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 산재보상을 받게 해주겠다며 ‘산재전문 노무법인’의 영업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역에서 "◯◯병원에 요양신청 소견서를 받으러 갈 때, 반드시 노무사가 동행해야 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노동자가 산재 요양 신청을 준비할 때, 보통은 본인이 질병을 진단받고 치료받던 의료기관 원무과에 제일 먼저 협조를 구하게 된다.
그런데 원무과를 찾은 노동자에게 병원과 협업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산재 전문 노무사, 변호사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노동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원무과 산재 담당자와 특정 대리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심지어 검사료를 대납한다는 등의 이야기까지 현장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산재 전문가와 의료기관 간 협업 구조가 존재할 경우, 그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착수금이 없는 대신 높은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수익이 분배되는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리베이트, 브로커, 유착 관계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국선대리인 제도에 대한 시각차
지난해 12월 중순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에 관한 노동부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질병판정위원회, 심사·재심사위원회 등 산재보상보험 관련 위원회에 위촉된 노무사들과 노동부 정책관, 근로복지공단 등 정책 실무자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산재보상 국가책임 실현'이라는 국정 과제의 일환으로 '산재 신청 시 국선대리인 지원'이 포함되면서, 실무자들은 제도 도입을 전제로 구체적인 의견을 청취하고자 했다.
그날 오전 노무사 2명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십수 년 만의 통화였다. 요약하면 "정책간담회에 참석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말을 할 것이냐?"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당시 노무사들 사이에서 국선대리인 제도에 대한 관심이 컸던 시기였다. 알고 지내던 노무사를 통해 노무사회의 우려를 전하며 나의 의중을 확인하려는 취지로 보였다.
지난해 11월 말 노무사회 회장 선거에서 국선대리인 제도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후보가 당선된 배경을 두고, '산재 전문' 노무사들의 결집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당시 국선대리인 제도와 관련해 3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었다.
정책간담회에서는 산재보상보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 설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보다는,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가 주로 제기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산재 사건에 착수금을 받지 않는 구조에서 국선대리인 제도는 필요성이 크지 않다", "예산 대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며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노무사가 사건을 수임하면서 착수금을 받지 않는 것이 반드시 당연한 것도, 바람직한 관행으로 볼 수 있는지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 나아가 착수금이 없는 구조가 대량 사건 수임 방식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사건을 보면 뇌심질환, 정신질환에 비해 근골질환 사건에서 대리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뇌심·정신·직업성 암 사건은 접근이 어렵고 복잡해 대리인의 조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근골질환은 비교적 단순한 경우가 많아 재해 노동자가 대리인 없이도 신청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현상은 산재 보상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국선대리인 제도가 한계가 있더라도 도입된다면, 비교적 간단한 근골질환 사건이나 심사·재심사 사건 등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선대리인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선정 기준, 교육, 지원 대상 범위, 적정 보상, 배정 및 관리 체계 등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왜곡 낳은 구조를 바꾸자
이러한 왜곡된 상황이 일부 노무사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원인을 그에만 한정하기는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역시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일하다 다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중심에 두고 신속한 보상, 적절한 치료, 사업장 복귀, 재발 방지가 이루어지도록 운영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국정 과제로 산재보상 국가책임 실현, 법정 재해 조사 기간 경과 시 선지급, 산재 신청 시 국선대리인 지원 신설, 전 국민 산재보험 단계적 추진(업종, 직종 확대), 업무상 재해 판단 기준의 명확화, 업무상 질병 추정 대상 확대 및 기준 완화, 산재 판정 자료 공시, 산재 판정 기구의 공정성·독립성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2015두3867 판결)"고 판시하며 공적 사회보장 보험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일하다 몸과 마음이 손상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질병 원인이 일터나 직업에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모집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제도 자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노무사, 변호사 등 대리인의 법률 지원이 없더라도 나홀로 신청이 가능한 행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작업공정과 재해 경위를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재해 조사(현장 조사)를 강화해 행정이 이를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재해 조사를 통해 작업공정을 파악하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 주장 차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충실히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조사 인력을 충분히 확충하는 것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나홀로 산재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에 대한 이해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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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개 포장하는 수습 노무사... 왜곡된 '산재 전문' 시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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