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혁명지도부, 전봉준·손화중·김개남 '창의문' 선포

[횃불·촛불·응원봉, 동학농민혁명 41]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등록 2026.04.11 20:08수정 2026.04.11 20:08
0
원고료로 응원
지도부가 무장의 당산마을 앞 들판을 제1차 기포 장소로 택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1. 무장 대접주 손화중의 포가 그 규모면에서 전라도에서 가장 커서 당시 그가 거느리고 있는 군대는 3천 명에 이르렀으며, 이미 1년 전의 보은취회 때 손화중은 독자적으로 호남의 동학도를 모았던 금구취당의 두목이었다. 따라서 무장에 도소를 설치하면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대규모 동학조직의 세력을 도소의 휘하에 둘 수 있었다.

2. 전봉준과 손화중의 절친한 친분과 동지적 결합관계 때문이었다. 손화중은 전봉준보다 6년 연상이었으나 전봉준이 학식과 지략의 면에서 탁월했기 때문에 손화중은 대접주 이면서도 전봉준을 자기의 윗자리에 받아들였다.

3. 무장이 지리적으로 고부에 비교적 가까운 동학조직의 거점이었다.(신용하, '고부민란의 사발통문', <동학과 갑오농민전쟁연구>, 일조각)

무장에 집결한 농민혁명군은 <동도대장>의 대기(大旗)를 앞세우고 각기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5색기로 그 표식을 삼아 대오를 정비하였다. 실제적으로 동학농민혁명군의 진군이 결행되는 순간이었다.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혁명의 당위를 설명하고, 이번 거사의 대의(大義)를 4개항의 행동강령으로 집약하여 선포하였다.

1. 사람을 죽이지 말고 재물을 손상하지 말라.
2. 충효를 다하여 제세안민(濟世安民)하라.
3. 일본 오랑캐(倭夷)를 축멸하여 성도(聖道)를 깨끗이 하라.
4. 병(兵)을 몰아 서울로 들어가 권귀(權貴)를 진멸하라.


3월 21일을 동학농민혁명의 봉기일로 정한 것은 이 날이 동학 2대 교조 최시형의 탄신일이었기 때문이다. 동학교도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2대 교조 탄일을 거사일로 택한 것이다. 이날 무장에 집결한 군중은 8,000여 명에 이르렀다. 당시 봉기군측의 자세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전봉준은 '공초'에서 4,000여 명이라 밝혔고, 지방관청의 보고에도 수천 명으로 기록되었다. 여러 사료를 종합하면 8,000여 명이 정확한 것 같다.

부안현이 전라감사에 올린 보고에 따르면, 4일 동학농민군 수천 명이 금구·원평으로부터 몰려와 부흥역에 있는 부대와 합세하여 동헌(東軒)으로 돌입, 현감 이철화를 감금하고 아리(衙吏)들을 결박한 다음 군기(軍器)를 탈취해가지고 6일 그들이 도교산 (현 정읍시 덕천면)으로 이동해 간 틈에 간신히 풀려나왔다고 하였다.(최현식, 앞의 책)


동학혁명군의 지휘부는 거사 전날인 3월 20일 전봉준·손화중·김개남 3인의 명의로 <창의문>을 발표하여 혁명의 대의를 천하에 공포하였다.

창의문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군신부자는 인륜의 가장 큰 것이다. 인군(人君)이 어질고 신하가 곧으며 아비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한 후에야 나라가 무강의 역(域)에 미쳐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성상은 어질고 효성스럽고 자상하고 자애하며 정신이 밝아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니 요순의 덕화와 문경의 다스림을 가히 바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오늘의 신하된 자들은 보국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한갓 녹위만 도적질하여 총명을 가리고 아부와 아첨만을 일삼아 충성되이 간하는 말을 요언이라 이르고 정직한 사람을 비도라 하여 안으로는 보국의 인재가 없고 밖으로는 백성을 탐학하는 관리가 많도다. 인민의 마음은 날로 변하여 생업을 즐길 수 없고 나아가 몸을 보존할 계책이 없다.

학정이 날로 심하고 원성은 그치지 아니하니 군신의 의리(義理)와 부자의 윤리와 상하의 명분은 무너지고 말았다. 관자가 말하길 "사유(四維)가 펴지 못하면 나라가 멸망하고 만다"고 했는데 오늘의 형세는 옛날보다 더욱 심하다.

공경부터 방백수령까지 모두 국가의 위태로움은 생각지 아니하고 한갓 자신을 살찌우는 것과 가문을 빛내는 데에만 급급하여 사람 선발하는 문을 돈벌이로 볼 뿐이며, 응시의 장소를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만들었다. 허다한 돈과 뇌물은 국고로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개인의 배만 채우고 있다.

국가는 누적된 빚이 있으나 갚을 생각은 아니하고 교만과 사치와 음란과 더러운 일만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니 8도는 어육이 되고 만민은 도탄에 빠졌다. 수재(守宰)의 탐학에 백성이 어찌 곤궁치 아니하랴.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 근본이 쇠잔하면 나라도 망하는 것이다. 보국안민의 방책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밖으로는 향제(鄕第)를 설치하여 오로지 제 몸만을 위하고 부질없이 국록만을 도적질 하는 것이 어찌 옳은 일이라 하겠는가.

우리는 비록 초야의 유민이지만 임금의 토지를 부쳐 먹고 임금의 옷을 입고 사니 어찌 국가의 존망을 앉아서 보기만 하겠는가. 8도가 마음을 합하고 수많은 백성이 뜻을 모아 이제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으로써 사생의 맹세를 하노니, 금일의 광경은 비록 놀랄 만한 일이기는 하나 경동(輕動)하지 말고 각자 그 생업에 편안히 하여 함께 태평세월을 빌고 임금의 덕화(德化)를 누리게 되면 천만다행이겠노라.

갑오 3월 20일

호남창의소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덧붙이는 글
[횃불·촛불·응원봉, 동학농민혁명]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횃불 #촛불 #응원봉 #동학농민혁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일본군 앞잡이 노릇한 부류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비행기 문짝 떼고 공중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떻게 이럴까 비행기 문짝 떼고 공중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떻게 이럴까
  2. 2 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3. 3 3D 프린터 쓰다 사망한 과학교사...그의 아버지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나선 이유 3D 프린터 쓰다 사망한 과학교사...그의 아버지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나선 이유
  4. 4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큰 피해 본다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큰 피해 본다
  5. 5 [단독] '여고생 살해범', 이틀 전 알바 동료 여성 살해 위협 [단독] '여고생 살해범', 이틀 전 알바 동료 여성 살해 위협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