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천 1 학생들이 역곡천을 건너고 있다.
김서앶
세 번의 수업을 거치며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나왔다. 같은 나무인데,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랐다. 이 비교는 교사가 유도한 것이 아니다. 세 공간을 직접 걸으며 나무를 재고 관찰한 아이들이 스스로 도달한 인식이다.
"학교에는 비교적 작고 비슷한 종류의 나무가 많았고, 공원에는 큰 나무가 많았고, 역곡천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역곡천이 가장 인상 깊었다." - 소감지 중 고은결 (3학년 1반)
"역곡천에서는 자연이 주가 된 느낌이어서 '진짜'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 소감지 중 김서윤 (3학년 2반)
한 학생이 소감지에 쓴 '진짜'라는 단어가 눈에 걸렸다. 학교 화단의 나무는 '가짜'가 아니다. 하지만 공사로 뒤엎어진 땅 위에 심어진 나무와, 하천 옆에서 오래 자리를 잡고 자란 나무 사이의 차이를 이 학생은 감각적으로 구분해낸 것이다. 토양과 시간과 생태계의 맥락이 나무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용어는 몰라도 몸으로 이해한 셈이다.
강사는 세 번의 수업을 거치며 아이들에게서 한 가지 변화를 봤다. "첫 수업으로 교내 나무를 조사할 때만 해도 학생들이 결과치를 빨리 내려고 시도하였으나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이 반복되면서 제법 진지한 관찰자의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숫자를 채우는 것에서 나무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과제 수행에서 관찰로. 그 전환이 3주 사이에 일어났다.
"나무의 키와 수관폭, 나뭇둘레를 측정해 보면서 나무와 친해진 것 같아서 즐거웠다." - 소감지 중 송시은 (3학년 2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수업이 끝나고 소감지를 걷었다. 손으로 눌러쓴 문장들을 읽다가 몇 번 멈췄다.
"수업 전에는 자연환경을 풍경 전체로 봤다면, 수업을 들은 후에는 나무가 하나하나 보이게 됐다." - 소감지 중 공소연 (3학년 1반)
"수업을 듣고 나서 나무가 눈에 잘 띄게 됐다. 나무의 기둥을 보고 나무가 아프지 않은지, 나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 소감지 중 송시은 (3학년 2반)
'풍경 전체'에서 '하나하나'로. '보이지 않던 것'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 공소연 학생과 송시은 학생의 말은 같은 것을 가리킨다. 이름을 알고, 키를 재고, 상태를 확인한 뒤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관계가 생긴 것이다. 이것이 세 번의 수업이 남긴 것이다.
이 수업을 위해 협력한 이승훈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은 생태감수성 교육을 더 긴 흐름의 시작점으로 본다. 그는 "생태감수성 교육이 학교 안팎의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을 탐구하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에너지전환이나 세계시민교육과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곡천 버드나무는 오늘도, 앞으로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내일도 그 나무를 알아보고 관심을 가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3주 동안, 이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나무를 올려다봤고, 키를 쟀고, 이름을 지어줬다.
이번 수업을 담당했던 옥길새길중학교 환경 교과 선생님은 수업 이후 학교 공간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나무와 관계를 맺고 측정 및 관찰하는 활동 및 학교 안과 밖의 생태를 비교하는 활동 등을 통해 나무를 학교의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각각의 생명체로서 다시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나무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도 관련된 활동을 찾고 계속 해나가고자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은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매일 지나치던 나무 한 그루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것. 그 나무가 말라 있다는 걸 알아채는 것. 그 알아챔이 쌓일 때 비로소 생태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해당 소감지의 내용이 기사에 반영될 수 있음을 사전에 고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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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원에서 미디어와 담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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