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모든요일그림책
이 책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염혜원 작가의 그림이다. 색감은 부드럽고, 결은 곱다. 크레용과 색연필이 여러 번 포개진 듯한 질감이 화면 전체에 은은한 온기를 남긴다. 겨울의 푸른빛, 봄의 연둣빛, 여름의 밝은 색감, 가을의 노랑과 갈색이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색이 튀지 않고 서로를 감싸 안듯 번져 나가는 덕분에 그림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에즈라 잭 키츠상, 블로냐 라가치상 등을 수상한 작가라는 이력이 단지 경력이 아니라, 그림 한 장 한 장에서 체감 된다.
글을 쓴 김세실 작가는 아동심리치료사이자 그림책 기획자, 테라피스트로 활동해온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문장은 짧고 단순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깊이가 있다. 아이가 넘어지고, 배우고, 자라나는 모든 순간을 담아내면서도 설명을 덧붙이기보다는 꼭 필요한 말만 남긴다. 그 절제된 문장 덕분에 독자는 오히려 자신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끌어와 책 속에 겹쳐 놓게 된다.
한 해를 따라 흐르는 사랑, 그리고 우리 가족의 시간
이 그림책을 손자와 함께 보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로리는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비 오는 장면에서 손을 뻗어 빗방울을 따라가고, 바닷가 장면에서는 모래를 만지는 그림 속의 아이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에게 묻는다.
"할머니! 이 아이가 나야? 나랑 똑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아니라고만 말할 수가 없었다. 이 책 속 아이는 특정한 누구이면서 동시에 모든 아이이기 때문이다. 결국 로리에게 "너일 수도 있지"라고 답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로리는 다시 책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그 표정이 책 속의 아이와 같아 보였다.
이 책은 부모의 마음이다. 양육자인 나의 마음이며, 아이를 둔 가족의 마음이다.
네가 받은 사랑만큼
세상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또
내가 바라는 건
정말 정말 바라는건...
그 모든 순간에 네가 행복한 것!
12월을 끝으로 책을 덮으면서, 로리가 태어나 지금까지의 시간이 떠올랐다. 첫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고, 계절을 건너며 자라온 시간들. 어느 달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고, 어느 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그림책 <내가 바라는 건>은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주고 또 엄마가 다시 아이에게 읽어주며 함께 행복한 순간을 더듬는 그림책이다.
가족이 함께 자신들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는 "나는 이렇게 사랑받고 있었구나"라는 감각을, 어른에게는 "우리가 이 아이를 이렇게 키워왔구나"라는 기억을 건네준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어른 역시 자기 안의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가게 된다. 사진첩을 들춰보며 아이가 자라온 시간을 함께 되돌아보니 더 좋았다.
이 책의 제목, <내가 바라는 건>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루하루를 무사히 지나고, 자기의 속도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사랑한다는 것. 가족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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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순간에 네가 행복한 것" 손자와 읽은 365일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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