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초청상영회 < '1980 사북'>
이점록
억눌린 분노의 폭발
시대적 배경은 신군부가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던 1980년 봄이다. 그해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광부들이 어용노조와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하며 일어났다. 우리는 이를 '사북사태'라는 건조한 이름으로 기억해왔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름 뒤에 숨겨진 국가 폭력이 짓밟은 처절한 상처와, 무너져 내린 공동체의 비극을 고발한다.
항쟁의 발단은 구조적 억압이었다. 회사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어용노조, 공권력의 상시적 감시 속에서 광부들의 삶은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결국 광부들은 '노조지부장 직선제'와 '임금 인상'을 외치며 행동에 나섰다.
비극의 도화선은 공권력의 무리한 대응이었다. 집회를 채증하던 사복 경찰의 지프차가 광부를 치고 달아나자 억눌렸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사북지서가 파괴되고, 광부들은 예비군 무기고를 지키며 계엄군에 대비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협상' 뒤에 숨겨진 잔인한 보복
4월 24일, 노사정 협상의 합의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그 이후부터였다. 신군부 합동수사단은 항쟁 참여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고, 그들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영화가 증언하는 고문의 실상은 차마 글로 옮기기 고통스러울 정도다.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성고문까지 자행되었다. 국가 권력이 덧씌운 '범죄자' 프레임은 개인의 삶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화목했던 지역 공동체에 원망과 침묵의 씨앗을 뿌렸다. 국가 폭력이 한 개인을 넘어 사회의 영혼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영화는 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 이점록
사북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상영 후 이어진 GV(관객과의 대화)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박봉남 영화감독,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올해로 사북항쟁 46주년을 맞는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북 항쟁에 대해 이미 국가에 총체적 사과와 명예 회복, 그리고 화해를 위한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사북 항쟁 피해자들이 기다려온 것은 공허한 위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다. 국가가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역사의 주체로 복권 시킬 때, 비로소 긴 겨울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상영관을 나서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는 '사실의 기록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 사북의 진실에 한 글자를 보탠다.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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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공직에 몸담고 퇴직했습니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다시 배우는 60대 인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인생 2막의 의미를 발견하는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장년과 노년의 삶을 기록하며,
나이 들어서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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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그날의 사북, 차마 글로 옮기기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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