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초언니, 서명숙(지은이)
문학동네
제주도가 고향이었던 저자는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서울에 도착했지만, 1970년대 당시 대학의 상황은 독재 정권의 치하에서 엄혹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 내에서조차 다른 학생들과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불가능했던 것은 물론, 대학 캠퍼스 안에 경찰이 오가면서 감시를 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현실에 대해 조금만 불만을 표하더라도 공권력에 의해 끌려가던, 이른바 '막걸리 국보법'이 당시 정권에 의해 행해지던 시대였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고쳐보려던 움직임조차 대통령 한 마디로 정해진 '긴급조치'에 의해 통제를 받았다. 그러한 시대를 살아온 저자는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영초언니'를 생각하면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60대에 접어든 나 역시 그 시대를 살아왔지만, 1980년대 전반에 대학생이 된 이후 그 시대는 과거의 엄혹한 시절로 기억했을 따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엄혹한 독재 치하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대학생이었던 저자가 겪었던 상황을 접하면서 문득문득 저자의 감정에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저자와 작품에서 '영초언니'로 지칭되는 천영초는 같은 대학 출신이다. 그리고 채 10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에, 저자와 같은 공간에서 대학신문의 기자를 했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아마 대학 시절이나 졸업 후에 여러 번 마주쳤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두 사람과의 특별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아마도 의례적인 자리에서 마주쳤어도, 이전에 특별한 인연이 없었기에 서로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여러 해 전에 저자가 제주 올레길에 대학 선후배들을 초청했었는데, 나는 다른 일정과 겹쳐 그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직후, 두 사람을 기억한 동문 누군가가 제안하여 이루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뒤늦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당시의 초대에 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겪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는 그 내용이 조금은 생소한 '역사의 기록'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시대를 함께 살아왔던 이들에게는 생생한 '현실의 기록'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엄혹한 시기에 우여곡절을 겪은 삶을 살면서, 끝내 큰 사고로 인해 '어린아이의 상태'로 돌아간 '영초언니'의 삶이 평안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면(永眠)의 길에 접어든 저자의 영전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삼가 명복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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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주로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다.(순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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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삶을 통해 본 1970년대의 냉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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