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2025년 10월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왼쪽)과 그가 2025년 10월 4일 개척자들에 전달한 사진(오른쪽).
해초 제공, 개척자들 인스타그램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참여했던 활동가 해초(28, 김아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올해 다시 가자구호선단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한국 시민이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를 지지해달라"며 자신의 여권 효력 복권을 호소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해초의 구호선단 탑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다.
'가자로 향하는 천 개의 매들린호(TMTG)' 한국지부는 15일 오후 해초가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해초는 "작년 추석 때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해 이스라엘 감옥에 구금됐고 대통령님과 시민들의 신속하고 단호한 목소리 덕분에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편지에서 해초는 가자 구호선단 재탑승 이유로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의 역사적 공통점을 언급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은 식민 지배라는 서글픈 역사를 공유한다"며 "유엔과 앰네스티는 이미 팔레스타인에서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이 일어나고 있다고 규정했고, 휴전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이스라엘은 폭격과 침략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학살을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해 왔다"며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학살, 차별에 귀 기울여 달라. 팔레스타인과 세계 곳곳의 작은 목소리 곁에 서달라"고 호소했다.
해초는 외교부의 여권 반납 명령을 두고 "국제법상 이동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외교부에 의해 여권이 취소된 상태"라며 "외교부가 항해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여권을 만료시켰고 이는 국내법에도 위반되지만, 국제법상 심각한 이동권 침해"라고 했다.
그는 "가자지구 구호선단은 전 세계 각국의 시민과 정치 인사들이 탑승하는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이라며 "이번 항해에 약 2000명을 태울 100여 척의 배들이 출항을 앞두고 있지만, 탑승을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부의 전례 없는 처사를 그대로 둔다면 국제 시민사회의 비판과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초는 이 대통령에게 "한국의 여권법이라는 시민 이동을 제한하는 법을 재고해달라"며 "한국 시민이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를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해초는 지난 1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선단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외교부는 여권 반납 명령을 발송했고, 이는 지난달 27일 해초에 송달됐다. 그는 외교부 처분 이전인 지난달 중순 이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리인단에 소송 권한을 위임한 뒤 제3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초 측은 법원에 여권 반납 명령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지만, 지난 3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아래는 해초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군사주의 반대 활동가로 제주도, 태평양, 지중해에서 평화항해를 해온 해초(김아현)입니다. 작년 추석 때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하여 이스라엘 감옥에 구금되었고,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께 빠른 석방을 도와달라고 요청드린 적 있습니다.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과 시민들의 신속하고 단호한 목소리 덕분에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지중해 바다에 있습니다. 새벽이면 이 바다의 동쪽 끝에 가장 밝은 별이 뜨고, 그곳에 팔레스타인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올해로 78년째 식민점령당하고 있고 가자지구는 오랫동안 봉쇄되어왔습니다. 가자지구는 민간인들이 사는 거주지역임에도 매일 같은 폭격과 이동권의 제한으로 인해, 현재 지상 최대의 감옥이라는 슬픈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가자지구로 다시 항해합니다. 그곳에 꼭 닿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은 식민 지배라는 서글픈 역사를 공유합니다. 유엔과 앰네스티는 이미 팔레스타인에서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이 일어나고 있다고 규정했고, 휴전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이스라엘은 번번이 폭격과 침략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그 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 물을 때 저는 가장 단순한 마음을 꺼내고 싶습니다. 그 위험한 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 이유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지금 한국 외교부에 의해 여권이 취소되었습니다. 외교부는 항해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무리하게 제 여권을 만료시켰습니다. 이는 국내법에도 위반되지만 국제법으로는 심각한 이동권 침해입니다. 가자지구 구호선단은 전 세계 각국의 시민과 정치 인사들이 탑승하는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입니다. 지난 항해에 세계적인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과 유럽의회,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탑승했고, 이번 항해에는 약 2000명을 태울 100여 척의 배들이 출항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자유로운 탑승을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입니다. 외교부의 이러한 전례 없는 처사를 그대로 둔다면 국제 시민사회의 비판과 질타를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제 여권이 만료된 상태로 팔레스타인에 도착했을 때, 제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을 걱정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언제나 우리 땅에서 일어난 전쟁과 학살을 기억하고 또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4.3 항쟁과 5.18 민주화 항쟁 등을 기억하는 대한민국 곳곳의 역사 현장을 찾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께서는 민중의 촛불이라는 명예로운 지지 속에 당선되셨습니다.
저는 한 번 더 대통령께 요청합니다. 민중들에게 정부는 아직 너무나 멉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십시오.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학살, 차별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팔레스타인과 세계 곳곳의 작은 목소리 곁에 서주십시오. 한국의 여권법이라는, 시민 이동을 제한하는 법을 재고하여 주시고 한국 시민이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를 지지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저의 평화항해를 멈추지 말아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재명 정부의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국정과 비폭력 평화를 향한 의지를 기대합니다.
평화 항해에 탑승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전 세계 시민들이 환영합니다.
온 누리에 평화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2026년 4월 15일
해초(김아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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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구호선단' 오른 활동가 "대통령님, 한국시민의 평화 항해 막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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