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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동겉절이 다음은 갓, 갓입니다

    봄철 갓은 겨울보다 부드럽고 단맛... 겉절이와 김치 모두 맛있어

    등록 2026.03.31 16:03수정 2026.03.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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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문을 나서니 맑은 새벽공기와 함께 앞마당의 꽃향기가 아침을 반긴다. 낮 최고 기온이 20도가 되어 산수유, 매화, 동백, 백목련, 개나리, 수선화까지 꽃의 향연이다. 달콤한 향기에 여행 갔던 벌과 나비도 돌아왔다. 아름답고 화려한 키다리 아저씨 꽃들 사이에 가녀린 봄동 꽃이 '나도 꽃'이라며 얼굴을 내밀었다.

     꽃의 향연 속에 희고 고운 백목련의 자태가 아름답다.
    ▲ 꽃의 향연 속에 희고 고운 백목련의 자태가 아름답다. 이지현
     왼쪽 사진은 갓 꽃이고 오른쪽은 봄동 꽃이다.
    ▲ 왼쪽 사진은 갓 꽃이고 오른쪽은 봄동 꽃이다. 이지현

    올해 3월 텃밭 대장 봄동이 유난히 많은 사랑을 받았고 4월의 달력을 넘기며 이제 갓이 주인공이 되었다. 봄동과 갓은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봄동은 10월~11월에 노지에 파종해서 봄에 수확하는 배추를 말한다. 텃밭에서는 김장배추를 심었는데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서 김장용으로 선택받지 못하고 겨울을 난 배추까지 봄동이라고 한다.


    갓은 십자화과 식물로 유지 관리가 어렵지 않은 2년생 작물로, 울산 태화강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갓꽃 군락지가 있다. 수분을 좋아하고 파종 시기도 봄부터 가을까지 선택할 수 있어 초보 농부도 재배하기 좋은 작물이다.

    가을에 파종했지만 김장철에 선택받지 못한 갓이 이듬해 3월부터 봄동과 함께 텃밭의 대장이 되어 그 존재감이 놀랍다. 봄동 맛이 이미 검증된 것처럼 봄철 갓은 겨울보다 부드럽고 단맛이 있어 어린 갓은 쌈 채소에 곁들여도 좋고, 겉절이와 갓김치를 담을 수 있다.

    봄동과 봄철 갓이 유난히 맛이 있는 것은 긴 겨울을 견디어 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패딩에, 장갑의 도움으로 겨울을 보낼 때 그들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이겨냈다. 김장용 배추는 추위에 겉 잎을 하나씩 포기하면서 속 잎을 지켜 봄동이 되었다. 겨울을 이겨낸 봄철 텃밭 채소에 쪽파도 포함되며 봄철 파김치가 1년 중 가장 맛있는 이유다.

    그 쪽파까지 뽑아서 오늘 갓김치를 담았다. 갓김치는 봄동 김치와 같이 고소한 단맛이 있으면서 갓 특유의 알싸한 맛이 별미다. 봄철 갓김치는 갓이 한 뼘 정도 자랐을 때가 좋다. 곧 꽃대가 올라오기 때문인데 덕분에 김장철보다 훨씬 부드러운 장점이 있다. 겉걸이처럼 바로 먹어도 좋고, 잘 익혀서 고기와 함께 하면 더욱 좋다. 한 통 가득한 갓김치 덕분에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갓김치
    ▲ 갓김치 이지현

    갓은 3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위해 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굵은 목줄기가 위로 올라오면서 점점 가늘어지고, 키는 무럭무럭 자라서 내 무릎을 지나 허리까지 넘어선다. 4월 초에는 꽃이피어 마치 유채밭 속에 갇힌 것 같다. 꽃으로만 보면 봄동 꽃, 갓 꽃, 유채꽃을 구분하기 어렵다.


    모두 노란 색깔에 십자화과 식물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울타리 밖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유채밭이라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경작이 불편한 울타리 주변에 파종해도 맛있는 갓 수확과 함께 노오란 꽃밭의 행복까지 즐길 수 있다.

     유채 꽃 같지만 텃밭에 핀 갓 꽃이다
    ▲ 유채 꽃 같지만 텃밭에 핀 갓 꽃이다 이지현

    겨울을 이긴 봄동과 갓이 다음 세대를 위해 앙증맞고 야무지게 꽃을 피우는 것이 대견하다. 꽃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피지만 봄에 피는 꽃이 유난히 반갑고 아름다운 것은 혹독한 겨울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의 삶도 순간 순간 소중하고 아름답지만 어려운 상황을 딛고 서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이 텃밭에서 저 여린 풀들을 보면서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배우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텃밭에서 희망을 읽고 감사와 기다림을 배운다. 작년 봄 기온의 일교차가 큰 탓에 꽃들이 냉해를 입어 아쉬웠는데 요즘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찍 개화한 저 예쁜 꽃들이 냉해 없이 결실을 잘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봄 #꽃 #벌 #봄동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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