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서 한전 송전선로 설명회... 질문·항의 쏟아낸 주민들

'일방적 추진' 지적... '한전 측 답변 미진' 비판도

등록 2026.03.31 17:37수정 2026.03.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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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오전 10시, 순창군 금과면 생활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 아래 한전)의 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신광주-신임실 345킬로볼트(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한전 측과 지역 주민의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개최된 이번 설명회에는 지역 주민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초고압 송전선로가 순창군 금과면 10개 마을 앞을 통과한다는 결정에 지역 주민이 폭발했고, 한전 관계자들을 향해 지역 주민의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한전 관계자들이 순창군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들이 순창군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김경준

​이번 설명회는 새로 선임된 김형만 주민대표가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노선이 결정됐다"라고 주장하며, 한전 측에 설명회를 요구해 마련된 자리다. 김형만 주민대표는 한전 입지선정위원회(아래 입지선정위) 위원을 맡고 있다.

오전 11시 30분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이날 설명회는 순창군 주민의 쏟아지는 질문 등으로 예정 시간을 1시간 넘긴 오후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경준

주민들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 주민 의견을 듣겠다는 것"

​설명회 초반부터 주민들의 비판은 거셌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순창군 금과면 방축리의 한 주민은 "설명회 한 번도 없이 금과면 10개 마을 앞으로 거대 철탑이 지나간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금과 주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포함된 입지선정위원회라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만들고 주민을 설득해야지, 선호도 조사를 마치자마자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경우냐"며 한전의 송전선로 건설사업 진행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순창군 금과면 아미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고장이라서 왔는데 이사 가야 할 것 같다"라며,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 주민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주민을 기만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전력공사가 마련한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한전 관계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마련한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한전 관계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경준

입지선정위원회 투표 결과 '과반수 미달' 논란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는 노선을 결정한 입지선정위 투표 과정의 문제도 제기됐다. 입지선정위 투표 결과를 묻는 주민들의 질문에 한전 측은 "비(B) 대역 29표, 에이(A) 대역 26표, 기권 2표"라고 답변했다.


​이에 장내에서는 즉각 "입지선정위 총원이 61명인데 (비 대역) 29표면 과반수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지적 등이 이어졌다.

한전 측은 뒤늦게 당일에 참석한 위원 수가 총원과 달랐다고 설명했으나, 이 수에도 혼선이 생겨 주민들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왜 자꾸 답변이 바뀌냐"라며 한전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질의응답을 주재한 김형만 주민대표는 이 과정을 지켜본 뒤 "당시 회의록 결과를 오늘 중으로 즉각 제출하라"고 한전 관계자를 압박하며 불투명한 행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한전 측은 4월 10일과 16일, 각각 2, 3차 설명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소는 순창군 금과면 생활체육관으로 동일하다. 2차 설명회에서는 지중화와 우회 노선 등 주민 요구사항에 대한 한전의 책임 있는 답변이 요구되고 있다. 금과면 주민들은 한전 부장이 참여한 1차 설명회와는 달리 2차 설명회 때는 결정권을 가진 '처장'급 인사의 참석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들과 순창군 주민이 참여하는 345kv 신광주-신임실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가 3월 30일, 순창군 금과면 생활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들과 순창군 주민이 참여하는 345kv 신광주-신임실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가 3월 30일, 순창군 금과면 생활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경준

전북도지사 후보들도 현재의 송전선로 건설 방식에 문제 제기

6월 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전북도지사 후보들도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송전' 중심에서 '입지'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라며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기업들이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내려오게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최근 이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유가 급등을 두고 '재생에너지로의 대대적 전환'과 '전기요금 차등제'의 조속한 현실화를 강조하셨다"라며 "정부와의 합리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우리 도민의 정당한 권익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중재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 기업이 전력을 찾아 내려오는 '에너지 지산지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안호영 의원은 "지금 방식의 송전망 계획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송전탑 갈등의 본질은 서남해안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끌어가기 위한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을 비롯한 전남·충청·경기 남부까지 전국 공동대책위가 꾸려졌다는 건 단순한 민원 수준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잘못 설계됐다는 신호"라며 "전기는 생산지에서 쓰는 '지산지소' 원칙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원택 의원도 비슷한 문제 의식과 해결책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전북) 도민에게 일방적 부담을 지우는 초고압 송전망 건설 계획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송전망 건설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인데, 대안은 '지산지소'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우선 사용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이 방향을 줄곧 강조해 오고 있다"라며 "서남해안 재생에너지는 수도권 일방 송전이 아니라 우리지역 새만금과 국가산단, 농공단지 등에서 활용하는 전북 중심 전력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열린순창에도 실립니다.열린순창은 전북 순창군에 있는 주간신문입니다.
#순창군 #한국전력공사 #전북특별자치도 #송전선로 #주민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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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에 거주하는 김경준입니다. 순창군과 중동 지역의 뉴스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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