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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오후 2시, 만사 제치고 하는 일

지리산둘레길 모집 지원 하기... 동강~금계 구간 4코스 11.0km를 걷다

등록 2026.04.03 16:50수정 2026.04.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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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이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일이 있다. 특히 오후에 접어들면 알람을 맞춰 놓고 때때로 시간을 확인해야만 한다. 오후 2시가 되면 지리산둘레길 모집 오픈창이 열리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모집 인원 20명에 들지 못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다가, 오후 2시 정각에 창을 열고 입력을 마쳐야 한다. 오탈자 없이 정확히 입력하는 것도 요령이다. 실제로 첫날에 2시 2분에 신청했다가 탈락했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두 번째 참여하는 지리산둘레길 인터넷 신청도 무사히 마쳤다.


지리산둘레길 (사)숲길이 주관하는 두 번째 토요걷기인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사)숲길이 주관하는 두 번째 토요걷기인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정도길

지난 3월 21일, (사)숲길이 주관하는 토요걷기는 지리산둘레길 4코스 금계~동강 구간으로 11.0km 거리다. 주요경유지는 금계마을, 의중마을, 모전마을(용유담), 세동마을, 운서마을, 구시락재 그리고 동강마을로 이어진다. 의중마을에서 벽송사로 경유하는 코스는 12.1km로, 두 코스 난이도 모두 중급 정도로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9시 30분 동강마을에 모여 인사와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걷기는 시작됐다.

지리산둘레길 두 번째로 걷고 있는 지리산둘레길 4코스 금계~동강 구간.
▲지리산둘레길 두 번째로 걷고 있는 지리산둘레길 4코스 금계~동강 구간. 정도길

구시락재에서 내려다보는 동강마을 일대는 550년 전의 모습과 닮았을까 궁금하다. 점필재 김종직은 함양군수로 재직 시(1470~1475년) 함양 휴천면 문수사 일대에 김종직 차밭을 조성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차는 관가에 바쳐지는 귀한 물품이었는데, 김종직은 백성들의 고통을 덜게 하기 위해 차를 요구하지 않고, 직접 관영 차밭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차 시배지는 하동 쌍계사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나, 김종직의 차 시배지는 조선 초기 사림파의 차 문화 유적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호마을에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 관영차밭 조성터'라는 비석과 설명문이 있어 여행자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동호마을 김종직이 함양군수 때 관영 차밭을 조성했다는 휴천면 일대..
▲동호마을 김종직이 함양군수 때 관영 차밭을 조성했다는 휴천면 일대.. 정도길

김종직이 함양군수 재직 시 관영 차밭 조성... 백성들의 고통 덜게 해

이어 구슬박재를 지나고 운서마을까지 농로를 걷는 편안한 길이 계속된다. 와불산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쉬었다가 숲속 길로 접어든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구불구불한 강이 흐르는데 엄천강이다. 꼭 영월 동강을 닮은 모습이다. 엄천강은 조선 세종의 11번째(서자 4남) 아들인 한남군의 유배지로서 알려져 있다.


계유정난으로 즉위한 세조는 금성대군, 영풍군, 혜빈 양씨(한남군 생모)와 함께 역모 죄로 유배지를 돌다, 세조 2년(1456년) 방금(防禁) 조건으로 함양으로 옮겨지고, 31세 때인 1459년 병사한다. 한남군의 묘(경상남도 기념물 제165호)는 함양읍 천년의 정원 옆에 자리하고 있다.

한남군묘 함양읍 교산리 755-11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한남군묘 함양읍 교산리 755-11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주간함양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가 관객 1482만 명(26.4.3. 현재)을 돌파하고 있다. 비운의 왕 단종의 삶과 죽음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 유배지였던 영월 청령포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계유정난 1등 공신이었던 한명회, 단종의 모 현덕왕후 그리고 단종 복위 사건 관련인물인 금성대군과 한남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남군은 엄천강 새우섬에 위리안치 되었다. 새우섬이란 냇물이 두 갈래로 흐르면서 작은 섬 형태를 이루었는데, 그 모습이 새우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후에 유림들이 한오정을 지어 충절의 뜻을 기려 왔으나, 수해로 사라지고 현재는 새우섬이 보이는 바위에 '한오대(漢鰲臺)'라는 글자만 새겨져 남아 있다. 한남군의 이름을 딴 한남마을에는 독서를 즐겼다는 나박정과 충혼비가 있고, 병곡면에는 위패를 모신 송호서원과 하루를 쉬었다는 휴촌마을도 있다.

엄천강 강 오른쪽 끄트머리가 한남군이 유배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한 새우섬 터.
▲엄천강 강 오른쪽 끄트머리가 한남군이 유배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한 새우섬 터. 정도길

엄천강을 따라 잘 닦여진 포장도로를 따라 용유담으로 향한다. 지리산둘레길은 숲속 길만 걷는 것이 아닌, 농로나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걷기도 한다. 이 길을 걸으면서 마을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공부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삶의 애환을 느끼기도 한다.

