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미산 진달래축제 현장에는 진달래와 개나리들이 한창이었다.
유수영
'색'으로 뒤덮인 산, 원미산 진달래축제
다음 날 발걸음은 원미산으로 이어졌다. 진달래 군락지는 말 그대로 산이라기보다 하나의 '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해 보였다. 초록이 올라오기 전의 산등성이를 분홍빛이 가득 채우며 하나의 장면처럼 펼쳐졌다. 가까이에서는 꽃 하나하나가 바람에 흔들리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면 그 움직임이 하나로 이어져 거대한 물결처럼 보인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원미산 진달래축제는 해마다 방문객이 늘어나며 부천의 대표적인 봄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하나씩 심어진 진달래가 지금의 군락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이 풍경은 자연과 사람의 시간이 함께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많은 인파 속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의 안내가 이어지며 비교적 질서 있게 축제가 운영되고 있었다.
원미산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뒤 음식을 나누거나,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부모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쓴 채 그늘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까지 세대가 뒤섞인 풍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꽃을 보기 위해 모였지만, 결국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진달래가 산을 채운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채운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어우러져 봄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진달래 나무의 가지마다 틔운 것이 꽃이 아니라 구경을 온 가족들의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이 꽃보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흐르는 봄, 베르네천의 생명들
산을 내려와 베르네천으로 향했을 때, 봄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 위로는 잉어들이 무리를 지어 유영하고 있었고, 왜가리는 움직임을 멈춘 채 물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청둥오리 가족은 하천을 따라 오가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산책로 주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그 사이로 클로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별히 손대지 않아도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올라오는 것들. 그 반복이 오히려 계절의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베르네천 주변에서는 홀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어폰을 낀 채 천천히 걷는 이들, 가벼운 복장으로 러닝을 즐기는 이들, 반려견과 함께 느릿하게 산책을 이어가는 모습까지 각자의 속도로 봄을 지나고 있었다.
물가에 멈춰 서서 물고기를 들여다보거나, 카메라를 들어 흩날리는 벚꽃을 담는 손길도 이어졌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봄이 아니라, 혼자여도 충분한 계절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산수유꽃 베르네천 산책로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었다.
유수영

▲ 푸른 하늘과 만개한 꽃, 푸른 나무가 참으로 곱다.
유수영
벚꽃은 흩날리고 있었고, 진달래는 절정을 지나고 있었으며, 버드나무들은 이제 막 새싹이 시작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봄이 한 공간에서 겹치고 있었다.
해마다 유명한 벚꽃 명소를 찾아 나서며 이것이 꽃놀이인지 고생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집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한 봄을 만날 수 있다.
5일 밤과 6일 새벽에 내린 비로 많은 꽃잎이 떨어졌지만, 창밖은 여전히 봄으로 가득하다. 아직 계절을 느끼지 못했다면, 늦기 전에 잠시라도 밖으로 나가보기를 권한다. 봄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이미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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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나가는 인물과 장소, 고단한 날들에서 흘러나온 진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닿아 위로가 되길 바라며,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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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 분홍빛 진달래 물결, 봄 풍경 완성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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