 두 발로 뛰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고 아이들을 키우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들이 두 발로 '촤악~' 수영 연습을 하면서, 밤이면 너구리가 슬그머니 나와 강가를 헤매며 농성을 이어갈 것이다. 할미새들의 연약해 보이는 짹짹거림은 한두리대교를 울리는 누구보다 강한 구호다. 어쩌면 이 농성은 처음부터 생명들이 이어오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농성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결코 금강을 떠날 수 없다. 그 곳이 삶의 터전인 생명들의 농성에 연대해야 하므로,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날 때 울려퍼지던 새들의 노랫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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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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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들이 이어갈 천막농성... 끝났지만, 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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