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서천에서 만난 노랑발도요
이경호
여전히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삼성기름유출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을 통해 기름 오염 문제를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 해안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오염 조류의 상당수는 이런 대형 사고와 무관하다. 선박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유출, 항만 주변의 잔존 오염,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로의 배출이 누적되며 만들어진 '일상적 오염'의 결과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거의 기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형 사고는 사회적 관심과 함께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만,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오염으로 인한 폐사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피해의 규모와 원인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책 역시 만들어지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개체가, 어떤 이유로 죽어가는지 알 수 없다면 대응은 불가능하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하고 있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등은 해양 조류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런 피해에 대한 조사결과들을 정리해가고 있다. 야생동물 피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여전히 큰 사고가 발생해야만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생명들은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 기름에 젖은 새를 마주할 때마다 구조하고 싶은 마음은 절박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야생동물은 인간의 접근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전문 장비와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구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남는 것은 기록뿐이다. 그리고 그 기록이 쌓일 때 비로소 사회는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해안의 조류조사에서 오염 개체를 기록하는 항목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어 해안에서 발견되는 오염 및 폐사 조류를 신고하고 수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민 참여 기반의 모니터링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당장 실행 가능한 최소한의 조치이기도 하다.
기름에 젖은 새가 다시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구조와 세척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물로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특수 세정제를 이용해 깃털 구조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 오염물만 제거해야 한다. 세척 후에도 깃털의 방수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모니터링과 함께 이런 시스템의 준비도 필요하다.
군산 바다에서 만난 갈매기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특별하지 않기에 반복되고, 쉽게 잊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오염은 생태계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알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어떤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던 죽음을 드러내는 첫 번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오염으로 인해 차가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우리의 관리 체계를 다시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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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묻은 괭이갈매기가 보여준 '보이지 않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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