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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는 건 다 맛있지, 오늘 저녁은 무조건 이겁니다

액젓 없어 봄동비빔밥 대신 만든 봄동전... 아삭아삭한 식감에 자꾸 손이 가네요

등록 2026.04.01 09:53수정 2026.04.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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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예쁜 봄동
▲꽃처럼 예쁜 봄동 유영숙

유행이 참 무섭다. 두쫀쿠가 한바탕 요란하게 지나가더니 요즘 봄동 비빔밥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나는 유행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데도 요즘 동네 마트를 지날 때면 노란 속살을 드러내며 유혹하는 봄동에 자꾸 눈이 간다. 거기다 비싸지도 않아 한번 만들어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덥석 봄동 한 포기를 시장바구니에 담았다.

친정엄마는 음식을 잘 만드셨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 일하는 나를 대신해서 거의 10년 동안 손자들을 돌봐주시고 살림까지 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들 손자 두 명 돌보는 것도 힘드셨을 텐데 살림까지 해 주셨으니 많이 힘드셨을 거다. 나도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어 이제야 친정엄마의 힘드셨음이 마음 깊이 느껴진다. 그래도 한 번도 "힘들다"라고 이야기 안 하시고 즐겁게 지내셨다. 성격이 긍정적이시고 늘 유쾌하신 분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감사하다.


친정 엄마표 봄동 비빔밥, 사랑이었다

나는 손이 많이 가는 나물류는 정말 큰맘 먹어야 하는데 친정엄마는 "엄마, 미나리무침 해 먹을까?"라고 말하면 퇴근하고 오면 미나리무침이 식탁에 올라왔다. 정말 친정엄마는 나물도 김치류도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잘 만드셨다.

늘 봄이면 김장 김치가 지겨울 때가 된다. 그러면 봄동을 사서 상큼하게 봄동 겉절이를 만들어주셨다. 양념을 눈짐작으로 대충 넣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간이 딱 맞았다. 나는 비빔밥을 좋아해서 뜨거운 밥에 봄동 겉절이를 넣고 달걀프라이도 하나 넣고 고소한 참기름도 한 바퀴 둘러 맛있게 비벼 먹었다.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친정 엄마표 봄동 비빔밥은 사랑이었다.

손글씨 레시피 노트 퇴직하고 쓰기 시작한 손글씨 레시피 노트가 벌써 두 권째다.
▲손글씨 레시피 노트 퇴직하고 쓰기 시작한 손글씨 레시피 노트가 벌써 두 권째다. 유영숙

나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친정엄마처럼 음식을 뚝딱 만들진 못한다. 새로운 요리할 때마다 손글씨 레시피를 꼼꼼하게 적어두고, 요리할 때 레시피 노트를 펼쳐서 옆에 두고,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계량해서 요리한다. 대신 실패할 확률은 적다. 퇴직하며 쓴 손글씨 레시피 노트가 벌써 두 권째다.

오늘도 봄동 겉절이를 만들려고 레시피 노트를 펼쳐서 확인하며 양념을 하나씩 꺼내서 싱크대에 올려놓았는데 "어라!" 액젓이 없었다. 내 성격상 레시피 노트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액젓이 없어서 고민되었다. 고민하다가 봄동 겉절이는 액젓을 사서 나중에 만들고, 오늘은 봄동을 배추 전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추 전과 미나리 전 재료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자주 만들어 먹는다.
▲배추 전과 미나리 전 재료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자주 만들어 먹는다. 유영숙

나는 전 부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채소전을 좋아한다. 겨울이면 알배추로 배추전을 자주 부쳐 먹고, 향긋한 미나리전도 자주 부쳐 먹는다. 봄에 쑥이 나오면 쑥전도 부쳐 먹는다. 배추전은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달걀만 있으면 가능하고, 미나리전은 더 간단해서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만 있으면 가능하다. 식사 전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 맛도 좋아서 남편도 좋아한다(참고 기사 : 미나리전과 어울리는 수육, 이러면 세상 간단합니다 ).

봄동 비빔밥 대신 봄동 전


봄동 전은 오늘 처음 만들어 보았다. 봄동도 배추 종류이니 배추 전 요리 방법대로 해보았다.

(우리 집 봄동 전 만드는 법)

1. 봄동 끝부분을 잘라서 한 잎 한 잎 깨끗하게 씻는다. 10분 정도 물에 담가두었다가 씻으면 봄동 잎에 붙은 흙 등이 잘 씻어진다. 겉껍질과 안쪽에 있는 작은 잎은 사용하지 않고 따로 두었다가 된장국 끓일 때나 샐러드에 사용한다.

2. 배추전 할 때처럼 봄동 뒷면을 두꺼운 쪽만 칼등으로 살살 두드려주고, 소금을 정말 조금만 뿌려준다. 짜면 맛이 없다.

소금 살살 뿌려놓은 봄동
▲소금 살살 뿌려놓은 봄동 유영숙

3. 쟁반에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일대일로 섞어 놓는다(튀김가루가 없으면 부침가루만 사용해도 된다). 오늘은 봄동 하나로 듬뿍 두 숟가락씩 섞었다.

4. 달걀을 잘 풀어놓는다. 달걀 다섯 개를 풀은 달걀물에 맛술과 참치 액젓을 반 숟가락씩 넣고 잘 섞는다.

5. 봄동 앞뒤로 가루를 꼭꼭 눌러 골고루 묻게 하고 두껍지 않게 가루를 털어준다. 달걀물이 잘 묻게 하려는 거라서 골고루 묻게 하는 것이 좋다.

가루 묻혀 놓은 봄동
▲가루 묻혀 놓은 봄동 유영숙

6. 가루 묻힌 봄동을 달걀물에 적셔서 프라이팬에서 부친다. 이때 달걀이 흐르지 않게 털어주면 달걀물이 얇게 묻는다. 식용유만 넣어도 되는데 고소하게 먹으려고 식용유와 들기름을 2대 1로 섞어서 지져낸다. 달걀을 입혀서 부치는 거라서 중간 불로 해서 타지 않게 한다.

봄동 전 중불에서 타지 않게 부친다.
▲봄동 전 중불에서 타지 않게 부친다. 유영숙

7. 양념간장에 찍어 먹어도 되는데 소금을 조금 뿌려 준 거라 간이 맞아서 우린 그냥 먹었다.

완성된 봄동 전
▲완성된 봄동 전 유영숙

오늘 저녁상의 주인공은 봄동전이다. 봄동전은 배추 전보다 아삭아삭한 식감이라서 정말 맛있었다. 자꾸 손이 간다. 남편도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해준다. 봄동 속 작은 잎과 바깥의 큰 잎은 된장국으로 끓였다. 봄동 전과 함께 먹는 된장국도 맛있었다. 오늘 봄동 비빔밥은 먹지 못했지만, 봄동전으로도 행복한 봄 밥상을 차렸다.

요즘 봄이라서 봄나물 등 음식 재료가 마트에 많이 나온다. 우리 집은 매끼 식사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당근과 오이를 잘라서 쌈장에 찍어 먹는다. 요즘 오이와 당근이 정말 맛있어서 입맛을 돋워준다. 내일도 마트에 건강한 봄 밥상에 올릴 봄나물을 찾으러 가 봐야겠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봄이 참 좋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봄동 #봄동비빔밥 #봄동전 #봄나물 #봄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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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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