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4.09 14:14수정 2026.04.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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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2004년) 달리기에 빠졌던 적이 있다. 봄에 들길을 산책하다가 재미로 뛰어본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100미터 정도만 뛰어봤다. 그 정도는 뛸만하다 싶었다. 조금 걷다가 또 뛰었다. 이번에는 150미터를 뛰어봤다. 조금 숨이 찼지만 괜찮았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면서 약 2킬로미터를 걷다가 뛰고 또 걷다가 뛰었다.
다음 날도 뛰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걷다가 뛰고, 또 걷고 뛰었다. 어제보다 뛰는 거리를 조금 늘렸다. 그렇게 매일 들길을 걷고 뛰었다. 날마다 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을에 열렸던 강화 해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서 10킬로미터를 50분 대에 들어오기도 했으니, 산책하다 달리기에 빠졌던 사람으로써는 대단한 발전이었다.
걷다가 달리기에 빠졌다
이 봄, 다시 그때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걷다가 달렸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려갔던 그때처럼 해보려고 한다. 많이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그러자면 욕심을 내지 않고 걷다가 조금씩 뛰기를 반복하면 된다.

▲ 삽살개 '빠삐용'과 함께 들길을 걷고 달립니다.
이승숙
저녁 무렵에 들길 산책에 나섰다. 내 곁에는 동행이 있다. 내가 달리면 같이 달리고 내가 걸으면 같이 걷는다. 내 동행은 삽살개 '빠삐용'이다. 빠삐용은 올해 9살이 된 삽살개로 태어난 지 두 달 지나 우리 집에 왔다. 같이 한 세월이 어느새 9년이나 되었으니 '친구'이기도 하고 '식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겨우내 산책을 못한 빠삐용은 들길 걷기가 얼마나 좋았으면 펄펄 날았다. 힘이 좋아서 나를 질질 끌다시피 끌고 갔다. 들판 저 너머는 '마니산'이다. 3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될 거리지만 그곳까지 가지 않는다. 중간에 있는 수로에서 돌아오는 게 내 산책 코스다.
걷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 그때처럼 100미터 정도만 달려봤다. 내 걸음으로 100보를 100미터라고 생각하고 그 정도를 달려봤다. 숨이 좀 찼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또 달렸다. 이번에는 150보를 달렸다. 괜찮았다. 그렇지만 더는 늘리지 않았다. 이 정도 씩만 달려도 괜찮다 생각했다. 그렇게 2킬로미터 정도를 걷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했다.

▲ 겨울 철새들이 날아갑니다.
이승숙
달리기는 혼자 해도 되는 운동이지만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달리면 서로 힘이 되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겨울이 되어 날이 추워지면 스스로 핑계를 대면서 달리기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 함께 달리면 같이 하는 이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핑계를 대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 내가 한창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을 때, 그때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겨울에도 달렸을 것 같다. 그러나 그때 내 곁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2004년 봄에 시작한 달리기는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는 활발했지만 추운 겨울에는 점점 멀어졌다. 이듬 해 봄에 다시 시작했지만 처음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고, 그렇게 점차 달리기와 멀어졌다.
'당잘런'과 함께 하는 달리기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잘런'의 회원들이 그 분들이다. '당잘런'은 1km 달리기/걷기 당 500원을 자율적으로 기부해, 청소년들에게 러닝화를 선물하는 나눔 프로젝트다.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이름의 비영리 법인이 있다. 김민섭 작가가 쓴 에세이 집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에서 시작된 이 법인은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준다. 이 단체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 타인의 삶을 실제로 돕는 실천 운동을 한다.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와 달리기(런닝)를 합한 프로젝트인 '당잘런'이 바로 그것이다.
'당잘런'은 기부를 결합한 참여형 캠페인이다. 참가자들이 각자 달리기를 하고 일정한 거리나 목표를 달성하면 후원금을 적립하여 기부한다. 모인 후원금은 연말에 청소년들에게 운동화(런닝화)를 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니 '당잘런'을 통한 달리기는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행동이 된다.
혼자 하는 달리기지만 의미를 두니 지루하지 않다. 내가 걷고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할 수 있으니 뿌듯한 마음도 든다. 1km에 500원을 기부한다. 2km를 걷고 달렸으니 1000원이다. 이 정도 금액은 부담되지 않으니 매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들길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삽살개 빠삐용도 이런 사정을 아는지 앞장서서 달렸다. 오늘의 이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오래 이어지기를 빈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해도 괜찮다. 그런 마음으로 올 한 해 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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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때마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된다고?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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