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산업은 위험을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2024년 열린 대한민국 안전산업 박람회 로봇개 시연 장면.
대한민국 안전산업 박람회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 작업장 안전 시장은 2024년 약 3억 8천만 달러 규모에서 2030년에는 12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20%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안전은 이제 더 이상 규제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분명한 '산업'이자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이 된 노동안전
이러한 변화는 민간 시장 확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 역시 산업안전을 하나의 정책 영역을 넘어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예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은 안전 지원을 넘어 관련 기술과 장비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며 안전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확산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3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포함되어 약 250억 원 규모로 시작되었으며, 2024년부터 350억 원으로 지속해서 확대·정착되고 있다.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비용의 최대 80%, 사업장당 최대 3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인공지능 기반 인체 감지 시스템, 스마트 크레인 충돌 방지 장치, 질식재해 예방 장비, 웨어러블 보호구 등 30여 종 이상의 장비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장비들은 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센서 기술을 활용해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경고하는 기능을 한다.
산재 사고 사망이 집중된 건설업 분야에서도 같은 방향의 제도 변화가 추진됐다. 기존에는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비용의 일부만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인정되었으나,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25년에는 70%, 2026년부터는 100%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였다. 이와 함께 제조업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가 협업하여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사업'과 산업안전을 결합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 기반 CCTV, 자동 경고 시스템, 근골격계 질환 예방 웨어러블 장비 등을 생산공정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기업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이 이루어진다. 산업안전 분야를 포함한 부처협업형 스마트 공장 지원사업 예산 역시 2024년 70억 원에서 2025년 300억 원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보급 정책에 더해 기술 개발과 확산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대기업, 연구 기관,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스마트 안전기술공모전, 기술 인증 및 품목 등록 연계(Fast-Track) 사업 등을 통해 기술의 사업화와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드론,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안전관리 사례를 발굴·확산하는 경진대회 등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안전 정책은 규제나 감독에 더해, 기술 개발과 장비 보급, 시장 형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안전은 점점 '관리 대상'에서 '산업적으로 육성되는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술 혁신의 그림자에 가려진 물음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안전산업이 성장하면, 우리의 일터는 그만큼 더 안전해지는가. 이는 안전산업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논의가 어디에 중심을 두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어떤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를 구매할 것인가"에 집중하면서, 정작 "왜 위험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안전산업이 가지는 긍정적인 역할은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은 위험을 더 빠르게 감지하고, 보호구는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줄이며, 전문 컨설팅은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사업장에서는 외부의 전문 서비스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과 시장 확산 속도는 공공 영역이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빠르기에, 이러한 점은 산업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이처럼 안전산업의 발전은 일정 부분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안전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이해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안전이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순간, 그것은 비용 문제로 전환된다. 충분한 자원을 가진 대기업이나 여유 있는 사업장은 더 정교한 시스템과 고가의 장비를 도입할 수 있지만, 영세사업장이나 하청 구조에 놓인 사업장은 최소한의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안전이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처럼 취급될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책임의 방향이다. 안전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가 사업주의 책임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 문제가 된다. "외부 전문가의 점검을 받았다",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라는 사실이 안전 확보의 증거처럼 사용되면서, 실제 작업환경의 위험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작업 속도, 무리한 공정 일정, 불충분한 인력 배치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만, 서류와 형식, 최신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추어졌다는 이유로 관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실질이 아닌 형식으로 안전이 관리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안전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불안정한 고용,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와 같은 문제는 기술이나 장비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보호구를 착용하더라도,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작업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고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 안전산업은 위험을 감지하고 관리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험을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노동자를 안전의 중심에 두기
이러한 점에서 산업안전 문제를 단순히 기술이나 서비스의 문제로 환원하는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의 중심에는 여전히 규제와 감독, 그리고 명확한 책임 구조가 있어야 한다. 법과 제도가 안전의 최소 기준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실질적인 제재가 이루어지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이 비용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목표로 "노동시장 격차 해소", "노동 있는 산업 대전환"을 중점 과제로 발표하였다. 특히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산업현장의 위험 격차 해소"를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무척 반가운 일이다. 위험에 취약한 사업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쓰지도 못할 화려한 첨단 안전기술이 아니라, 감독과 지원에서 반복적으로 누락되어온 소규모 사업장까지 정책이 실제로 도달하는 것이다. 안전의 중심에는 산업이나 기술이 아닌 노동자가 있어야 함을 명심하자.
1) Grand View Research, Workplace Safety Market Size, Share & Trends Analysis Report, 2024.
2) MarketsandMarkets, Workplace Safety Market–Global Forecast to 20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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