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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4.01 11:01수정 2026.04.01 11:0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문화센터에서 드럼을 배우는 중이다. 50대 남자 강사님은 40대인 나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중학생 딸과 함께 수업을 들어 그리 부르는 모양이다. 아이 학교나 학원에서 'OO 어머니'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드럼을 배우겠다고 온 내게 그 호칭은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어머니'는 어린 학생들과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드럼 초급반 4개월 수업을 마쳤다. 다음 달 강좌 신청을 위해 강사님께 조심스레 질문했다.
"저 다음 달에 중급 신청하면 될까요?"
"그냥 계세요."
월반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답변이었다. 다음 분기 첫 수업 날, 많이 달라진 공기에 움찔했다. 된장찌개처럼 구수하고 푸근한 느낌이었다. 흰 머리칼이 멋스러운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반 정도였다. 강사님의 얼굴도 더욱 온화해지셨다. 가르치는 방식도 지난 분기보다 훨씬 천천히, 친절해지셨다. 원래 스틱 잡는 법이나 손발이 엉키면 눈에서 '애정의 총알'이 날아들었는데 같은 분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워지셨다.
어르신들과 함께 배운 드럼 수업

▲드럼 드럼수업 중
우재인
"운동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나이 들면 박자감 느려지는 게 당연합니다."
강사님의 수업 목표가 '편안한 운동'으로 바뀌면서 나에게도 평온이 찾아왔다. 지적 받을 일이 없었다. 강사님은 어르신들 봐주기도 바빠 보였다. 상황을 지켜보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4개월 만에 '어머니'에서 '젊은이'가 된 것도, '열등생'에서 '우등생'이 된 기분도 좋았다. 우등생이 자기주도 반복 학습을 하는 동안, 어르신들은 집중 관리를 받으셨다. 말로 설명해서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두 손을 부딪치며 직접 몸으로 설명하시기 시작했다.
"남대문에서 물건 팔 때 하는 '골라! 골라!' 그 박자라 생각하시고 따라 하세요."
그 모습을 보는데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지난 분기에 메트로놈을 켜놓고 박자감을 익히라던 그 분 맞나 싶었다.
"박자를 입으로 따라 하세요. '둠.치.따.치', '오.왼.오.왼', 'R.L.R.L'... 그게 힘들면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렇게요."
'할.아.버.지'를 부르는 할아버지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포기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어르신들에게 용기를 주며 다독이는 강사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드럼 연주를 해서인지 상대적 우월 효과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그 반에서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느려도 좋고, 놓쳐도 좋다

▲드럼초급수업 드럼 스틱과 교본
우재인
"이제 가셔도 됩니다."
나를 비롯한 수강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그때였다.
"어르신들은 나머지 공부하셔야 하니 남으세요."
강사님은 어르신들에게 더 알려주고 싶은 열정이 가득해 보였고, 나는 입가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어르신들도 그 상황에 허허 웃으시며 자리를 지키셨다. 이게 어른들의 여유인가 배움에 대한 열망인가 깨닫는 순간이었다. 머릿속에 남대문 시장 멋쟁이들의 '힙'한 드럼 연주 모습을 상상해 본다.
"뚬치따치! 골라! 골라! 마음대로 골라!"
옷을 사면 음표 같은 콩나물은 덤으로 줄 것 같은 훈훈한 시장 풍경에 입맛이 개운해진다. 느려도 좋고, 놓쳐도 좋다. 포기하지 않으면 배움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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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골라' 박자로 '둠치따치', 드럼 수업이 구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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