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 중인 지적장애인 A씨(19세)는 어렸을 때부터 발달이 느려 언어치료를 받았고,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어 초등학교 6학년인 2018년 장애 등록 신청을 하여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다. 6년 후인 2024년, A씨는 재판정을 위하여 지능검사를 다시 받았고, 웩슬러 지능검사상 지적장애 등록 기준(지능지수 70 이하)을 충족하는 결과(지능지수 66)가 나와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와 관련 서류를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 제출했다.
지자체 담당자는 절차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에 A씨의 장애정도에 관한 심사를 의뢰했고, 국민연금공단은 A씨의 지능검사 소항목 지표 간 유의미한 편차(언어이해 86, 처리속도 55)가 확인되는 점, 치료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씨가 장애정도판정기준 상의 지적장애정도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렸다.
지자체는 국민연금공단의 심사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6월 A씨에 대하여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하였고, A씨는 이에 이의신청하였으나 이의신청 역시 비슷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A씨는 2024년 10월 법원에 위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 장애정도판정기준[보건복지부고시 제2023-42호] 6. 지적장애 판정기준 중 일부 발췌 |
라. 판정개요 (1) 지적장애는 웩슬러 지능검사 등 개인용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얻은 지능지수에 따라 판단하며, 사회적 기능, 임상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인 장애정도를 판정한다. |
약 1년 반 동안 계속된 소송 끝에 인천지방법원은 2026년 3월 27일 원고의 장애정도를 판단함에 있어 서류만으로만 판단한 국민연금공단 자문의사들의 심사 결과보다 원고를 직접 관찰한 주치의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피고 행정청의 원고에 대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최초 장애 등록 후 특수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24년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을 받아 등록장애인이 아니게 되어 어떠한 복지 서비스도 받지 못하던 A씨는 이 판결로 다시 장애 등록이 가능해졌다. 소송 진행 중 특수학교를 졸업한 A씨는 장애인복지관도 이용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었다.
A씨를 5년 이상 임상적으로 관찰한 A씨의 주치의는 A씨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보아도 지적장애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고, A씨를 지도한 교사도 '(A씨는) 표현 언어에 제한이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 독립적으로 공공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워한다. 지적장애가 맞다고 판단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A씨를 만나본 사람들은 모두 일관되게 A씨가 지적장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A씨가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A씨를 만나보지 않은 국민연금공단의 자문회의뿐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명 이상의 자문의사가 참여한 의학자문회의에서 장애정도를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대면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연금공단 자문회의가 대면 심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적고,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의사소통 능력, 자조 능력 등을 평가할 필요성이 높은 발달장애(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심사에서도 대면심사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적장애 심사에서 대부분의 경우 공단의 자문의사들은 장애 정도 심사용 진단서, 심리평가보고서, 초중고 생활기록부, 의무기록사본 등의 서류만을 가지고 장애 정도를 판단하고 있다. 이때 해당 서류에 조금이라도 장애 당사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면 공단의 자문회의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당사자가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지자체에 보낸다. 그러면 행정청은 공단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계적으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내린다.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절차는 별로 다르지 않다. 이의신청 시에도 공단이 대면심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처음 신청했을 때와 다른 자문의사들이 사안을 심사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의신청에서도 결과가 바뀌지 않고 당사자는 행정소송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송으로 나아가는 경우 비용이 발생함은 당연하고, 승소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은 기다려야 된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다. 위 A씨도 소송 중 어떠한 장애인 복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어 어머니가 모든 돌봄을 떠안아야만 했다. 장애 당사자가 장애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A씨 사건 이전에도 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장애 심사에 있어서 국민연금공단 자문의사들의 서면심사보다 장애 당사자를 직접 관찰한 주치의의 판단을 우선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적장애가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계속하여 나오고 있다.
법원도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정도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 당사자가 소송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국민연금공단이 심사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시급해 보인다. 행정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필자는 국민연금공단 국민제안에 이와 관련하여 제안을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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