푸른 새싹이 돋아날 봄날인데도, 강 건너 맞은 편 산자락은 누런 모습이다. 지난 2월 21일 대형 산불 발생으로, 3일에 걸쳐 진화작업을 펼쳤던 함양 산불 현장의 모습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것은 마을과 주민의 삶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생명존중, 환경보호와 생태보존 등 중요한 가르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단종과 닮은 유배지... 한남군의 엄천강 새우섬 유배생활

3시간을 걸어 용유담에 도착했다. 용유담은 지리산 백무동과 칠선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한 자리에 모여 평평한 형태를 이룬 연못을 말한다. 주변에는 기암괴석이 층층이 쌓여 있고, 험준한 봉우리는 용이 곧 날아갈 듯한 모습으로 풍광이 아름다워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용유담과 마적도사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용유담 용유담은 지리산 백무동계곡과 칠선계곡에서 흘러 내린 물이 소를 이루고 있다.
▲용유담 용유담은 지리산 백무동계곡과 칠선계곡에서 흘러 내린 물이 소를 이루고 있다. 정도길

옛날 용유담에는 아홉 마리 용이 살았는데, 마적도사가 신통력으로 횡포를 부리는 용을 쫓아내고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마적도사가 쇠도장을 찍어 나귀에게 보내면, 나귀가 생필품을 싣고 와 크게 울면 다리를 놓아 건너오게 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지금도 마적동이라는 지명이 있고, 용유담에서 인근 모전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마적도사 전설탐방로'도 남아 있다.

이제까지 평평한 길을 걸은 반면, 용유담에서는 오르막 구간의 연속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 고르기를 반복하면서 고갯길을 힘들게 오른다. 그렇다고 오르막 구간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평평한 길에서는 한숨을 돌리는 여유를 부린다. 길 아래로는 나무가 사는 숲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예전부터 숲이 아닌 농사를 지었던 논밭의 모습이다.

선조들은 험준한 산을 일궈 농토로 만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식량을 생산하고 대를 이어왔다. 마을에서 깊은 산 속까지는 길이 필요했고, 그 당시 닦은 길은 지금의 지리산둘레길이 되었다. 편하게 걷는 길 역시도 어제그제 쌓은 돌이 아닌, 오래전 쌓은 돌로 잘 만들어 놓은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묵답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숲길에는 선조들이 일궜던 전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묵답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숲길에는 선조들이 일궜던 전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정도길

갑자기 일행들이 멈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싶었는데 금세 궁금증이 풀린다. 시야가 탁 트인 곳 앞으로 거대한 불상이 보인다. 금계마을 석산을 개발하고 난 뒤 바위산에 거대한 부처님 얼굴을 조각하고 있다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야트막한 언덕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820년 된 느티나무가 서 있다. 밑둥치부터 중간까지는 세월의 흔적으로 제 살을 뜯어낸 채, 피폐되고 쇠약한 모습으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천왕대불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 인근 석산에 조성 중인 천왕대불.
▲천왕대불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 인근 석산에 조성 중인 천왕대불. 정도길

지리산둘레길 4코스 스탬프 위치 의중마을... 지리산 천왕봉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지리산둘레길에는 각 구간마다 둘레길을 걸었음을 인증하는 스탬프를 찍는 위치가 있는데 4코스에는 의중마을에 있다. 이 마을에서는 같은 둘레길 4코스 중 2개의 코스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오늘 걸은 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벽송사로 경유하는 코스다. 당산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가까이에 있다.

의중마을 스탬프 지리산둘레길 의중마을에 있는 스탬프 찍는 곳.
▲의중마을 스탬프 지리산둘레길 의중마을에 있는 스탬프 찍는 곳. 정도길

손에 잡에 잡힐 듯한, 가깝게 느껴지는 천왕봉이지만,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 중 제일 험하다는 칠선계곡이 바로 인근에 있다. 칠선계곡~천왕봉 코스는 왕복 약 20km 정도로 10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고난도 코스로, 전문 산악인들에게도 힘든 코스로 알려져 있다. 자연휴식년제로 5~10월에만 예약제로, 매주 수,목요일을 제외하고 5일간 운영하고 있다(문의전화 국립공원 함양분소 055-962-5354).

천왕봉 의중마을에서 보는 지리산 천왕봉(오른쪽에서 두 번쩨 봉우리)
▲천왕봉 의중마을에서 보는 지리산 천왕봉(오른쪽에서 두 번쩨 봉우리) 정도길

동강마을에서 4시간 25분간 11.0km를 걸어 금계마을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055-964-8200)에 도착했다. 두 번째로 참가한 (사)숲길이 주관하는 토요걷기는 모두 무사히 마쳤다.

이 길에는 조선 전기 성리학자이자 사림파의 영수인 점필재 김종직과 단종 복위사건으로 유배돼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세종의 아들 한남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옛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아직도 스며있는 묵답과 아홉 마리 용과 마적에 대한 전설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산불발생으로 인한 자연생명의 소중함과 환경생태 보존이라는 책임감도 무겁게 느낀 시간이었다.

다시 출발지였던 동강마을로 회귀하는 방법은 군내버스를 이용했다. 일행 26명을 태운 중형 군내버스 기사님의 한 마디가 꽉 찬 버스 안 일행들을 큰 소리 나도록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버스 뺐는지 석 달 됐는데, 지금까지 태운 손님보다 더 많이 탔네요."
"그럼 큰 행운이네요. 오늘 로또 한 장 사 보이소..."

● 지리산둘레길 4코스(금계~동강 구간) 안내

. 금계~동강 구간 경유지(11.0km/ 4시간, 난이도 중)
- 금계마을 – 의중마을(0.7km) – 모전마을(용유담)(3.1km) – 세동마을(2.4km) – 운서마을(3.3km) – 구시락재(0.7km) – 동강마을(0.8km)
. 금계~동강 구간 벽송사 경유지(12.7km/ 5시간, 난이도 중)
- 금계마을 – 의중마을(0.7km) – 벽송사(2.1km) – 모전마을(용유담)(2.8km) – 세동마을(2.3km) – 운서마을(3.3km) – 구시락재(0.7km) – 동강마을(0.8km)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여행, 인생여정>에도 실립니다.
#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4코스 #김종직 #한남군 #용유담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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