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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 묻은 괭이갈매기가 보여준 '보이지 않는 죽음'

    일상적 해양오염으로 폐사하는 조류... 모니터링 체계 마련 시급

    등록 2026.04.01 10:52수정 2026.04.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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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거대한 기름유출 사고에는 분노하고 기억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작은 오염에는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 바다에 쓰레기가 넘처나는 이유도 비슷한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듯 하다.

    군산 앞바다에서 만난 한 마리 괭이갈매기는 바로 그 무감각의 결과처럼 보였다. 지난 3월 31일, 군산 해안에서 관찰된 갈매기 한 마리는 쉼 없이 부리로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정상적인 몸단장이 아니었다. 원래 백색이어야 할 깃털 곳곳에는 검은 기름때가 눌어붙어 있었고, 아무리 정리해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엉겨 있었다. 살아는 있었지만, 이미 생존의 조건은 무너진 상태였다.

     3월 31일 군산에서 만난 기름 묻은 괭이갈매기
    3월 31일 군산에서 만난 기름 묻은 괭이갈매기 이경호

    조류에게 깃털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다. 방수와 보온, 그리고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생존의 핵심 구조다. 깃털의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는 방수와 보온 등에 핵심역할을 하며, 평소 자신의 몸에서 분비되는 기름으로 깃털을 관리하며 이 기능을 강화하고 유지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입된 석유계 오염물질은 이 정교한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기름이 묻은 깃털은 서로 뭉쳐 방수 기능을 잃고, 그 사이로 차가운 바닷물이 스며든다. 피부가 노출되면 체온 유지를 위해 평소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먹이 활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에너지만 고갈되니 결국 탈진과 굶주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여기에 더해 오염된 깃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름을 섭취하게 되며, 이는 내부 장기 손상으로 이어진다. 군산에서 발견된 괭이갈매기는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것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일 가능성이 크다.

    기름에 오염된 조류는 외부의 물리적 피해와 내부의 독성 피해를 동시에 겪으며, 구조되지 않을 경우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개체들이 대부분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름 묻은 괭이갈매기가 더욱 무겁고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것이 일상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이미 여러차례 기름과 이물질이 묻은 바닷새들을 만나왔다.

     2018년 강화도에서 만난 괭이갈매기
    2018년 강화도에서 만난 괭이갈매기 이경호
     2022년 서천에서 만난 노랑발도요
    2022년 서천에서 만난 노랑발도요 이경호

    여전히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삼성기름유출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을 통해 기름 오염 문제를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 해안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오염 조류의 상당수는 이런 대형 사고와 무관하다. 선박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유출, 항만 주변의 잔존 오염,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로의 배출이 누적되며 만들어진 '일상적 오염'의 결과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거의 기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형 사고는 사회적 관심과 함께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만,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오염으로 인한 폐사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피해의 규모와 원인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책 역시 만들어지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개체가, 어떤 이유로 죽어가는지 알 수 없다면 대응은 불가능하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하고 있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등은 해양 조류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런 피해에 대한 조사결과들을 정리해가고 있다. 야생동물 피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여전히 큰 사고가 발생해야만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생명들은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 기름에 젖은 새를 마주할 때마다 구조하고 싶은 마음은 절박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야생동물은 인간의 접근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전문 장비와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구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남는 것은 기록뿐이다. 그리고 그 기록이 쌓일 때 비로소 사회는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해안의 조류조사에서 오염 개체를 기록하는 항목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어 해안에서 발견되는 오염 및 폐사 조류를 신고하고 수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민 참여 기반의 모니터링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당장 실행 가능한 최소한의 조치이기도 하다.

    기름에 젖은 새가 다시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구조와 세척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물로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특수 세정제를 이용해 깃털 구조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 오염물만 제거해야 한다. 세척 후에도 깃털의 방수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모니터링과 함께 이런 시스템의 준비도 필요하다.

    군산 바다에서 만난 갈매기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특별하지 않기에 반복되고, 쉽게 잊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오염은 생태계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알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어떤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던 죽음을 드러내는 첫 번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오염으로 인해 차가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우리의 관리 체계를 다시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괭이갈매기 #기름유출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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