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중피종은 흉막·복막의 중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악성 종양이다.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12개월에 불과하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수술에도 반응이 좋지 않아 유효한 치료 수단이 제한적이다.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의해 발병한다고 할 정도로 악성중피종의 80~90%는 석면 노출에 기인한다(김형렬 외, 2009). 국제암연구소(IARC)도 석면을 확실한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악성중피종은 폐암보다 적은 누적 노출량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노출 이후 30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국내 악성중피종 발생은 2000년대 이후 급격한 증가 추세다. 석면 수입이 가장 많았던 때가 1995년인데, 학계에서는 30년 정도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2020~2030년경 악성중피종 발생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1970년대 경제개발 시기부터 슬레이트, 건축자재, 보온재, 브레이크라이닝 등 광범위한 용도에 석면을 대량 사용했고, 2009년에야 제조·수입·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과 제품들은 전국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여기에는 석면이 포함돼 있다. 지자체들에서 현재도 슬레이트 건축물 철거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일 만큼 석면 함유 구조물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석면의 위험은 결코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건물 철거 현장, 폐기물 처리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석면 섬유는 대기 중으로 흩날리고 있다.
석면 폐기물은 환경미화원의 손을 거쳤다
환경미화원은 업무 특성상 다양한 직업성 유해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직종이다. 수거 차량 디젤 엔진 배기가스, 폐기물 압착·분쇄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유해 분진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환경미화원은 폐암 발병 위험이 크고 실제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상당수 확인된다. 최근에는 사용자들도 노동자들의 유해 요인 노출을 줄이려고 보완 조치를 한다.
그런데 환경미화원에게 발생한 악성중피종은 산재 인정 사례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악성중피종은 국내에서 연간 100~200건밖에 보고되지 않는 희소암(전체 암 발생의 0.06% 정도)인 데다, 석면 노출 이후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특성상 직업력과의 연결 고리가 가시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악성중피종 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환자 중 석면 노출 직업력이 확인된 비율은 42%, 환경 노출까지 포함하면 60% 수준으로 나타나며, 나머지 40%는 노출 경로 자체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환경미화원이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경로는 몇 가지 추정해 볼 수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1999년 8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약 9년간 석면 슬레이트는 지정폐기물에서 제외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배출· 매립이 허용되었다. 석면 함유량이 적은 기타 제품들도 오랫동안 일반폐기물로 분류되었다. 2008년 7월 이후 지정폐기물로 재지정된 뒤에도 종량제 봉투에 담겨 무단, 불법으로 버려지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은 이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자다. 2008년 7월 석면 슬레이트가 지정폐기물로 지정되기 전 환경미화원으로 쓰레기 수집·운반 작업을 수행했다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법에서 슬레이트를 포함한 석면 함유 폐기물이 지정폐기물로 지정되어 별도 처리가 의무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국가나 지자체의 홍보 부족과 무단 투기로 인해 일반 쓰레기와 함께 석면 함유 폐기물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환경미화원들이 새벽부터 수십 곳의 쓰레기장을 순회하며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소량이라 하더라도 수거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수거 차량이 폐기물을 압착하는 과정에서도 석면 노출의 가능성이 있다. 수거 차량에서 쓰레기를 앞으로 밀어 넣는 과정에서 비산 먼지와 분진이 발생하게 되는데, 환경미화원들은 차량 후미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먼지와 분진을 그대로 흡입할 수 밖에 없다.
오래된 매립장이나 폐기물 수용 용량이 적은 매립장에서는 폐기물 반입량이 한계에 다 다르면서 제대로 매립이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원래는 폐기물을 매립하고 흙을 덮은 뒤 그 위에 추가 매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폐기물 반입량 초과로 인해 제대로 복토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폐기물들이 노상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석면이 포함된 폐기물이 있다면, 환경미화원들은 그로 인한 먼지와 분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각장에서 폐기물을 저장조에 투하하는 과정, 크레인 집게를 이용한 평탄화 과정에서도 분진 노출은 피하기 어렵다. 태풍·수해 등 재난 발생 시 지정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구분 없이 섞여서 수거될 때도, 환경미화원들은 석면 함유 폐기물에 밀접하게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석면 분진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방진 마스크 등 적절한 보호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그렇게 환경미화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석면 폐기물에 의한 비산 먼지, 분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신속한 판단이 곧 치료 기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은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후 10년 이상 경과해 발생한 악성중피종"을 업무상 질병으로 명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 요령도 악성중피종 인정에 있어 "노출 수준의 정밀한 추정보다 직업적 석면 노출의 확인과 조직 병리학적 진단이 더 중요하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수십 년간 석면 함유가 의심되는 폐기물을 아무런 보호 없이 취급해 온 환경미화원의 구체적인 직업력이 확인된다면, 악성중피종의 업무 관련성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악성중피종은 진단 시점 이미 말기인 경우가 많고, 유효한 치료 수단 자체가 극히 제한된다. 평균 생존 기간 12개월이라는 현실 앞에서 산재 인정 여부를 수개월씩 다투는 것은 피재자가 치료받을 기회마저 앗아가는 일이다. 근로복지공단 지침에 따르면, 직업적 석면 노출의 확인과 조직 병리학적 진단이 확인된다면 악성중피종을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환경미화원의 악성중피종 사건에서도 노출 경로와 직업력이 구체적으로 입증된 경우라면, 신속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공단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은 재해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보이지 않는 먼지 속에서 우리의 거리를 지켜온 환경미화원에게 사회가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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