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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에 신의 명함을 넣어두고

[시로 읽는 오늘] 김재희 '세족'

등록 2026.04.20 09:01수정 2026.04.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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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세족
-김재희

가자지구의 먼지 위로
소년의 옷깃이 흔들린다
그 자리를 총알이 스친다


멈추지 않는 전쟁처럼
피와 물이 흘러내린다

늙은 지도자여,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말을 아끼는 입술 사이로
먼지와 거짓이 자란다

종교 지도자여,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답 대신 눈이 내린다

맨발로 눈 위를 걷는다
물 위를 걸은 사람처럼
성자도, 영웅도 아니어서
자주 미끄러지겠지만

세상은 너무 많은 피로
식은 물을 만들고
오늘만은 소년의 손을 대신해
그 소년의 발을 씻어 주고 싶다


피와 물이 스며든 자리마다 기도하며
조용히 되뇐다
주여, 사랑은 위대했습니다.

출처_ <내일을 여는 작가>2026년 봄호(94호), 한국작가회의
시인_김재희: 2026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소년의 옷깃이 흔들린다. 그 자리를 총알이 스친다.
소년의 옷깃이 흔들린다. 그 자리를 총알이 스친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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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었다. 이름도 그의 집도 그가 뛰놀던 언덕의 풍경도 모르지만, 그가 죽었다. 수많은 그가 죽었다. 누군가 죽음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한다. 또 죽일 것이라고 선언한다. 자본과 이익을 믿는 신도들이 죽음을 그것과 교환한다. 경제지표와 주가 그래프 속에 죽은 이름들을 묻어둔다. 지갑 속에 신의 명함을 넣어두고, 신이 아주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며, 열렬한 신도가 되어 죽음을 수집한다. 보기에 심히 좋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그가 죽었다. (맹재범 시인)
#김재희시인 #세족 #내일을여는작가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댓글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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