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가정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촬영할 수 없어 농촌지역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소각 모습으로 대체함
주보람
마을 곳곳에서 목을 찌르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봉투를 구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불법 소각'이었다. 과태료 부과 대상임을 모를 리 없지만, 어르신들은 마당 깊숙한 곳이나 공무원들이 퇴근한 야심한 시각을 틈타 감시망을 교묘히 피한다.
사실 이전에도 소각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2주에 한 번 보일까 말까 했던 쓰레기 소각 연기가, 종량제봉투 대란 이후에는 거의 매일 마을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일시적 일탈이었던 불법 소각이 어느새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연기 속에 섞인 내용물이다.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 등 절대로 타서는 안 될 것들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불길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활의 불편을 넘어선 심각한 건강과 환경의 위협이다. 플라스틱 연소 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발암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 이 연기는 조용한 살인자나 다름없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불붙은 사재기 심리를 잠재우지 못한 행정력이 담장 너머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소각까지 일일이 막아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중동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라는 거대 담론이, 도시에서는 '구매의 불편'으로, 행정에서는 '수급 관리의 문제'로, 그리고 농촌에서는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라는 실존적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량제 봉투 한 장에 담긴 가치가 이토록 무거웠던 적이 있었나.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실타래를 풀 핵심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있다. 국제 정세의 불안이 곧장 사재기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발생한 결핍이 다시 환경 파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이 굴레를 끊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쌓아둔 봉투 더미가 누군가에겐 생존의 위협이 되고, 귀찮다는 이유로 피워 올린 검은 연기는 공동체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종량제 봉투 한 장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품절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시민적 연대를 발휘해야 한다.
사재기라는 공포에 굴복하기보다 이웃을 배려하고, 당장의 불편함을 불법으로 해결하지 않는 태도. 그 성숙한 마음가짐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파고보다 더 무섭게 몰아치는 '쓰봉 대란'의 매캐한 연기를 걷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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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 한 장의 무게, 시골에선 '조용한 살인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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