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뒷부리도요가 곧 수라갯벌로 돌아온다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④] 뉴질랜드에서 수라갯벌까지

등록 2026.04.01 09:34수정 2026.04.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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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을 찾아서, 수라갯벌과 뉴질랜드를 잇-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월 25일 뉴질랜드 황아누이에서 열리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으로 향하는 한국 방문단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기자말]

AJD AJD라는 인식표를 달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약 20살로 추정하고 있다. 매해 같은날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것으로 관찰되어서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는 환송식을 진행한다.
▲AJD AJD라는 인식표를 달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약 20살로 추정하고 있다. 매해 같은날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것으로 관찰되어서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는 환송식을 진행한다. 한선남

3월 25일이면 황아누이 갯벌에서 AJD라는 인식표를 달고 있는 큰뒷부리도요가 알래스카를 향해 출발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뉴질랜드까지 가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황아누이 공동체가 큰뒷부리도요의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는 환송식을 갖는다는 소식을 알게 된 후였다. 새 하나에 왜 사람들은 정성을 모을까. 궁금했다.

우리가 기다리던 3월 25일, AJD는 출발하지 않았다. 오랜시간 관찰해온 폴 깁슨 선생님은 큰뒷부리도요의 비행 경로에 큰 비와 강풍이 3, 4일간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AJD와 큰뒷부리도요 무리가 출발을 미룬 것 같다고 했다.

10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유롭게 먹이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큰뒷부리도요를 봤다. 이들이 기상예보를 어디선가 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상상황을 알고 있을까, 혹은 모르고 있을까 그 무엇도 알 순 없지만 여유 있게 사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26일 한국으로 가기 위해 황아누이를 떠나야 했기에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었다.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에서 매년 3월 25일 열리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 이날 AJD는 떠나지 않았지만 함께 마음을 모아 큰뒷부리도요의 대양주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은 전달 되었을 것이다.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에서 매년 3월 25일 열리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 이날 AJD는 떠나지 않았지만 함께 마음을 모아 큰뒷부리도요의 대양주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은 전달 되었을 것이다. 이명재

25일 저녁이 되자 큰 바람이 불어왔고 26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을 앞둔 우리들에게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 식구들이 우리를 다시 한 번 황아누이 강가로 안내했다.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기도가 강 건너편까지 울려퍼졌다. 마오리언어로 진행되는 기도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안전하게 한국까지 돌아가고 언제든 다시 집으로 오라'는 마음이 강을 따라 마음에 닿았다. 황아누이 강 하구 갯벌에 자리잡은 AJD에게도 같은 기도가 닿았을 것이다.

오클랜드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북쪽으로 하루종일 이동하는 내내 강풍과 비바람이 불었다. 25일 큰뒷부리도요들이 출발했다면 일주일간의 긴 여행 첫날부터 체력을 소진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한국으로 가는 내내 큰 바람은 비행기를 휘청이게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AJD와 큰뒷부리도의 출발 소식을 계속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황아누이 강 하구에 모여 큰뒷부리도요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황아누이쿠아카공동체는 한국팀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기도해 줬다. 황아누이에서 5일간의 일정을 함께 한 마오리공동체와 함께
▲한국으로 떠나기 전 황아누이쿠아카공동체는 한국팀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기도해 줬다. 황아누이에서 5일간의 일정을 함께 한 마오리공동체와 함께 Billy

30일 절반정도인 15개체가 해가 진 후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소 20살이 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AJD는 함께 가지 않았다. 이쯤되니 AJD가 은퇴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겨울이 다가오는 뉴질랜드에서 월동이 가능할까? 갈 수 없을 만큼 노화한 것일까? 추측과 걱정으로 하루를 더 보냈다. 31일 오후 AJD와 남아있던 7-8 개체가 마지막으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일 황하누이 갯벌을 찾은 사람들은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며 이들을 환송했다고 한다.

마오리사람들은 선조들이 배를 타고 뉴질랜드에 도착했다고 했다.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갈지 모를 때 하늘을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를 이정표 삼아 구름에 둘러싸인 곳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에 도착했다고 한다. 마오리 사람들에게 조상이자, 인생의 스승, 삶의 이정표가 되는 큰뒷부리도요는 이제 일주일간의 긴 여행을 시작했다.


황아누이에서 출발한 것은 25개체이지만 뉴질랜드전역에서 출발하는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약 7만 5천개체로 추정한다고 한다. 이들은 알래스카로 향하는 긴 여정 중 단 한번 휴식을 취하는데 그곳이 중국과 한국이 공유하고 있는 황해다. 한국 서해안, 그중에서도 새만금 갯벌은 이들의 중요한 서식처이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갯벌이 개발로 사라지고 새만금 개발은 이들에게 가장 결정적인 생존의 위협이 되었다.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 황아누이강 하구에서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 긴 여행을 준비한다.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 황아누이강 하구에서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 긴 여행을 준비한다. 한선남

누군가에게는 조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정표가 되고 있는 큰뒷부리도요가 한국으로 오고 있다. 우리는 큰뒷부리도요의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며 수라갯벌에서 매일 백배와 기도를 올리고 있다. 뉴질랜드와 한국 그리고 알래스카를 잇는 큰뒷부리도요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의 서식처인 수라갯벌을 생각한다. 새만금 신공항이 지어지게 되면 이들이 겪게될 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큰뒷부리도요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는 어디에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 최후의 보루 법원에서 현재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 항소심에서 정부는 1297중 3명만 원고 적격으로 판단했던 공항 인근지역의 주민들마저 원고로서 적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년간 수라갯벌의 가치를 알리고 60여종에 달하는 법정보호종을 모니터링하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 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과 같은 사람도 원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의 기도행렬 3월 25일, 뉴질랜드에서 AJD 환송식이 열리던 시간에 한국 수라갯벌에서는 큰뒷부리도요의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는 기도가 시작됐다. 4월 3일까지 매일 아침 7시 수라갯벌에서의 기도가 계속된다.
▲한국에서의 기도행렬 3월 25일, 뉴질랜드에서 AJD 환송식이 열리던 시간에 한국 수라갯벌에서는 큰뒷부리도요의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는 기도가 시작됐다. 4월 3일까지 매일 아침 7시 수라갯벌에서의 기도가 계속된다. 이재각

그러나 무안공항 참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철새 서식처에 지어지는 공항으로 인한 피해는 해당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국책사업에 대해 국민이 문제제기 할 수 없다면, 수라갯벌에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법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를 말이다.

4월 4일 수라갯벌에서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큰뒷부리도요를 환영하려 한다. 한국사회에서 큰뒷부리도요는 어떤 의미일까. 조상일까, 삶의 이정표일까, 인생의 스승일까. 큰뒷부리도요가 저 멀리 뉴질랜드에서 가지고 온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덧붙임
4월 4일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에 함께할 사람은 아래 링크로 신청하면 된다.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참가신청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큰뒷부리도요들이 한국 도착을 마칠 즈음 수라갯벌에서 환영식이 열린다. 새만금과 금강일대에서 큰뒷부리도요를 관찰하고 직접 찾아 나선다
▲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큰뒷부리도요들이 한국 도착을 마칠 즈음 수라갯벌에서 환영식이 열린다. 새만금과 금강일대에서 큰뒷부리도요를 관찰하고 직접 찾아 나선다 한선남


#새만금신공항백지화 #큰뒷부리도요를찾아서 #수라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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