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나라를 보았니> 스틸
(주)트리플픽쳐스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 비교해 홍주현 감독의 <빨간 나라를 보았니>는 퍽 다른 지점을 선보인다. 20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 <VJ특공대> <인간극장> 등의 방송작가로 활동한 감독은 자신의 장기이자 색깔을 정치 소재 다큐멘터리에서도 드러낸다.
감독은 "선거가 심각한 정치적 구호나 심판의 간절함, 상대를 적으로 여기는 투쟁의 영역에 있지 않기를 바랐다. 상대를 구제불능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도, 휴먼 코믹 다큐멘터리로서도 그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왜 특정 지역만 이리도 완고하게 꽁꽁 얼어붙었을까? 그런 질문에 답할 최적의 대상은 누굴까? 제작진이 주시한 게 바로 경북의 민주당 후보와 운동원들이다.
정권을 누가 잡건 이 지역에선 별 여파가 없다. 세대를 거듭해 축적된 특정 정당의 독식은 이제 지역 사회 시스템 전반에 뿌리를 내린 듯하다. '작대기'만 세워도 당선된다는 탄식과 자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타 당의 후보는 어차피 안 된다며 꿈도 꾸지 말라는 민심이다. 막상 국민의힘(과 그 전신)에 불만은 많은데 바꿔볼 생각은 없다.
2022년 듣기만 해도 막막하고 아찔해 '초-현실'처럼 느껴지는 경북의 선거 현장으로 카메라가 향한다. 초반부터 임미애 도지사 후보의 선거 유세는 짠 내음 가득하다. 명색이 원내 다수당 광역단체장 후보인데 간절히 내미는 명함조차 받지 않고 고개를 돌리며 슬슬 피하는 게 태반이다.
지지하지 않거나 정치에 무관심해도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지경. 조롱하듯 지나가며 툭 던지는 한 마디에 힘이 쑥 빠진다. 열악한 상황에도 제법 선전했다는 평가와 함께 선거 결과가 공개된다.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 속에서
2년 뒤 2024년 다시 찾은 경북. 제작진은 좀 바뀐 분위기 있냐며 이제 구면인 관계자들에게 묻는다. 도지사 후보였던 임미애는 험지에서 고생한 보상처럼 비례 국회의원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한참 아래 순번이라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서울과 경북을 오가며 선거 지원에 바쁘다.
하지만 총선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2년 전 임미애 후보의 부군으로 소개된 김현권이 구미시에 입후보했다. 사실은 부부가 모두 가시밭길에서 정치 도전을 거듭해 온 셈이다. 이번엔 부부 모두 후보로 나섰다.
어떤 이들은 오해와 억측으로 부부를 공격하기도 한다. 험지를 방패 삼아 실적 없이 혜택을 받거나 경쟁을 피한다는 주장이다. 꿋꿋하던 후보가 눈물을 훔친다. 설움의 표현일 테다. 이 부부만 그런 건 아니다.

▲ <빨간 나라를 보았니>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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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민주당 간판으로는 험지로 불리는 곳에서 모자가 총선에 출마한 경우도 있다. 그들은 오히려 울분에 차 항변한다. 민주당 깃발을 든 바람에 동네 봉사단체 활동도 참여하기 어렵고, 이웃과 멀어지고 경제적으로도 불이익을 겪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사연과 각오를 가진 경북 각지에 출마한 후보와 운동원들은 애써 변화의 바람을 믿으며 분전한다.
결과는 미디어 조금만 검색해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여전히 경북은 보수정당 아성으로 우뚝 서 있다. 낙선한 후보 중 누구는 정치를 포기하겠다 하고, 누구는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눈물을 삼키며 제발 이번엔 믿어달라던 지지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제작진은 복잡한 속내를 풀이하고 진단하는 대신, 균형과 비례 논리로 일반화한다. 한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지형은 조금은 변화해야 하지 않냐는 것. 동시에 얻는 것 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감당하는 이들을 향한 연민이 여백을 채운다. 아, 임미애는 2024년 5월 비례대표로 제22대 국회의원이 됐다.
<작품정보>
빨간 나라를 보았니
2025|한국|리얼 험지선거 휴먼 다큐멘터리
2026.04.15. 개봉|117분|12세 관람가
감독 홍주현
출연 김현권, 임미애, 배영애, 정석원, 이영수, 박규환, 김상우, 황태성
제작 사려니픽쳐스
배급 ㈜트리플픽쳐스

▲ <빨간 나라를 보았니> 포스터
(주)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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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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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작가가 대한민국 속 '빨간 나라'를 주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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