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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타자기로 글 쓰는 학생들, 교수가 의도한 것

코넬대학교 그릿 마티아스 펠프스 교수의 실험... "깊게 몰입하는 모습 인상적"

등록 2026.04.13 14:28수정 2026.04.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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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 강의 시간에 타자기로 수업을 했다는 소식에 타자기 덕후로서 기쁜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인공지능 시대에 고민해야 할 교육 문제였습니다.[기자말]
지난 3월 31일 미국 AP통신의 기사를 인용해 '아날로그 타자기로 과제 작성하는 미 대학생들'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미국 뉴욕주 이타카에 소재한 코넬대학교 그릿 마티아스 펠프스(Grit Matthias Phelps)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타자기로 직접 과제를 작성하도록 했다. 오래된 타자기를 사용한 이런 수업 방식은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방식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펠프스 교수가 이런 수업 방식을 취한 이면에 있는 교육적 철학이나 본질적인 고민까지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타자기로 독일어 과제를 작성중인 학생들 펠프스교수가 준비한 타자기로 학생들이 글쓰기 과제를 작성중이다.
▲타자기로 독일어 과제를 작성중인 학생들 펠프스교수가 준비한 타자기로 학생들이 글쓰기 과제를 작성중이다. Grit Matthias Phelps

그래서 지난 4일, 펠프스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메일이 도달하는 데는 불과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펠프스 교수가 메일을 곧바로 확인하였다. 학교가 가장 바쁜 시기여서 금요일(10일)까지 답변을 주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리고 약속한 금요일에 그녀의 서면 인터뷰 회신이 도착했다. 타자기를 활용하는 그녀의 수업은 단순히 '타자기'라는 아날로그 도구의 활용보다 우리의 미래 세대가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타자기로 글쓰기, 완전히 새로운 경험

코넬대학교 그릿 마티아스 펠프스 교수 코넬대학교 홈페이지에 소개된 펠프스 교수의 사진
▲코넬대학교 그릿 마티아스 펠프스 교수 코넬대학교 홈페이지에 소개된 펠프스 교수의 사진 Grit Matthias Phelps

펠프스 교수는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글과 음성 자료를 모아 전자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이 포트폴리오에는 수업 과정을 통해 학생이 성장한 과정과 성찰이 담긴다.

그런데 2023년 봄부터 최근 몇 년 사이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과제물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배우지도 않은 완벽한 문법구조의 독일어 문장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반면 학생들이 틀린 문장을 고치며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가는 성찰의 과정은 사라지게 되었다.


펠프스 교수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더 이상 읽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준 완벽한 문장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평가할 수 있는 변별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면 인터뷰에서 타자기를 수업에 활용하면서 느끼는 효능감과 타자기를 활용한 아날로그 글쓰기에 대한 가치에 대해 질문했다.

"'효율성(efficacy)'과 '아날로그'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반의어(oxymoron)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점이 핵심입니다. 아날로그 글쓰기는 '쓰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화면 속 그 어떤 방해 요소 없이 오직 타자기와 나만 존재할 수 있죠. 또한 주변의 모든 이들이 각자 자신에게 집중하며 스마트 기기에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는 상태로 함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매우 순수한 사회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펠프스 교수의 답변은 필자에게도 큰 공감을 주었다. 펠프스 교수가 강조하는 타자기 수업의 핵심은 '불편함'이다. 한 번 종이에 찍힌 글자는 지울 수 없다. 오타가 나면 'X'를 쳐서 지우거나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깊이 고민하고, 자신의 실수를 대면하며,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종이 위에 새기게 된다.

아날로그 방식의 글쓰기 과제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매우 놀라지만, 결론적으로 학생들은 펠프스 교수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타자기가 생각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때때로 좌절하는 학생도 있지만, 펠프스 교수는 이 또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타자기를 사용한 후로 느낀 변화점으로 펠프스 교수는 "타자기를 칠 때 학생들은 매우 사교적인 분위기가 되며, 학생들이 깊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했다.

펠프스교수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타자기 사용법을 직접 시연해 줄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타자기 사용자에게는 당연한 것들, 예를 들어 '삭제 버튼이 없다'거나 '줄 끝에 도달하면 기계가 멈춘다'는 사실 등을 학생들에게 미리 일러줘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혹시 타자기 작동의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여분의 타자기도 준비해 다고 한다.

그 무엇도 맹목적으로 믿지 마시길

타자기가 준비된 수업 공간 펠프스교수의 타자기가 보관된 근처 수업을 위해 빌린 공간에 학생들이 와서 과제 작성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타자기가 준비된 수업 공간 펠프스교수의 타자기가 보관된 근처 수업을 위해 빌린 공간에 학생들이 와서 과제 작성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Grit Matthias Phelps

계속해서 타자기를 활용한 수업과 과제 작성을 이어갈지? 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지 물었다. 펠프스 교수는 지금까지 학기당 한 번 아날로그 텍스트를 작성했으나, 만약에 타자기를 상시적으로 설치해 둘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타자기를 활용한 수업은 학교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타자기 구입에 대한 지원이 일부 있었으나, 대부분의 타자기는 그녀가 직접 중고로 구매해 둔 그녀의 소장품들이었다. 수업을 위해 많은 수의 타자기를 혼자 학교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타자기가 보관된 장소 근처의 공간을 빌려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학교 내에 타자기를 상설 비치가 가능한 강의실이 주어져서 그녀의 수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펠프스 교수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남겼다.

"우선, 그 무엇도 맹목적으로 믿지 마십시오.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세요. '내가 왜 이 도구를 사용하는가?', '이것이 정말 도구인가, 아니면 그저 편리함에 중독된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또한 단 며칠, 몇 주, 혹은 한 달이라도 '디지털 디톡스' 기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타자기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펠프스 교수의 서면 인터뷰 전문은 브런치스토리 매거진에 실린 글에 첨부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GRITMATTHIASPHELPS #그릿마티아스펠프스 #타자기 #TYPEWRITER #인공지능시대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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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삶을 꿈꾸었으나, 문화 행정영역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다. 노동 외에 타자기 연구하는 덕후이자 수집가로 한글문화와 '육아' 까지 3가지 영역에서 각각의 페르소나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현재 브런치 스토리에서 타자기에 대한 글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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