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4.3희생자유족과의 오찬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모습
KTV 제공 영상 갈무리
<조선일보>가 30일 사설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 폭력 범죄 시효 폐지'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제주 4·3 사건을 '남로당의 반란'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에서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 민사상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해 살아있는 한 끝까지 형사 책임을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X(구 트위터)에도 "국가 폭력 범죄 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30일 사설에서 "과거사에 대한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는 고문 기술자에 대한 훈포장 박탈처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4·3 사건과 여순 사건 모두 남로당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지난 2003년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과 차이를 보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4·3 사건을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에는 남로당 봉기 이전 경찰과 우익 청년 단체의 탄압이 존재했습니다. 사건의 핵심 역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주민 희생에 있습니다. 과연 '남로당의 반란'이라는 표현이 4·3 사건의 전체 맥락과 본질을 다 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끝나지 않은 2차 가해... 다시 등장한 '서북청년단'

▲ 2023년 제주 시청 조형물 앞 도로변에 걸린 4·3 왜곡 현수막
임병도
4·3 사건의 성격을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이념적 프레임은 유족들에겐 '2차 가해'일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일부 극우 보수 정당들은 제주 전역에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의 왜곡 현수막 수십 장을 내걸어 도민 사회의 공분을 샀습니다. 당시 4·3 관련 단체들은 "제주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더 나아가 같은 해 4월 3일 추념식 당일에는 '서북청년단'의 이름을 딴 단체가 4·3 평화공원 앞에 등장해 유족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화해와 상생을 위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단체 관계자는 사전에 자신의 SNS에 "좌익해방구의 심장부에서 휘날리는 서청의 깃발 아래 어떤 역사가 쓰이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급기야 피해자인 유족들이 가해 단체의 깃발을 든 이들에게 퍼포먼스를 자제해 달라고 읍소하는 참담한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서북청년단 깃발에 제주도민이 아연실색한 이유는, 이들이 4·3 사건 당시 자행한 참혹한 민간인 학살 피해 때문입니다. 1947년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제주로 들어온 서북청년단을 비롯한 우익 단체와 토벌대는 진압 과정에서 이념과 무관한 노인, 부녀자, 어린아이 등 다수의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 왜곡과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환영사에서 4·3 사건의 왜곡과 폄훼를 막기 위해 명확한 처벌 조항을 담은 특별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김한규·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명예훼손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일각의 반발에 부딪혀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반인도적 국가 폭력에 시효란 없다... "나치 전범 처벌과 같아"

▲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후 방명록에 적은 글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29일 X에 "이유 없이 죽창에 찔리고 카빈총에 맞고 생매장당해 죽은 원혼들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습니다. 또한 오찬에서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 재입법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국가 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그런 일이 생기면 '나치 전범' 처벌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집단 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국제법적 보편 원칙을 언급합니다. 국가 공권력이 개입된 범죄에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시효를 적용할 경우, 극우 단체의 역사 왜곡 현수막이나 서북청년단 집회처럼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줘 유사한 국가 폭력과 2차 가해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일어난 지 80년이 돼가는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가려질 리도 없다"며 시효 배제가 또 다른 분란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폭력 사건의 온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거사 관련 단체 등은 국가 범죄에 시효를 폐지하는 것이 사회적 분열이 아닌 사법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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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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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발언 다룬 <조선> 사설, 제주 4·3이 '남로당 반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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