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육전문직원 임용후보자 선발 전형 시행 계획 교과영역 응시 자격표 4교과군 기술·전문계열 응시 가능 과목에 '특성화고의 전문교과', 진로진학상담에 '특성화고'로만 명시되어 있다. 법령상 특수목적고인 마이스터고는 아예 빠져 있다.
오성훈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난 9일 발표한 '2026 중등 교육전문직원 임용후보자 선발 전형 시행 계획'을 읽다가 나는 손이 멈췄다.
이 공고대로라면, 로봇 명장을 길러내는 서울로봇고를 비롯하여 서울의 미래 산업을 짊어진 5개 마이스터고 교사들은 서울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학사가 될 자격조차 없다. 법령은 마이스터고를 특성화고와 엄연히 다른 학교로 구분하는데, 교육청 스스로 그 경계를 지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정확하지 않으면 생각에 혼선이 생기고, 생각이 꼬이면 정책은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법령이 규정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엄격한 구분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고등학교의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시행령 제76조의3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로 나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의 법적 지위다.
마이스터고는 시행령 제90조에 따라 과학고, 외국어고 등과 함께 '특수목적고등학교'로 분류된다. 반면 특성화고는 제91조에 따라 별도로 지정된 학교다. 즉, 법적으로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의 하위 개념이 아니며, 두 학교는 서로 다른 조항에 근거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학교 유형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의 시행계획서는 이 법적 체계를 무시한 채 '직업계고'와 '특성화고'를 제멋대로 혼용하고 있다. 전문직원 응시 자격에서 '특성화고의 전문교과'라고만 명시하거나, 진로진학상담 분야 응시 대상을 '중, 일반고'와 '특성화고'로만 구분한 것은 명백한 법적 오류다. 문구 그대로라면 법령상 특수목적고인 마이스터고 교사들은 응시 자격을 얻지 못하는 행정적 피해자가 된다.
이미 답은 있다, '직업계고'
사실 이 혼란을 해결할 열쇠는 이미 10년 전 정부가 마련해 두었다. 과거 '실업계고'에서 출발하여 2007년 '전문계고'로 법적 명칭이 변경되었고, 2010년 이후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체제로 개편되면서 이들을 모두 포괄하기 위해 2010년대 중후반부터 '직업계고'라는 행정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파편화된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표준 명칭이다.
앞서 말한 비유를 빌리자면 '갑돌이(마이스터고)'와 '갑순이(특성화고)'를 아울러 부를 수 있는 '청춘'이라는 이름을 '직업계고'로 정한 것이다. 10년 가까이 공교육 현장에서 상식처럼 통용되어 온 이 표준 용어를, 서울 교육의 컨트롤타워라는 교육청이 공문서에서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무지이거나 태만이다. 어느 쪽도 교육 행정이 자랑할 일은 아니다.
공문과 언론이 합작한 '이름 뺏기'
이런 오류는 비단 선발 공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업무관리시스템은 그야말로 용어의 혼란상이다. '서울 특성화고 글로벌 현장학습', '특성화고 1학년 과목 이수 현황 조사' 등 마이스터고를 포함한 전체 직업계고 사업임에도 제목은 늘 '특성화고'로 수렴된다.
그나마 괄호 안에 마이스터고를 병기하는 수고를 하는 공문도 있지만, 이조차도 '직업계고'라는 정식 명칭을 쓰면 깔끔하게 해결될 일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조차 '산업수요 맞춤형 및 특성화고 등 필기시험 면제'라는 식의 비효율적인 나열을 반복한다. 언론 역시 이 습관을 공유하며 마이스터고를 특성화고라는 이름 속에 강제로 밀어 넣는다.
사과와 배를 모두 '사과'라고 부른다고 해서 배의 맛이 변하진 않겠지만, 배를 사러 온 소비자들에겐 커다란 실례이자 혼란이다. 하물며 법령을 집행하는 교육 행정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행정의 언어는 현장의 땀방울을 담아야 한다
나는 34년째 직업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다. 평교사와 부장교사, 교감을 거쳐 이제 공모 교장으로서 아이들을 만난다. 과거 '노동'이라는 단어를 지키려 했던 마음과 지금 '마이스터고'와 '직업계고'라는 이름을 바로 세우려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이름은 곧 존재의 존엄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언어는 현장 교사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공정하게 담아내야 한다. 용어를 혼용하는 것은 단순한 '오타'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 설계자가 시행령에 규정된 체계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현장의 구조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교육 당국과 언론에 요구한다. 지금이라도 비뚤어진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교육청은 내부 공문 작성 지침에 '직업계고' 표준 용어를 명시하고, 언론은 보도 가이드라인에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법적 구분을 반영하면 된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아우르는 '직업계고'라는 정당한 이름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 그것이 법령을 준수하고 현장에서 애쓰는 교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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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 『되풀이되는 비극, 따개비 현장실습』,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직업계고 미래는』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응원하는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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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와 다른데... 교육청·언론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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