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책방' 문 닫은 지 5년, 여전히 책방지기로 사는 이유

달리봄 책방지기 소연의 글쓰기 워크숍 <나와 당신의 연대기> 운영기

등록 2026.04.08 14:24수정 2026.04.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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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천동의 작은 책방 달리봄을 닫고 난 이후에도,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달리봄의 책방지기로 소개해왔다. 굳이 문 닫은 책방의 책방지기로 나를 소개해온 것은, 나를 규정하고 소개할 수 있는 언어가 그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달리봄의 여정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서이기도 했다.

류소연과 주승리라는 두 사람이 연 개인의 책방이었지만, 그 장소가 책방을 바라보고 방문하고 읽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어떤 사회적 의미를 띠게 되었는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크라우드 펀딩으로, 많은 사람의 힘에 의해 열게 되었던 달리봄의 의미가 우리가 책방을 닫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달리봄의 마지막 문을 닫고 나온 지 5년, 나는 달리봄이라는 장소의 의미와 상징성,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공간의 필요성을 체감한다(관련 기사 : 엄마, 나랑 같이 페미니즘 서점에 가 볼래?).


반려인과 내가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을 열게 된 것은, 노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출판사 '허스토리'를 만들고 난 다음이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의 힘을 그때 우리는 알고 있었을까? 2017년 즈음, '페미니즘 리부트'의 물결을 타고 페미니스트로 자각한 나는, 달리봄의 여정과 함께 성장해 나아갔다.

글 쓰는 페미니스트로서, 우리 삶을 규정하는 권력에 저항하기

 봉천동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
봉천동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 류소연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은 점차 '경계 넘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며, 다양한 생명 종들에까지 열려 있는 북큐레이션과 기획으로 채워졌다. 달리봄은 무엇보다 여성들의 말과 글이 담기고 퍼져나가는 허브였고, 그 안에 여성들의 다양한 몸과 생애주기에 따른 경험들,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권력에 저항하는 다종다양한 페미니스트 실천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는 책방 달리봄과 출판사 허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영하며, 공간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 맺는 방식으로 작업해나갔다. 여성들의 브라 착용 경험을 중심으로 몸 이야기를 생애사 방식으로 풀어낸 <찌찌가 뭐라고>는, 책방 공간에서 대담 참여자를 모집하여 집담회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만들었다.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생애사 인터뷰 방식으로 담은 책이자 음반 <이야기, 멀고도 가까운>은, 책방에서 동료와 함께 열었던 여성 뮤지션 정기공연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웹진 <달리봄>에서는, 페미니스트 지식 생산자들의 서재를 탐방하는 인터뷰 연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다양한 강연과 쓰기 모임, 페미니스트 저작을 읽는 모임들을 통해,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와 길의 갈래들이 쌓여 갔다.


장소가 있다는 것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의 달리봄은 그 장소가 없는 상태다. 그렇지만 나는 달리봄이 계속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때 장소였던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어갈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장소를 통해 우리가 함께 확인하고 감각한 서로의 존재, 그리고 우리가 길러낼 수 있었던 힘을 통해,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권력에 저항하는 일이다. 우리는 여성의 삶은 어떠해야 하며 남성의 삶은 또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는 권력, 가족이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하는 권력, 나아가 누가 여성인지를 규정하는 권력, 더 나아가 인간 종을 넘어선 여성들 간의 연대를 가로막는 권력에까지, 우리는 저항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저항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다. 사소하고 모순되고 분열하는, 정상에서 이탈한 이들의 이야기를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다. 자격 없는 자의 이야기에 발화될 자격을 부여하는 일이다.

읽고 쓰기에 기반한 워크숍 '나와 당신의 연대기 : 페미니스트 자기 역사 쓰기'

 출판사 허스토리로 펴낸, 노년 여성들의 자서전.
출판사 허스토리로 펴낸, 노년 여성들의 자서전. 류소연

그래서 나는 달리봄에서 기획하고 진행했던 모든 것들 중에, 읽기와 쓰기를 기반으로 하는 '나와 당신의 연대기 : 페미니스트 자기 역사 쓰기' 워크숍만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종종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기획을 병행한다. 책방 공간에서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은, 물리적인 장소의 제약을 떠나 만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연결된다.

오드리 로드, 록산 게이, 캐시 박 홍, 아니 에르노, 이소호… 몸, 장소, 기억과 감정에 관한 여성 작가들의 '자서(自敍)'('자서전'과는 다른, 자기를 쓴다는 의미에서의 '자서'다)를 읽어가며 나를 쓰는 활동을 하면서, 참여자들의 쓰기는 전범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로워진다.

말하고 쓸 때 이야기는 비로소 세상에 존재하게 되므로, 참여자들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읽어내며, 응원하게 될 타인의 삶과 느슨하고 깊게 연결된다. 쓰기를 통해 고요히 투쟁하며, 나의 시간을 다시 명명하고, 고통을 저항으로 변환한다.

열 번의 시간 동안 읽기와 쓰기를 진행하는 '나와 당신의 연대기 : 페미니스트 자기 역사 쓰기' 워크숍을 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5회로 마무리하는 <나와 당신의 연대기 : 라이트> 버전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라이트' 버전의 두 번째 시즌은 오는 4월 14일 화요일에 개강할 예정이다.

내가 스스로를 여전히 책방지기라 칭한다면, 그것은 달리봄이 여전히 사람들을 읽기와 쓰기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주저하는, 고여 있는, 나아가는, 문장들 속에서 달리봄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그 쓰기와 살아내기를 달리봄의 책방지기로서 읽어내며, 주석 같은 응원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책방 달리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libom.book/
#달리봄 #나와당신의연대기 #페미니스트 #글쓰기워크숍 #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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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의 책방지기. 출판사 허스토리의 1인 편집자로 종종 책을 만든다. 연극을 쓰고 만든다. 비인간, 비남성, 비성인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며, 장소와 몸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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