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 커뮤니티 케어의 원리와 구성요소
참여연대
그다음 '공급'을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의 측면을 봐야 하는데요. 한국 사회에서는 경험적으로 지금까지 민간과 시장이 해왔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상 그것의 궁극적인 책임은 공공에 있어야 하는 거죠. 요양 시장도, 의료 시장도, 보육 시장도, 지금 전부 다 공급 과잉이라고 얘기하는데, 오히려 공급 과잉은 낫습니다. 문제는 경기 북부나, 강원도만 가더라도 도심 지역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절대량이 부족해요. 지역의 경우 민간은 답이 없고, 공급 자체가 없어요. 노인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필요한 서비스를 나눌 방법이 없는 거죠. 그렇다면 최소한 그 영역에서는 공공이 공급을 책임져야 합니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정말 필요한 돌봄의 영역도 굉장히 많은데, 대표적인 게 이동과 관련한 겁니다.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이 너무 잘 돼 있지만 제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정읍만 하더라도 병원에 가거나 장 보러 나오시려고 하면 방법이 없어요. 결국은 택시를 불러야 합니다. 즉, 이런 역할들을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수요'의 부분은 돌봄이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의 권리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보편적 수요가 권리를 기반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용자의 고용상 지위, 지불능력, 가족 구성 등 인구 사회경제적 특성과 무관하게 돌봄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이용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보장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불 능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 부담을 할 거냐고 고민해 볼 수 있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다음은 '공간'인데요. 이 이야기는 많이 할 필요도 없어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니까, 공간은 지역사회이죠.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익숙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다는 거죠.
마지막이 '접근'인데요. 접근이 가운데에 있는 이유는 이 4개의 퍼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굉장히 혁신적인 퍼즐의 한 조각이라는 거예요. 우리나라 돌봄서비스는 민간 중심이고, 공공의 영역에서도 부처별, 프로그램별 굉장히 분절화되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이용자들은 자기가 원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걸 쓰는 게 아니라 공급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 중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커뮤니티 케어는 기존 공급자 중심 전달 체계를 이용자 중심의 통합적 돌봄 전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지자체 안에서 지역의 형편과 조건 그리고 돌봄의 욕구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공무원)들이 지역에서 주민을 직접 만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사정을 하고, 사정에 기반해서 계획하고, 사례 관리까지도 책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 접근의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당장 내일모레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행될 텐데 안타깝게도 복지부가 준비한 것은 지자체에 전담팀을 만들고, 그 전담 조직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것까지인 것 같아요. 결국 저 공급의 측면에서 굉장히 준비가 덜 돼 있고, 수요의 측면에서도 지금은 노인과 중증장애인까지만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3월 27일부터 커뮤니티 케어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면 시행됩니다. 시행을 앞두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나 인프라 문제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현재 정부의 준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장숙랑 : 보건의료 지역 간 격차가 이미 있는데 그 위에다가 사업을 얹어둔 거라서 1차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이라든지, 병원이 부족하고 의사 인력이 굉장히 부족한 지역에 있어서는 그 문제가 통합돌봄으로는 전혀 해결이 안 될 거예요. 특히, 보건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통합돌봄은 다 보건소에 얹어놨어요. 그래서 보건소가 재택의료센터도 해야 되고, 일차 의료도 해야 되고, 지역사회 재활사업도 해야 하는거죠. 통합돌봄에 필요한 보건의료의 모든 것을 보건소에 다 넣은 지역도 있어요. 일단은 이 돌봄 격차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격차를 메워주고, 형평성을 맞춰줄 수 있는 방식으로 예산 지원을 더 고민하고, 인력이나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남기철 : 질문의 마지막 부분만 그대로 읽어보면 '현재 정부의 준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인대요. 저는 정말 안 좋게 평가합니다.(웃음) 우리가 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2018년부터 했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곧장 하기 어려우니까 1, 2, 3단계로 추진해서 2026년에 완전히 시스템을 갖추자고 했는데, 그런 시스템들을 전혀 안 갖춘 겁니다. 그리고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통합돌봄 로드맵을 보면 이제부터 1, 2, 3단계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수준이에요. 정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걸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있는 것이죠.
국토부가 홍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백령도에 큰 규모의 고령자복지주택을 지었다는 것인데요. 인접한 다른 지역에 수요가 더 높은 곳에는 짓지 못하고 섬 지역에 대규모의 고령자복지주택을 짓다보니 몇차례에 걸친 입주자모집에서도 희망노인이 많지 않아 계속 공실이 발생해왔죠. 왜냐하면 거기 가려면 백령도로 이사를 가야 되거든요. 정작 이런 지원주택이 많이 필요한 지역에는 안 짓고 있어요. 못 지으면 사기라도 해야 했는데 지난 8년간 정부는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걸 위해서 필요한 일들을 하기보다는 쉽게 할 수 있는 일까지만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당장 내일모레 시행된다고 해서 실제로 필요한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과의 간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 지자체별 재정 능력이나 의지에 따른 '돌봄 격차' 문제도 우려되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반드시 보완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려요.
