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이후 10여년 만... 농월정, 다시 관광명소로 뜨다

함양 기록 다시 읽기(1)_복원사업 착수 후 화림동계곡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아... 정자 문화의 진수

등록 2026.03.30 15:51수정 2026.03.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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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시간은 하루하루 쌓이며 만들어진다. 주간함양은 특정 월을 기준으로 과거 같은 달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과거 기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현장과 분위기를 되짚어보고, 지금의 변화와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지역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무엇이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하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해 그달의 함양을 다시 펼쳐보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역의 현재를 읽어보고자 한다.[기자말]
2014년 3월 31일자 주간함양 보도

3월의 함양을 되짚어보면, 화림동계곡의 상징과도 같은 농월정이 다시 세워지기 시작한 시점이 떠오른다. 2014년 3월, 화재로 사라졌던 농월정 복원사업이 첫발을 내디디며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함양군은 2014년 3월 28일 안의면 월림리 일원에서 지역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월정 복원사업 안전기원제를 열고 공사의 시작을 알렸다. 200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농월정이 소실된 이후 10년 5개월여 만이었다. 오랜 시간 복원이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이날 행사는 단순한 착공식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 풀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농월정은 화림동계곡에서도 가장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정자로, '달을 희롱하며 풍류를 즐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조선 선조 때 예조참판과 관찰사를 지낸 박명부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낙향해 지은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1899년 현재의 형태로 완성됐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이곳을 찾으며 풍류를 즐겼던 함양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2003년 10월 13일자 주간함양 보도
2003년 10월 13일자 주간함양 보도 주간함양

하지만 2003년 화재로 인해 정자가 전소되면서 농월정은 한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지역을 대표하던 명소가 사라지자 관광객 감소와 함께 농월정 일대의 상권 침체도 이어졌다. 이후 복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부지 소유 문제와 여러 행정적 절차가 얽히며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환점은 2013년이었다. 농월정 부지 소유주인 박씨 문중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서 영구사용승낙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복원사업이 구체화됐다. 2014년 3월 착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이어졌던 논의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복원은 단순한 재건이 아닌 '원형복원' 방식으로 추진됐다. 화재 이전의 모습을 최대한 되살리기 위해 경상대학교 교수의 실측자료를 바탕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또한 문화재 전문 복원업체가 공사를 맡아 전통 양식과 구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총 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그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됐다.


이와 함께 총 80억 원 규모의 관광지 조성사업이 병행되면서, 농월정 일대는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 휴양관광지로의 변화를 목표로 삼았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복원사업과 관광단지 정비가 맞물리며 침체됐던 관광 활성화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농월정 복원, 지역 관광의 전환점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26년 3월, 농월정은 다시 함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의면에서 전북 장수군으로 이어지는 국도 26호선을 따라 약 4km 들어가면 굽이치는 계곡과 어우러진 농월정을 만날 수 있다. 아담한 마을과 계곡, 그리고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은 과거의 명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굽이치며 흐르며 형성된 계곡으로, '8담 8정'의 경관을 이루는 곳이다. 예로부터 정자 문화의 보고로 불려왔으며, 지금도 농월정을 비롯해 여러 고풍스러운 정자들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농월정은 가장 화려한 자연미를 지닌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농월정은 단순한 경관을 넘어 선비 문화와 풍류 사상이 깃든 장소로 의미를 지닌다. 과거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이곳을 찾았던 것처럼, 현재도 함양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화림동계곡 따라 이어지는 발걸음

농월정을 중심으로 한 화림동계곡 일대는 자연경관과 함께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 누구나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물소리와 숲길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길은 서하면 거연정에서 안의면 오리숲까지 이어지며, 곳곳에 자리한 정자와 마을을 지나며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옛 선비들이 즐겼던 자연과 풍류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을철 단풍이 물드는 시기에는 탐방객이 크게 늘어나며, 관련 걷기행사도 열리고 있다. 반면 평일에는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가 유지돼 조용히 자연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도 적합한 공간으로 꼽힌다.

2014년 3월 시작된 농월정 복원사업은 단순히 하나의 정자를 다시 세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라졌던 지역의 상징을 되살리고, 관광과 문화 자원을 다시 연결하는 계기가 됐다. 그해 그 달의 선택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화림동계곡을 찾는 수많은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김경민)에도 실렸습니다.
#함양 #기록 #다시 #읽기(1) #불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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