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종료 국회 토론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의미와 한계, 이후 과제에 대한 국회 토론회
4.16연대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을 앞둔 날은 누구에게나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게 직장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레는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꿈을 펼치며 사회에 기여하겠다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2015년,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마음으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에 채용된 조사관들도 그랬을 것이다. 650만 명의 국민 서명으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특별법에 따라 독립적 조사기구인 특조위가 설립됐다. 650만 명의 국민들과 유가족들의 염원 속에서 채용된 조사관들의 어깨에는 책임과 사명감이 무겁게 놓여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첫 출근도 하기 전부터 당신의 이름과 경력, 성향, 평소 활동을 국가 기관이 파악해 보고서에 기록하고, 청와대가 이를 논의하고 있었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근무하는 동안 누구를 만나고, 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작성한 내부 기밀 조사 문서까지 실시간으로 '특조위의 조사 대상 기관'인 국정원과 정부 부처,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고 국가 기관이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었다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는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첩보 영화 시나리오 같은가? 국정원 사찰 문건 및 정부 문건을 통해 확인된 진실이자, 실제 특조위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정원은 특조위에 채용된 조사관과 위원을 한 명 한 명 사찰하고 특조위의 청와대·국정원 조사 동향을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이것은 국가정보기관이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과 외부 기관의 동향을 파악한 사건이 아니다. 국민의 요구로 세워진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방해해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 전체의 눈을 가리기 위한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폭력이었다.
범죄자가 수사기관의 인선과 예산을 좌우한다면, 진실 규명은 과연 가능한가?
세월호참사는 국가의 책임 소지가 다분한 사건이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존재했고, 이에 따라 기존 수사기관이 아닌 독립 기구를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특조위가 설립됐다. 그렇다면 조사를 받아야 할 정부 부처들은 특조위의 활동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2015년 1월, 특조위가 설립을 준비하며 조사관 채용 계획을 수립하던 시점에 작성된 국정원 문건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대비 편향성 견제(2015. 1. 19.)"에는 국정원이 특조위 구성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정치권과 정부 부처가 특조위의 활동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 경우 특조위에 정부 비판적 인물이 다수 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추천 인사들과 물밑으로 교감해 조사관 선발 기준과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국정원의 건의가 포함되어 있다.
이 문건 하단에는 "※ 배포:" 라는 표기가 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문건 하단에도 동일하게 "※ 배포:"라 표기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이 배포처를 비식별 처리하여 실제로 해당 문건이 어디에 보고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15년 1월 19일과 1월 20일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하고 모든 수석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비서실장 김기춘이 세월호참사 관련 담당 수석을 지정하고, 각 정부 부처와 관련 수석이 세월호 진상조사 대응을 지시한 것이 실수비회의 결과 문건을 통해 확인된다.
2015년 1월 19일은 특조위 방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청와대 수석, 국회의원,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 위원, 해수부 공무원이 참석해 특조위의 조직과 예산, 인원 축소 방안을 비밀리에 논의했고, 이후 회의 참석자들은 실제로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한다. 특조위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청와대와 정부가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 위원들과 함께 조사 시작 전부터 내부 구성과 방향을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막는 것이 '성과'가 되고, 조사 대응 T/F를 운영한 국정원
그렇다면 국정원은 내부적으로 특조위의 조사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국정원의 사찰은 단순히 특조위의 조사 동향 파악에 그치지 않았다. 국정원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특조위의 도덕성과 존재 이유를 공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적극적인 방해 주체였다.
국정원 문건 "세월호특조위의 反정부 활동 견제(2016. 1. 12.)"에는 국정원 내부 부서의 2015년 업무 성과와 2016년 업무 계획이 기재되어 있다. 2015년 해당 부서의 업무 성과로는 특조위의 청와대·국정원 관련 조사 안건 논의 동향을 파악했고, 1차 청문회의 쟁점 사항과 여론전 전략 등을 사전 입수해 대응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진상규명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성과'로 기록된 것이다. 2016년 계획에는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혈세 낭비'와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하고 집중 부각해 비판 여론을 견인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세월호참사의 주요 의혹 중 하나였고, 청문회는 특별법에 근거한 특조위의 정당한 조사 활동이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이를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하고, '혈세 낭비'라는 프레임으로 가두어 특조위의 조사를 방해했다. 실제로 당시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 비난하고,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특조위 비판 여론을 형성한 보수단체에 대가성 자금을 지원했다. 서울중앙지검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국가가 조사 기구의 활동을 '정쟁'이라 몰며 조사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진실을 요구한 피해자와 시민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킨 것이다.
