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마치고 진달래 화전,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집에서만 보낼 수 없어... 남편과 함께 꽃놀이를 다녀왔습니다

등록 2026.04.14 09:21수정 2026.04.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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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봄은 희망의 계절이듯 각종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온 세상은 마치 꽃 축제장 같은 느낌이다. 겨울 내내 집안에만 머물던 남편도 3일 전부터 드디어 밖으로 나가 꽃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 습관이란 무서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계절을 넘겼다. 습관은 이처럼 편안함에 안주하게 된다.

나이듦으로 번거로운 일도 피하고 싶고 말수도 줄어들고 마음의 변화 또한 고요한 상태를 즐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남편 나이 쯤 되면 그럴 수 있겠지, 한다. 그래야 서로 편안하다. 서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매년 해를 넘기며 남편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마음 한편이 저릿하다.


이처럼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을 집에서만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남편은 지난 여름 8월에 차를 반납 후부터 꼭 필요한 외출이 아니면 집안에서 거의 머물고 계신다.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넘어가지 않고 귀찮다는 말만 하시니, 강요할 수는 없다. 사람과의 관계는 아무리 가까워도 각자의 삶이 있다.

산 중턱에 피어있는 산 벚꽃 산책 길에 만난 산 벚꽃 풍경
▲산 중턱에 피어있는 산 벚꽃 산책 길에 만난 산 벚꽃 풍경 이숙자

4월이 오면 매년 그러하듯 나는 마음이 바쁘다. 봄에만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내 삶을 대신 살아 줄 것인가. 꽃도 한때요, 모든 사물을 만남도 모두 한때다. 봄이 오면 즐길 거리가 많은 나는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레기까지 한다. 별스럽지 않은 작은 일이 내 마음 가운데 세워 놓은 하나의 기둥처럼 우뚝 서있다는 걸 나는 어느 날부터 알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남편에게 산책을 가자고 졸랐다. 다른 날은 싫다고 하시더니 이날은 웬일로 대답을 하시고 길을 나선다. 원래 차 다니는 길을 걸어 다니기를 싫어 하시지만 남편은 도심 속을 20분 정도 걷는다. 예전에는 차로 다니던 길이다. 이젠 차가 없으니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녀야 한다.

한 계절을 넘기고 오랜만에 오게 된 공원이 새롭다. 나뭇잎들은 새순이 나오려 파릇파릇하고 산 벚꽃은 피어 청초하다. 아직 만발 하지 않았지만 새로 나오는 잎들과 어우러져 산 중턱을 바라보니 참 아름답다. 나는 사진 찍기에 바쁘다. 공기도 청량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뺨을 스치니 산책 길이 즐겁다. 아직 지지 않은 만발한 벚꽃도 아름답다. 가끔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벚꽃이 바람에 날린다. 그 모습도 아름답다.

산책 목표는 진달래가 아직 지지 않았는지 살피는 일이다. 진달래가 없으면 어쩌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매년 나와 만나는 진달래 피는 곳이 있다. 그곳으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매년 만나는 진달래가 있는 곳, 그곳에 도착하니 아, 진달래가 있다. 길에서 조금 올라가는 산등성이 진달래 무더기가 피어 있는 곳이다.


진달래 무더기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진달래 무더기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이숙자

산등성이를 조심조심 올라가 진달래와 마주 한다. 진달래가 남아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나는 오랜 벗을 만난 듯 함박 웃음을 짓는다. 진달래 노래를 흥얼흥얼 하면서 진달래꽃을 딴다. 마음을 내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꽃.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녀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께 따다 줘~"


가사가 맞는지 가물가물하다. 예전 소녀 시절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해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 모습이다. 나이 들어도 예전 순수했던 감성은 그대로 남아 소녀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진달래를 따고, 꽃 사진도 찍고 충분히 기쁘고 행복한 산책 길이었다.

진달래 화전 산책 길에 따온 진달래로 부친 화전
▲진달래 화전 산책 길에 따온 진달래로 부친 화전 이숙자

진달래 화전 오늘 진달래 따다가 화전을 부쳤습니다.
▲진달래 화전 오늘 진달래 따다가 화전을 부쳤습니다. 이숙자

집으로 돌아와 바로 진달래 꽃술을 다듬어 냉동고에 있는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화전을 부친다. 화전도 매번 부치니 이제는 혼자서도 잘 해낸다. 사진 몇 장 찍어 가족 방에 보내고 남편은 따끈한 화전으로 점심을 대신하신다. 이처럼 봄이 오면 진달래 따다가 화전을 부쳐 남편에게 대접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눔을 한다. 작은 것에 서로 기쁨과 행복을 누린다면 무얼 더 바랄 것인가.

노년의 삶은 단순하다. 오늘 내가 무엇으로 행복을 만들고 살 것인가. 사회적인 욕망도 사라지고 돈에 대한 욕심도 비운 지 오래다. 오직,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에 있다. 내 생이 다 할 때까지 봄에 찾아오는 진달래 화전과 만남을 할 것이다. 행복의 답은 내 안의 마음 안에 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진달래 #화전 #봄 #마중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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