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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로 주문하기 어려웠던 카페에 다시 갔더니

[썼으면 고쳐야지] 까다로움의 이면

등록 2026.05.16 15:59수정 2026.05.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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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기자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오마이뉴스

커피는 맛있지만 선뜻 발걸음이 향하지 않는 동네 카페가 있다. 소위 자기만의 '쪼'가 있는 사장님 때문이다. 이곳에선 손님의 취향보다 사장님의 고집과 커피에 대한 철학이 우선이다.

가령, 아이스 라테에 얼음을 적게 넣어 달라 거나, 뜨거운 라테에 우유를 조금만 넣어 달라고 하면 사장님 표정이 바뀌었다. 얼음 양도, 우유 양도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한 사장님만의 레시피가 있는 모양인데 손님의 취향대로 바꾸는 게 영 내키지 않으신가 보다. "그렇게 하면 맛이..." 하면서 부연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까다로운 손님과 카페 사장

처음엔 그 포스에 쫄아서 "아 그래요? 그럼 원래 하시던 대로 주세요"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늘 얼음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밍밍한 라테를 먹어야 하는 곤욕이란. 자신만의 커피 맛을 지키고 싶은 사장님 입장도 존중하지만, 내 돈 주고 사 먹는 건데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내 마음도 소중해서 자주 가게 되진 않았다. 특히 아이스 라테를 먹을 때는.

한동안 그 카페에 갈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 오랜만에 들르게 됐다. 그새 주문 방식이 키오스크로 바뀌어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는데 다른 카페에서는 못 보던 필수 옵션이 보였다. 바로 우유의 '온도'였다.

55도씨 추천
60도씨 0
65도씨 비추천

우유 온도가 옵션으로 있는 카페 키오스크를 처음 봤다. 참 사장님다운 옵션이라고 생각하며 온도 55도씨를 습관처럼 눌렀다(사장님 추천이라잖나). 여기서 잠깐, 평소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주문할 때 나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행동 모드를 취한다.

▲ 커피를 식히려고 뚜껑을 연다(빨리 마시고 싶을 때) ▲ 뚜껑을 닫은 채로 좀 식혔다 먹는다(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 뚜껑이 닫힌 채로 조심조심 맛을 보려다가 혀나 입천장을 덴다.


그날 손에 받아 든 55도씨 커피는 뚜껑을 열지 않은 채 마셔도 입안에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게 또 좀 아쉬웠다. 커피가 금세 식어버려서다. 다음에는 60도씨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하다 그만 웃음이 났다. 사장님이 참 까다롭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나도 참 까다로운 손님일 수 있겠다 싶어서.

까다로울수록 성장한다


'까다롭다'는 말의 유의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깔깔하다 / 난해하다 / 만만찮다 / 모나다 / 복잡하다 / 어렵다 / 힘들다 / 까슬까슬하다' 등이 나온다. 이처럼 나는 '까다롭다'는 말이 상대를 꽤 성가시게 하는, 그래서 피하면 좋은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생각이 깨졌다. 이번에도 <무쇠소녀단2> 때문이다.

지난번 연재 "날아오는 수많은 '글' 주먹, 이렇게 피했다"(https://omn.kr/2hypa)에서도 언급했던 실전 스파링 이후 가진 '전력 분석 시간'. 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녹화 영상을 함께 보면서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했는데, 그때 나온 배우 금새록의 전력 분석은 이랬다.

금새록 : (시작과 동시에 원투 공격 영상을 보며) 투가 너무 컸나?

감독 : 앞발의 중심이 너무 들려 가지고 투 동작이 너무 크게 나갔어요. 그러니까 뒤에 방어가 안 되는 거예요. 요런 것들을 보고 아, 내가 긴장을 했구나, 알고 고쳐 나가야 하는 겁니다. (상대 공격 시 몸의 중심 유지) 스텝은 조금 부족하지만, 자세 공격은 매우 안정적이에요. 왼손잡이 상대는 까다로운 선수예요.

금새록 : 저도 저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 스텝과 백을 좀 더 연습해서...

감독 : 그럼 본인이 엄청 까다로운 선수가 되는 거지.

박지현 : 까다로운 거 다 흡수해 버리자.

이때 나는 까다로움에 대한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나의 까다로움도, 상대의 까다로움도 어떤 면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가급적 피하고 싶은 말로 여겼던 '까다로움'을 "다 흡수해 버리자"라고 한 배우 박지현의 말도 새롭게 들렸다. 모난 것 같은 '까다로움'이 갑자기 둥글둥글해졌달까? 한껏 안아버리고 싶을 만큼?

내가 글을 검토하면서 필자에게 확인했던 내용들이 생각났다.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참 귀찮고 없어도 별문제 없을 것 같은데 까다롭게 구네 싶은 것들. 이를테면 '한동안 아르바이트라는 게 어느 정도의 기간을 말하는 건가요?', '숟가락을 얹어봤다고 하시는데, 뭘 뜻하는 건가요?', '제일 힘든 구역에서 승진하지 못한 셈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일까요?' 등 시점, 비유의 정확한 뜻 확인, 맥락 확인, 이렇게 단정해도 되는 것인지, 근거가 무엇인지 등등.

물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한 분들도 있었지만 스스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쨌든 글을 쓴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다른 여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이므로. 결정은 글쓴이의 몫인 거니까 존중하면 될 일이고.

카페 사장님도 그런 마음에서 자신의 커피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어쩌지? 밍밍한 아이스 라테는 정말 참을 수가 없는데. 그렇다면 뜨거운 라테를 주문할 수밖에. 뜨거운 라테는 식어도 밍밍하지 않으니까.
#썼으면고쳐야지 #퇴고하는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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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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