또한 국정원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까지 '세월호 특조위 대응 T/F'를 내부적으로 운영하며 특조위의 자료 제출 요구, 소환조사 대비 대응 논리를 수립하고, 사전 교육 자료를 작성해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교육까지 실시했다. 조사를 받아야 할 기관이 조사 기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이것을 단순히 대응과 정보 수집이라 볼 수 있을까? 정말로 세금을 낭비한 기관은 어디였는가?
특조위 위원부터 조사관까지, 사찰의 대상이 되다

▲ 사참위 활동종료 조사보고서 발간에 대한 기자회견
4.16연대
국정원은 특조위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위원과 실제 조사를 수행하는 조사관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찰을 진행했다. 이는 개인을 향한 감시가 아니라, 조사기구의 판단과 실행을 동시에 통제하려는 시도였다.
2014년 12월은 특조위 위원들이 지명만 되고 특조위는 설립도 되기 전인 시기였다. 당시 작성된 국정원 문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 특이사항 지원(2014. 12. 19.)"에는 국정원 내부 부서가 특조위 새정치민주연합과 유가족 추천 위원 8명의 신원 관련 특이사항 96건을 수집해 국정원 내 다른 부서에 지원하였다는 내용이 보고되어 있다. 위원들이 공식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가족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위원들을 선별해 관리하려 한 것이다.
이후 국정원은 특조위가 종료될 때까지 위원들의 회의 발언뿐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의 한 발언과 접촉 인물까지 파악해 문서로 보고하였다. 특조위 위원이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의사결정의 주체란 점에서, 국정원의 특조위 위원 사찰은 독립 기구의 판단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다.
조사관에 대한 사찰도 이어졌다. 국정원 문건 "세월호 조사위 별정직 공무원 선발 관련 좌파인물 일색으로 우려 여론(2015. 6. 26.)"과 "세월호 특조위 별정직 신원특이자 확인(2015. 7. 30.)" 문건에는 약 30명의 조사관 합격자들에 대한 이름과 경력, 정치 성향이 정리되어 있으며, 일부 채용자의 정부 비판 활동을 언론에 폭로하겠다는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다. 국정원이 문제 삼은 조사관 합격자들의 활동 중 하나는 '세월호 시위 참여'였고, 국정원은 해당 집회를 폭력 시위이자 안보 위해활동으로 규정하였다.
청와대와 경찰도 별정직 조사관 채용 과정에 개입했다. 2015년 7월,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는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특조위 조사관'에 대한 대응을 지시했다. 정책조정수석 현정택은 공판 과정에서 '민정수석 우병우, 인사수석 정진철이 점검했고, 정책조정수석인 현정택 본인도 그 과정에서 함께 협조하여 논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한 정부기관 문건을 통해 청와대 수석의 지시로 경찰청 정보국이 정보관들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며, 채용 예정 조사관들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으나 실정법을 위반 사실이 없어 불합격 시키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누가 특조위에 참여하는지를 권력이 파악하고 관리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순간 조사 결과는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위원과 조사관들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고 통제하려 한 시도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국가가 진상규명 과정 자체를 관리하려 한 행위이다.
국정원의 특조위 사찰은 곧 진실을 염원한 국민들에 대한 사찰이다

▲기무사 불법사찰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2022. 10. 25. 세월호참사 피해자 시민 불법사찰! 기무사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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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사찰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특조위의 진상 규명 과정 그 자체였다. 독립 조사 기관의 내부 구성원을 사찰하고, 비공개 조사 상황을 파악하며, 의사결정과 채용 과정에 관여하려 한 일련의 행위들은 진상규명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었다.
특조위는 650만 명 국민의 요구에 따라 여야 합의로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의 특조위 사찰은 결국 진실을 요구한 국민 전체를 사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참사의 진실을 밝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권력의 감시와 통제 대상이 되는 사회는 그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이 글에서 언급한 문서 대부분은 국정원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에 주요 내용을 비식별 처리한 상태로 열람만 허용한 자료들이다. 사참위 조사관들은 국정원에서 문서를 직접 확인하고 메모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확보해야 했다. 문서 제출 요청을 국정원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국정원은 국가 안보와 기밀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사찰의 전모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제 국정원을 비롯해 국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왜 피해자와 독립 조사 기구에 대한 불법 사찰이 필요했는지, 그 사찰의 내용은 누구에게 보고되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왜 아직도 진실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국정원 관계자들은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지 말이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304명의 희생자와 진실을 기다리는 국민들에 대해 국가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국가기관의 집요한 방해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모든 사람들과, 두려움 속에서도 진술로 진실을 드러낸 모든 증언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정원의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에 대한 협조, 국가폭력에 대한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물으며 진실 규명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장은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전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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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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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했을 뿐인데 국정원의 '사찰 대상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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