김진석 : 격차가 있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지역별로 차이는 불가피하고, 지역 간 차이가 있는 게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슨 얘기냐면 아까 지방분권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이 말은 돌봄의 욕구를 해소하는 방식과 절차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그게 격차로 느껴진다는 것은 결국 주민의 삶이 나아지는 정도에서의 격차의 문제이니,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국가의 역할은 너무 명확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같이 재정과 관련해서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체제에서는 지자체가 제대로 된 돌봄을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자원 배분에 집중해야 하겠죠. 또 지자체에 자원을 배분했으면 국가 입장에서도 이게 허투루 쓰이는 게 아니고, 제대로 쓰이고 있고, 정책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까지 국가의 예산관리 방식을 살펴보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도시락 배달 관련 예산을 보면 '2천 명의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5천 끼를 제공한다'라고 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그 지역에 있는 노인들이 영양과 관련해서 문제가 없으면 되는 거죠. 즉,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에 대해서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이나 대도시는 도시락 배달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간편하지만, 지역에서는 어르신 한분 한분을 찾아가는 게 굉장히 큰일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그걸 도시락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커뮤니티 공동 주방이 되었든, 지역 경로당을 활용하든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거든요.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 뭘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영양과 관련한 문제가 얼마나 해결됐느냐를 국가가 관리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지자체장의 역량과 의지 관련해서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지방정치를 충분히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봄의 문제가 지방정부의 주요한 의제가 되면 지금 역량이 없는 지방정부의 장도 '이거 안 하면 안 되는구나, 떨어지는구나, 다음 내 자리를 보장할 수 없구나' 그런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어떻게든 달라붙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주요한 의제가 돌봄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시민들이 나서서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이 책의 말미에는 '돌봄사회를 위한 열 가지 약속'이 있습니다. 이 약속을 만든 이유와 실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열 가지 약속에 대해 간단히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장숙랑 : 책 내용에 기반해서 10가지 약속을 만들었는데, 일종의 돌봄 선언문 같은 거예요. 책을 쓰면서 '정말 이것만큼은 우리 마음속에 가져가자'라는 것을 꼽아봤어요. 이 책의 내용을 모두 다 녹였다, 이게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단히 소개하면 "① 국가는 돌봄에 관계하는 모든 주체가 존중받는 돌봄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②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에 대해 최종 책임자가 되도록 정부 조직과 재정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③ 현대판 고려장을 조장하는 요양병원이 과잉 공급되는 카르텔을 깨야 한다 ④ 돌봄서비스 제공 관련 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⑤ 지역사회 돌봄을 위한 지역 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⑥ 돌봄 친화적 주거 환경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⑦ 돌봄 관련 공공 재원의 통합적 운용을 위한 재정 구조의 전면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 ⑧ 병원에서의 돌봄 걱정을 해소해야 한다 ⑨ 돌봄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마을 공동체가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⑩ 시민 모두 돌봄에 참여하고 돌봄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일원임을 자각해야 한다" 입니다. 저는 이 중에 맨 마지막 약속이 제일 마음에 들고, 중요한 약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봄이 모두의 책임이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서요.
- 마지막 질문드리겠습니다. 열 가지 약속의 9번은 "돌봄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마을공동체가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이고, 10번은 "시민 모두 돌봄에 참여하고 돌봄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일원임을 자각해야 한다"인데요. 마을공동체와 시민의 참여를 강조한 이 약속들은 인상적이지만, 자칫 이것이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어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국가책임과 시민참여의 바람직한 균형은 무엇인지, 공동체 돌봄이 가족 책임의 또 다른 이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균형이 필요할까요?
남기철 :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어느 지역에 공동체가 형성이 잘 안돼서 돌봄을 주고받는 것이 잘 안돼요. 그래서 실제로 돌봄 공백이 생긴다면 국가책임이라는 겁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국민이 적절한 돌봄을 누리면서 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모든 게 국가의 의무라는 게 기본적인 전제이고요. 그런데 사람들한테 필요한 돌봄이 무조건 국가와 공무원에게 받는 게 최고는 아니거든요. 원래 돌봄이라는 말은 복지보다 더 넓습니다. 돌봄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는 이유는 인간이 원래 취약하고 의존적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인간은 서로 간의 돌봄을 항상 교환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돌봄 정책도 이에 입각해서 만들어지는 거죠. 그런데 누군가를 돌보고, 이웃을 돌보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니 국가가 사회화를 시키는 것이에요. 만약에 우리가 동화처럼 예쁜 나라에 살고 있다면 '저 집이 어려우니 돌봐줘야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요즘처럼 2년에 한 번씩, 4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니는 아파트에서 돌봄공동체가 자연스럽게는 형성될 수 없죠. 그리고 공동체라는 것도 옛날처럼 자연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이런 것들이 잘 형성되고, 이 공동체를 통한 돌봄이,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도 편하고 돌보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도록 국가나 공공의 의식적인 노력이나 자원의 투자가 필요해요.
서울시의 경우만 봐도 마을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됐다가 죽었다가 이런 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거든요. 결국 이런 부분을 육성해야 하는 건 기본적으로 공공의 책임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떠넘기는 형태로 이 말들을 많이 썼는데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은 형태로 우리가 해보자는 취지에서 국가의 공공 책임이라는 걸 대전제로 마지막 부분에 이런 원칙들을 넣어봤습니다.

▲ 2026. 3.25. 봄봄클럽 북토크 참가자들과 함께
참여연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